WOW 오픈하던 날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가 수많은 게이머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12일 정오부터 오픈베타테스트에 돌입했다. 오픈베타 지속 일수는 아직 미정. 그동안 알려진 바로는 1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만 오픈베타테스트를 진행하고 정식 서비스에 돌입할 예정이다.

블리자드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WOW’는 이번 오픈베타를 통해 클베 때는 선보이지 않았던 종족특성을 비롯해 성기사와 사냥꾼 등 모등 직업의 특성을 구현하는 등 보다 완벽한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WOW’는 이미 클베 때 다른 어떤 온라인게임보다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바 있다. 그런만큼 게이머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이날 아침부터 수많은 게이머들이 PC앞에 앉아 ‘WOW’가 오픈되기만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질 정도였다.

특히 일부 직장인들은 월차를 내거나 조퇴를 하면서까지 ‘WOW’가 오픈하자마자 시작하겠노라며 벼르고 있었다.이번 오픈베타를 통해 가장 크게 변화된 내용은 클베에서는 언데드 종족에게만 구현된 종족특성이 모든 종족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얼라이언스 진영의 휴먼 종족은 정신력이 강해지고 외교술이 높아졌으며 드워프 종족은 냉기에 강해지고 독·질병·출혈에 대한 면역이 생겼다. 노움은 지능이 높아 이동불가 등의 이상효과에서 쉽게 탈출하며, 나이트엘프는 회피율이 증가했다. 나이트엘프는 특히 죽었을 때 위습으로 변하는 것이 색다르다.

또 호드진영의 오크와 타우렌은 각각 힘과 체력이 높아졌으며 트롤은 재생능력이 탁월하고 언데드는 기존 특성에 시체를 먹으면 체력을 회복하는 특성이 새로 부여 되는 등 8개 종족이 모두 종족만의 특성을 지니게 됐다.

직업별 능력치와 스킬트리도 새롭게 조정됐다. 특히 성기사의 경우 특성 구현과 함께 스킬 구조와 내용이 대폭 변했으며 타우렌은 더이상 질주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종족처럼 탈것(코도)을 타고 달릴 수 있게 됐다.

고레벨을 위한 새로운 던전과 사냥터가 추가되고, 클베 때 호드 진영의 가장 큰 불만사항이었던 초보지역의 퀘스트 밸런싱이 어느 정도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인터페이스도 약간 달라졌다. 예를 들어 캐릭터 정보창에 표시되던 공격력이 클베 때는 근접 공격에 대한 정보만 표시됐으나 이제는 근접 공력과 원거리 공격으로 구분돼 나타된다. 이동 방식도 키보드와 마우스를 동시에 사용하거나 별도의 기능 조정 작업 없이도 마우스만으로 이동이 가능해 졌다. 이제는 마우스 오른쪽 버튼으로 클릭한 지역으로 이동한다.‘WOW’는 이런 열화와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오픈 첫날 톡톡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오픈한지 불과 5분만에 모든 서버가 다운되고 만 것. ‘WOW’ 오픈 첫날 표정은 블리자드는 물론 유저들에게도 우울하기만 했다.

블리자드가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이고 ‘WOW’가 잘만든 게임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서버관리 및 서비스 능력에는 의문부호를 찍던 전문가들의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는 듯 했다.

블리자드가 처음 오픈한 서버는 총 12개. 일반서버 4개와 전쟁서버 8개 였다. 하지만 오픈과 동시에 몇명이나 몰렸는지는 블리자드측이 비밀에 부치고 있어 알길이 없다.

다만 10만명 이상이 대기하고 있다가 한꺼번에 접속을 시도했다는 정도만이 입소문을 통해 이야기되고 있을 뿐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모든 서버가 폭주하는 유저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운됐다는 사실이다.

결국 블리자드는 부랴부랴 4개의 서버를 증설해 다시 열기는 했지만 그래도 신통치 않았다. 인증서버에 접속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어렵게 어렵게 접속해도 캐릭터를 만들고 게임을 시작하기까지는 아주 많은 난관을 거쳐야 했다.더구나 그렇게 몇시간을 투자해서 겨우 게임에 접속한 유저들도 정상적인 게임을 즐길 수 없었다.

엄청난 랙으로 인해 캐릭터가 멈춰버리는 일이 잦았다. 아이템을 줍거나 퀘스트 아이템을 받을라 치면 짧게는 5분에서 길때는 20여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었다. 유저들 사이에 데이터 서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듯하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지만 이같은 상황은 변할줄을 몰랐다.

이로 인해 각 지역은 장시간 모내기 자세로 앉아있거나 앉은채로 맵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캐릭터로 넘쳐났다. 클베 때는 없었던 심각한 랙현상이었다. 퀘스트는 물론 게임 진행이 거의 불가능했다.

블리자드는 이같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서버 증설에 나섰다. 처음에는 12개 서버만 오픈했지만 이미 30여개의 서버를 준비해 놓았다는 블리자드측의 설명이 있었다. 그렇게 ‘WOW’는 오픈하자마자 4개의 서버를 증설한데 이어 그 이후로도 2차례에 걸쳐 서버를 재증설, 15일 새벽에는 28개까지 늘렸다.

그렇지만 유저들이 ‘루팅랙’이라고 부르는 심각한 랙현상은 오픈한지 3일째 되는 날까지도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13일 오후에는 5시간 이상 서버를 내리고 점검을 하기도 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한 때 새로 추가된 신규서버의 경우 랙이 발생하지 않자 초기 서버에 둥지를 틀었던 유저들이 줄줄이 서버를 이전했다가 몇시간 지나지 않아 똑같은 상태가 되자 또다시 랙없는 서버를 찾아 돌아다니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러자 유저들 사이에는 ‘짜증나서 못하겠다’, ‘이러다 모든 서버에 레벨 10짜리 캐릭터를 만들겠다’,‘한국 유저들을 너무 우습게 본 것 아니냐’는 등의 불만에서부터 ‘클베 때 주말마다 찾아오던 섭다신이 재림했다’는 농담과 ‘이러다 유저들 다 떨어져 나가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실제로 기대에 부풀어 ‘WOW’에 접했던 유저들은 주말 내내 제대로 된 게임을 즐겨보지 못하고 말았다.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WOW’는 15일 새벽으로 접어들면서 희망적인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초반에 오픈한 서버에 대한 튜닝 작업이 실시된 후 서버별로 접속인원을 한정, 이미 접속해 있는 유저가 많을 경우 기약없이 기다리는 불편함이 있기는 했지만 일단 접속을 하고 나면 랙없이 원활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다. 또 신서버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홈페이지도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다시 열리고,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서버 상황을 알려주는 공지도 떴다. 유저들도 15일 들어서는 서버가 점차 안정을 찾아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 게임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또 많은 유저들이 아직도 ‘오픈베타 초기에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게임이 있느냐’며 ‘조만간 안정된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오픈베타에 돌입한지 3일만에 서버가 28개로 늘어났음에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은 뒤집어 보면 ‘WOW’의 열기가 그만큼 뜨겁게 달아올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WOW’는 스케일이나 그래픽은 물론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치밀함, 끊임없이 이어지는 방대한 퀘스트, 다수의 종족과 직업들 간의 물고 물리는 밸런싱 등 게임 자체만으로는 완벽에 가깝다는 평을 받아온 대작 게임이다.

특히 ‘WOW’는 지난달 말까지 클베를 진행하면서 한 서버에 2000여명의 유저가 몰려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WOW’가 유저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안정을 찾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김순기기자 김순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