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증가세 둔화와 내수부진 장기화, 원달러 환율 급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6% 증가, 올들어 처음으로 4%대로 떨어져 올해 5% 성장률 달성이 어려워졌고 상반기중 30%대에 육박하던 수출 증가율도 10%대로 추락했다. 게다가 환율마저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100원을 사수하지 못하고 지난 주말에는 1068.70원까지 하락, 105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환율 하락은 그나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돼 온 수출마저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기업들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경제성장률 5% 달성 난망= 지난 3분기 실질 GDP 증가율과 수출 증가율이 처음으로 각각 4%대와 10%대로 추락했다. 민간소비도 0.8% 감소하는 등 6분기 연속 감소세가 이어져 소비침체도 심각한 수준으로 빠져들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질 GDP(잠정)’에 따르면 3분기 실질 GDP는 4.6%로 지난 1분기의 5.3%와 2분기의 5.5%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월∼9월까지의 평균성장률이 5.1%이고 수출 둔화와 내수부진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올해 전체로는 5% 성장 달성이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 결정요소도 경쟁국에 불리=한국무역협회(회장 김재철) 무역연구소가 21일 한국과 주요경쟁국의 가격경쟁력 결정요소를 비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가격경쟁력 요소들은 불리하거나 불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 최근의 수출 호조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환율의 경우 지난 17일 현재 지난해 연말대비 8.7% 하락해 일본(-1.5%), 대만(-4.0%), 싱가포르(0.2%) 등에 비해 큰 폭으로 평가절상됐다. 자국통화기준 제조업의 임금상승률(2003년 기준)도 한국은 8.8%로 일본(2.3%), 대만(2.6%), 싱가포르(3.5%) 등 경쟁국에 비해 최대 4배 가량이나 높아 제조원가 상승압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금리 역시 6월말 현재 대출금리가 6.1%로 전년에 비해 다소 떨어졌으나 일본(1.8%), 대만(2.3%), 싱가포르(5.3%), 중국(5.3%) 등 경쟁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아 우리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기댈 곳은 정부?=당장 급한 불은 끝없이 추락하는 환율을 잡는 일이다. 정부가 콜금리를 인하하고 시장개입 가능성을 내비쳐도 환율은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던 외환시장과 경제 전문가들도 할말을 잃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올해 환율방어를 위해 확보한 실탄이 사실상 바닥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하루 거래되는 규모는 50∼60억 달러(5∼6조원)인데 정부가 올해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로 확보한 18∼19조원중 남아 있는 금액은 2조원 정도에 불과해 시장 개입을 통해 환율 안정을 꾀하기는 역부족”이라며 “정부가 글로벌 달러화의 약세가 대세임을 인식하고 자금을 외환시장에 풀기 보다는 기업지원에 활용함으로써 수출경쟁력을 갖게 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도 “지금으로서는 환율하락이 대세”라며 “지금은 적극적인 환율방어보다는 환위험에 노출돼 있는 중소기업들로 하여금 회피할 방안을 강구해 적응력을 키우고 원자재 비용 절감 등 기회요인을 살려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