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용경 사장(사진)이 KTF와의 합병 추진을 공식적으로 거론하고 나선 것은 유무선, 통신방송 융합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KTF와의 합병 없이는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풀이됐다.
이용경 사장은 “한국은 통신시장 경쟁이 가장 치열한 나라이며 통신 소비자도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통신방송 융합 환경에서 KT나 KTF나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강조해 중장기적으로 밑그림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양사 합병시 기존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따른 규제 이슈가 쌓여 있어 합병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왜 합병을 추진하나? =이용경 사장의 KTF 합병 발언은 SK텔레콤이 결국 하나로텔레콤을 인수, 통신방송, 유무선 융합 이후 통신시장이 2강 구도로 갈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했다. 이 사장이 공개석상에서는 처음으로 “KT는 두루넷을 하나로텔레콤이 인수할 것을 희망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이 결국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3분기 실적에서도 나왔듯 KT는 유선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신사업을 통한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유무선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논앞에 닥친 현안이기 때문이다.
이용경 사장이 블라디보스톡의 GSM 자회사 NTC를 방문한 것도 의미 있는 일로 풀이된다.
NTC는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본격화 해 무선과 유선 결합을 통한 묶음판매(번들링) 실험을 준비중이다. 러시아는 한국과 달리 번들링이나 통방, 유무선 융합에 대한 규제는 없는 상태다.
KTF로선 KT가 와이브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무선 사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와이브로 사업을 앞두고 KT와의 관계 재설정이 불가피하다.
◇KTF “원론적으론 찬성, 그러나 당장은 곤란” =이용경 사장의 발언에 대해 KTF 측은 원론적인 입장 표명으로 받아들였다. 아직 구체적인 논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당장 1∼2년 내엔 논의가 불가능 할 것이란 입장이다.
KTF 고위과위관계자는 “KTF의 기본입장에는 변화없으며 KTF 주주들이 원하는지, 고객 입장에서 바람직한지, 규제이슈 해결이 가능한지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를 하지 않았다”라며 “현재 유무선 역무를 나눠 규제하는데 통합시에는 KTF가 무선 지배적 사업자로 규제받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어 아직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KTF 또 다른 임원도 “KT입장에선 성장엔진을 무선에서 찾을 수밖에 없어 합병을 고민할 것으로 본다”라며 “KT의 시내망 독점 논란 등 규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커 오히려 손해가 크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과 SK텔레콤의 합병이 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며 SK텔레콤의 매출이 KT매출을 뛰어넘는 환경 조성 이후 합병이 공식적으로 논의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략 5년 뒤 정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은 양사가 궁극적으로 합병할 것이라는 이 사장의 발언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개인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용경 사장은 휴대인터넷 사업전략과 관련해 “경쟁사의 동향 등을 감안해 세부 전략을 짤 것이며 다른 사업자들도 시장성을 재검토하고 WCDMA,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사업과 연계한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사장은 또 인도, 중국, 중남미, 태국 등 성장 잠재력을 지닌 지역의 현지 업체를 인수해 NTC처럼 육성하는 방안에 대해 “아프리카 북부와 중동지역 등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석·블라디보스톡(러시아)=손재권기자@전자신문, yskim·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