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은 건전 인터넷 환경 조성을 위한 자율규제의 싹이 막 트기 시작한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리를 추구하느라 사회적인 책임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던 인터넷 기업들은 올들어 앞다퉈 자율 규제 시스템을 강화했다. 특히 올해 주요 기업들은 그동안 다소 생색내기용에 그쳤던 정책들을 실질적인 감시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을 다양하게 전개했다. 이들 기업의 노력이 자율 규제의 본격적인 원년의 될 2005년에는 어떤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번 회에서는 NHN·다음커뮤니케이션 등 국내 주요 포털 중 앞서 자율 규제를 실천한 업체의 사례를 소개한다.
◇ NHN =인터넷 포털 사이트 중 자율 규제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얻은 NHN(대표 김범수)은 모니터링 요원을 선발하고 재택 근무를 통해 포털 네이버와 한게임 사이트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욕설·비방, 해킹 조장 등 불건전 인터넷 문화를 퍼뜨리는 이용자는 관련 규정에 의해 경고하거나 심한 경우 ID를 삭제하고 동일한 주민등록번호로 사이트에 재가입할 수 없도록 강력히 대처하고 있다.
특히 한게임 내에서는 불법행위가 자행되는 게임 내 채팅창을 특별 관리함으로써 게임 이용 중 게임머니 매매 유도 및 음란어 사용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직접적인 불건전 단어가 채팅창에 뜰 경우 해당 대화 및 ID가 자동으로 운영자에게 보고되는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유료 서비스에 대한 청소년 보호 정책도 실시, 미성년자의 유료서비스 이용 시 법정대리인의 사전 동의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즉 유료 서비스를 미성년자가 이용할 때 부모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최소한의 정보를 요구하고 수집한 부모 연락처로 자녀의 서비스 이용 사항을 고지한 뒤 동의를 얻는 것이다.
부모 동의시 전자우편, 팩스 등 어느 매체를 이용하든 법정대리인이 반드시 실명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했으며 이용약관에는 ‘미성년자가 유료서비스 이용을 위해 결제할 때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아울러 NHN은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결제를 막기 위해 부모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 ID 당 월 5만 원까지만 결제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또 유료 서비스 이용 후 익월 초에 부모에게 결제된 상세 내역을 전자우편으로 통보해 주고 있다.
한게임의 청소년 게임에 자기 관리 모드인 셀프타임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도 눈에 띈다.
◇ 다음커뮤니케이션 = 다음커뮤니케이션(대표 이재웅)은 카페가 불건전 정보 공유의 온상이라는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클린카페 만들기에 다양한 자율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음은 음란, 상업, 권리침해 및 각종 불법 내용들을 일소한다는 목표 아래 ‘클린카페’ 섹션을 운영하고 신고 핫라인을 개설해 문제 카페 또는 게시글을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클린카페신고센터와 카페에는 약 50 ∼60여 명의 전담 요원이 활동하고 있다.
우선 클린카페와 관련해 이 회사는 △이용자 교육 △이용자 참여 △불법이용자 처벌 등 세 가지 측면에서의 정책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용자 교육 측면에서는 저작권 등과 관련된 권리보호, 불법 이용자 처벌 등의 사례를 알기 쉽게 설명해 교육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평이다.
클린카페 신고 센터 외에 ‘클린카페지키미(http://cafe.daum.net/_c21_/cleancafe/cleancafe?type=cami)’는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전문 분야별로 모니터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클린 카페 정책을 살펴보면 2002년 12월부터 시작된 ‘블라인드제’는 불법 정보가 많은 카페 및 메뉴에 대해 증거 조치 및 경고 등을 시행하는 데 오랜 시일이 걸린다는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유해 정보 차단을 우선 실시하는 것. 불법 카페에 블라인드제가 시행되면 카페 대문에 “현재 접속하신 카페는 블라인드제가 적용돼 있습니다” 라는 안내 문구가 게시된다.
지난해 초 도입된 ‘사이버 가처분’은 다음카페 및 각종 게시물로 명예훼손 등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개인이 게시물의 주체를 상대로 민·형사상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고소 또는 게시물 삭제 가처분 등을 신청하는 동시에 문제 내용을 일시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제도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 SK텔레콤을 모기업으로 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대표 유현오)는 싸이월드( http://www.cyworld.com)와 네이트닷컴( http://www.nate.com) 등 성격이 다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어 개별 사이트에 맞는 자율 규제 노력이 눈에 띤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실명 기반의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다. 싸이월드와 네이트닷컴은 지난 99년 서비스 개시 이래 ‘1인 1아이디’ 및 서울신용평가를 통해 실명가입을 원칙으로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또 불건전한 문화가 형성되지 않기 위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건전한 인터넷 문화 형성에 앞장설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아나가고 있다. 싸이월드는 고객센터 ‘헬프데스크(helpdesk.cyworld.com)’를 운영해 회원이라면 누구라도 회원들의 요구사항과 건의사항은 물론, 그 처리 및 반영 결과도 열람할 수 있도록 완전히 개방하고 있다. 즉 회원들 스스로 자정능력을 가질수 있도록 하고, 회원들 차원에서는 해결이 안되는 문제를 싸이월드가 같이 해결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싸이월드는 또 지난 10월 정보통신부 산하 사단법인 한국IT소년단(총재 남궁석)과 1건전한 인터넷생활문화 만들기 캠페인 조인식을 갖고 청소년의 건강한 온라인문화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싸이월드는 조인식에 앞서 한국IT소년단 미니홈피(cyworld.nate.com/itody)를 오픈하고 싸이월드 회원 및 IT소년단 대원들을 상대로 ‘건전한 미니홈피 컨테스트’ ‘내 미니홈피 자랑하기’ ‘선생님,가족과 함께 만드는 미니홈피’ 등 다양한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하며 청소년들이 재미있고, 건전하고, 유익하게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나가고 있다.
네이트닷컴은 이메일 관련 제목에 (광고), (성인), (공짜), (무료) 등의 키워드와 여기서 변형된 (광*고), (*광*고*)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경우 전자우편을 반송하고 있다. 또 이전에 스팸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된 전자우편 주소들에 대해 기록을 관리하며 해당 전자우편 주소로부터 오는 메일 역시 반송하는 등 청소년 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김종윤차장(팀장), 김유경기자, 조장은기자, 윤건일기자
<기고>‘e클린 운동은 새로운 가치혁명’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한국에서 정보보안 소홀로 매년 발생하는 피해액은 태풍 매미 피해액 4조 원의 두 배.”
최근 ‘안철수연구소’의 안사장은 홈페이지에 올린 ‘보안사고 피해, 태풍 매미보다 무섭다’라는 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안 사장은 한국이 컴퓨터 바이러스에 의한 전세계 피해 규모의 약 12%를 차지한다고 추정하고, 악성코드에 의한 피해만을 계산한 보수적 추정치 550억 달러의 12%인 66억 달러를 이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추정했다.
인터넷과 관련한 수많은 사건 가운데 악성코드에 의한 피해만을, 그것도 보수적으로 추정한 것이 이 정도니 사이버 세계의 온갖 역기능에 의한 피해는 도대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열살이 된 우리의 인터넷과 사이버 문화가 정체성의 미로에서 길을 잃고 홍역을 앓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은 우리가 산업화 과정에서 너무 ‘압축 성장’을 하다보니 그 과정에 필요한 규범과 가치관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온갖 사회적 문제들이 한꺼번에 분출된 것과 비슷하다.
IT 분야의 고도성장과 기술·산업적 측면의 과다한 강조 등은 이에 선행해야 할 각종 사이버 윤리규범의 정착을 더디게 만들었다. 다시 말해 국가경영의 장기 전략으로 보자면 컴퓨터와 인터넷을 쓰도록 만드는 것보다 ‘어떻게 쓰게 할 것인가’가 훨씬 중요한데도, 너무 ‘쓰는 것’ 자체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역기능의 역풍이 밀어닥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의 오용과 남용은 차라리 인터넷을 모르는 것보다 훨씬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절대로 소홀해서는 안 될 사안이다.
인터넷은 잘 사용하면 얼마든지 약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언제든지 독이 된다. 같은 물을 마셔도 소는 우유를 만들고 뱀은 독을 만드는 이치와 같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 역기능의 문제가 정보격차의 새로운 모습임을 깨닫게 된다. 정보격차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는 인터넷의 ‘접근’ 그 자체가 아니라 정보 활용의 ‘결과’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그 가치 창출의 여부가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 활용의 국가적 환경을 역기능적 구조에서 순기능적 구조로 바꾸어가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신문의 ‘웃는 인터넷, 믿는 인터넷’ 시리즈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역기능 문제 해소를 위한 ‘e-클린 캠페인’은 단순히 우리의 인터넷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만드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가 과연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 하는 국가 중장기 전략과 깊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사이버 환경 정화만이 아닌 우리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가치혁명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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