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방송 수신칩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칩 개발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규격에서 우위를 지켜가는 가운데 최근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가 DVB-H를 지원하는 칩 개발 계획을 발표했으며 퀄컴도 자사가 개발한 방송 규격인 플로(FLO) 수신 칩을 내년 하반기에 내놓기로 확정했다.
업체들이 서둘러 칩 개발계획을 발표한 것은 자사가 지원하는 방송 규격의 확산을 돕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칩 개발업체들은 앞으로 성능 및 투자비용 등의 강점을 내세워 시장을 넓혀나갈 방침이다.
◇방송 수신 칩 연이어 개발=우리나라 독자규격인 지상파DMB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지난 6월과 9월 수신 칩을 개발한 데 이어, 유럽의 칩 업체인 프런티어실리콘도 내년 중 한국 시장을 겨냥, 지상파 DMB 수신 칩을 선보일 예정이다.
위성 DMB 부문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 2월 베이스밴드 칩을 내놨고 일본의 도시바가 내년 중 휴대폰에 적합한 수신 칩인 ‘C3칩’을 출시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유럽식 DTV 전송방식인 DVB-T에 기반을 둔 휴대이동방송규격인 DVB-H진영에서는 TI가 지난달 ‘할리우드 칩 개발 계획’을 내놨으며, 소니와 모토로라 등에서도 개발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치템플턴 TI 사장은 “내년에는 DVB-H 기반의 시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FLO 규격을 미는 퀄컴은 수신 칩인 ‘MBD1000’을 내년 4분기에 내놓기로 했다. 퀄컴코리아 오재하 상무는 “이 칩은 통신 베이스밴드 칩인 MSM6500 이상부터 호환이 잘 되도록 설계됐으며 고주파(RF) 부분에서도 전력 효율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왜 서둘러 발표하나=칩 업체들이 최근 들어 잇달아 칩을 내놓거나 칩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특정한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에, 방송 규격 싸움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서다.
삼성전자·LG전자의 경우 이미 위성DMB 방송을 위한 위성이 떠 있고, 정책적 문제가 해결되면 바로 시험 방송에 착수할 수 있는데다 지상파DMB도 내년 초 사업자 선정을 마치고 방송에 들어간다. 노키아 진영의 DVB-H는 유럽에서, 퀄컴 플로는 미국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즉, 특정한 방송 규격이 세계 휴대 방송 시장에서 사실상의 표준이 되기 전에 방송 서비스의 핵심이 되는 칩 샘플과 계획을 내놓고, 기술 우위를 강조함으로써 입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어떻게 될까=업계에서는 2006년께 초기 시장의 승자와 패자 간 구도가 갈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왜냐 하면 2005년 상반기 지상파DMB와 위성DMB의 상용화에 이어, 2005년 하반기 DVB-H, 2006년 플로가 잇따라 본방송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2006년이면 누가 제 성능을 내는 칩을 계획대로 공급할 수 있을지 판가름날 전망이다.
일단 퀄컴은 자사가 직접 플로 규격을 제안하고 칩을 설계한 만큼 안정성을 확보했으며 TI 등은 노키아와 공동전선을 이룬다는 측면이 강점이나 서비스가 2006년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이 약점이다.
이에 비해 국내 업체들은 한발 앞서 칩을 개발했고 먼저 서비스에 들어간다는 강점이 있으나 칩의 안정성 부분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퀄컴코리아 오재하 상무는 “최근 일련의 칩 샘플 및 개발계획 발표는 업체들이 단순히 기술을 갖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상용 서비스를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는 것으로 이제는 기술력에 의한 세 겨루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방송 수신 칩 개발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