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업계와 리필잉크 업계 간의 ‘잉크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면서 고가의 메이커 제품 대신에 리필잉크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다. 리필잉크 업체는 이를 호재로 메이커 제품에 비해 평균 30% 정도 싼 가격을 무기로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다. 프린터 업체들은 프린터 하드웨어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잉크 등 소모품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이며 시장 수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리필잉크 업계, 가격 ‘맹공’=리필잉크 업체들은 ‘가격’을 무기로 프린터 업계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리필잉크는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메이커에 비해 평균 30% 정도 저렴하다. 특히 최근 경기 불황과 맞물려 알뜰 소비자가 늘면서 리필잉크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리필잉크 업계에서는 지난해 전체 시장의 20%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올해는 30%대로 올라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광춘 잉크테크 사장은 “잉크 가격이 4만∼5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쌀 이유가 없다”며 “저렴한 가격의 잉크를 구매하는 것은 자연스런 소비 패턴”이라고 밝혔다.
◇프린터 업체, 시장 ‘수성’ 안간힘=프린터 업계에서는 리필잉크 세력 무력화에 말 그대로 총력을 다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익의 대부분을 카트리지 등 소모품을 판매하면서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IDC는 지난해 국내 프린터용 잉크시장 규모가 6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올해는 7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프린터 성장세는 주춤하지만 잉크(잉크젯)와 토너(레이저젯) 등 소모품 사용량은 급성장하고 있는 것. HP는 자사가 보유한 프린터 기술 가운데 소모품의 특허 비중이 40%에 이른다고 공식 발표할 정도로 소모품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엡슨도 매 분기 잉크 신기술을 발표할 정도로 소모품 시장점유율 높이기에 앞장서고 있다.
이기봉 한국HP 부사장은 “프린터를 팔아 수익을 남기는 시대는 지났다”며 “기술 개발도 잉크 등 소모품 쪽에 집중할 정도로 소모품은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소모품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리필업체와 시장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프린터 업체는 기술 특허나, 카트리지에 칩을 삽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잉크 시장 수성에 나서고 있다. 아예 제품 설명서에 ‘정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책임질 수 없다’는 ‘섬뜩한’ 경고 문구를 넣어 자사 잉크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창과 방패의 기술 전쟁=프린터 업계와 리필잉크 업계는 사활을 건 ‘기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예컨대 HP가 리필을 못하게 잉크를 다 쓰고 난 후 뚜껑을 열기 어렵게 카트리지를 만들자 리필잉크 업체는 뚜껑을 손쉽게 열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어 주입구가 없는 잉크 카트리지를 출시했지만, 이번에는 카트리지에 구멍을 뚫어 잉크를 다시 채울 수 있는 리필 키트와 노즐(헤드)의 막힘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고정 기구로 카트리지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급기야 엡슨이 카트리지에 스마트 칩을 삽입, 정품만을 사용하도록 했지만 이것도 리필잉크 업체가 칩을 초기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무력화된 상황이다. 이 밖에 프린터 업계는 색상별로 카트리지를 다르게 하는 방법도 사용중이지만, 이는 리필잉크 업체의 제품 개발시간을 잠시 지연하는 것일 뿐 근본적으로 리필을 막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강병준·한정훈기자@전자신문 bjkang·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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