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LCD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장비업체들이 지난 3년간 ‘서자’ 취급했던 반도체시장을 예의 주시하기 시작했다.
반도체에 비해 제품 단가가 비싼 LCD 장비의 특성 때문에 매출 비중에는 소폭의 변화만이 예상되지만, 내년 반도체 장비 부문 매출을 올해 대비 2∼3배로 늘려 잡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는 그 특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90년대 중후반 반도체부문으로 장비사업을 시작한 업체들이 2002년께부터 LCD장비를 병행 생산하면서, 사실상 디스플레이 장비로 매출 볼륨을 대폭 늘려왔다. 디스플레이시장 확대와 반도체시장 침체를 배경으로 발생한 이 같은 현상은 LCD 전망이 안갯속으로 접어들면서 업계가 2∼3년 만에 두 부문의 균형적인 매출 발생구조를 추구하게 된 셈이다.
95년 설립된 이래 2001년까지 반도체 장비사업만을 추진하다가 2002년 디스플레이 장비 쪽으로도 눈을 돌렸던 주성엔지니어링(대표 황철주)이 대표적인 케이스. 이 회사는 LCD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지난해와 올해 LCD 매출 비중은 70%, 반도체 비중은 약 30%선이었으나 내년에는 반도체 부문 매출 비중이 35%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2000억원대 매출이 확실시되는 한국디엔에스(대표 임종현)도 올해 반도체 부문 매출 비중이 약 58%로, 내년에는 60% 이상으로 확대가 예상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확한 분석은 어렵지만 LCD 부문 투자는 아직 유동적이지만 반도체 쪽 투자 계획은 국내외 기업들이 모두 어느 정도 확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내년에 반도체 비중이 60%선을 크게 웃돌 수도 있다”고 밝혔다.
97년 터보테크에서 분사해 LCD장비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넥스트인스트루먼트(대표 오은진)도 내년에는 반도체 장비 부문에서 전체 매출의 15∼20%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약 5%에 불과했던 반도체부문 R&D 투자를 내년에는 20%로 늘리고 새로운 장비도 3종류 이상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업체들이 플래시메모리를 중심으로 생산량을 늘리면서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 대한 국내 투자도 크게 확대될 예정이어서, 핸들러 등 반도체 후공정장비시장에서 내년에 1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밖에도 반도체·디스플레이 검사장비업체인 파이컴은 독자개발한 멤스카드로 300㎜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반도체업체에 대한 영업을 강화해 올해 35%선인 반도체 매출 비중을 내년 40% 이상(약 3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케이씨텍도 최근 300㎜ 웨이퍼용 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올해 약 20%인 반도체 매출 비중이 내년에는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