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여겨지고 있는 침입방지시스템(IPS) 시장을 외산 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다. 백신, 방화벽 등 다른 보안 솔루션 시장을 국산 업체들이 선도하거나 선전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외산 기업인 라드웨어코리아와 한국맥아피 등은 IPS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성과를 올리며 이 분야의 대표 벤더로 급부상했다. 라드웨어코리아는 L7스위치뿐만 아니라 스위치 기반 IPS 제품인 디펜스프로를 한미은행, 삼성전자 등 44곳에 공급했다. 한국맥아피는 SBS와 현대캐피탈, 국민은행 등 50여개 사이트에 공급됐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최근 한국후지쯔는 미국 와치파이어사의 제품을 들여온 데 이어, 크로스빔시스템즈, 포티넷코리아 등도 IPS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포티넷코리아 김정덕 사장은 “공공기관과 대기업에서 기존 보안 솔루션에 배분된 예산이 IPS 도입에 대부분 사용되고 있다”며 “기존 바이러스 월 위주의 영업을 IPS 기능이 강화된 통합 보안솔루션으로 전환해 영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K4 인증이라는 방패막이 없는 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백신, 방화벽, 침입탐지시스템(IDS) 등 K4 인증의 대상이 되는 보안 솔루션 분야에서는 국산 솔루션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점은 이에 대한 방증이다.
라드웨어코리아 박진성 부장은 “전반적인 IT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1·25대란 이후 IPS 도입 실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올해 하이닉스반도체, YTN, 파워콤, 한미은행,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과 통신사, 대학, 공공기관 44곳에 공급하며 지난해 대비 150% 성장했다”고 밝히며 “방화벽이나 IDS와 달리 K4인증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물론 기능과 성능 위주의 벤치마크테스트(BMT) 이후 제품을 도입하면서 외산 제품들이 강세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우리 정부가 국제공통평가기준상호인정협정(CC) 가입을 추진, 내년 1월 1일부터 국내 보안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는 점에서 외산 업체들의 약진은 더욱 주목된다. 내년 1월 1일 이후 K4 인증 제도가 사실상 없어지게 됨으로써 모든 분야에서 외국 업체와 국산 업체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 경우 이미 시장을 선점한 IPS는 물론이고 국산업체의 아성인 백신, 방화벽, IDS 등의 분야에서 외산 제품의 파상적인 공세가 펼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외부적인 요인과 함께 외산 솔루션이 기능과 성능이 뛰어난 점도 시장 점유율 확대에 큰 몫을 했다.
보안업계 전문가들은 외산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국내 솔루션과 달리 주문형반도체(ASIC)기반의 하드웨어 일체형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해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LG엔시스 이기호 과장은 “소프트웨어 기반 제품을 개발한 국내 기업들이 ASIC기반 하드웨어의 성능을 따라갈 수 없으면서 시장 대응에 뒤처진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국내 기업들이 하드웨어형 제품 개발을 마치고 외산 기업들과 성능 경쟁을 벌이고 있어 시장 탈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국내 기업들이 하드웨어 기반 제품을 선보이며 점유율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LG엔시스가 하드웨어형 제품 개발에 성공해 국방부와 과기부 등 34개 행정 기관을 수주하며 외산 기업들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윈스테크넷은 10월 초 하드웨어 기반 ‘스나이퍼 IPS A시리즈’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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