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미래모임]한국판 뉴딜정책 어떻게 볼것인가

 본사가 주관하는 ‘정보통신 미래모임(회장 정태명)’ 정례 세미나가 3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3일 오후 7시,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렸다.

‘한국판 뉴딜정책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선 국가 행정DB 인프라의 구축·통합을 통해 고용효과 유발과 소비 창출을 도모해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IT뉴딜 정책이 단순한 DB구축에 그쳐서는 안 되며 IT부문의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세미나의 주지발표와 토론 내용을 정리한다

▲노규성(디지털 정책학회장·선문대 교수): 뉴딜의 근본 바탕은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라고 본다. 부가적으로 소비촉진, 정부 행정 효율화도 지적할 수 있지만 너무 여러 가지 의미를 담는 것은 곤란하다. 국민의 정부 1차 뉴딜과는 달리 시스템화를 먼저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 콘텐츠를 선별하는 제안서를 먼저 만들고 산업주체와 청년 인력이 참여하는 형태가 되어야한다. 정부기금을 눈먼 돈으로 인식하는 사례도 많았는데 이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한다. 또 벤처 육성 정책의 실패사례처럼 기술 개발 자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 자금, 제도 보완까지 지원함으로써 기업들의 환경을 개선해주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단 디지털이라는 의미는 인프라라는 측면도 생각할 수 있지만 문화콘텐츠에 대한 속성이 보다 강하다. 정통부는 물론 문화콘텐츠 유관기관인 문광부, 산자부도 참여해 숙고해 줄 것을 주문한다.

▲백원인(현대정보기술 사장) : 뉴딜은 SW분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식민지 시대에는 조공을 바쳤지만 현대는 라이선스를 지불하는 시대다. 라이선스, 로열티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내 SW패키지 시장은 외국기업이 82%를 점유하고 있어 라이선스 문제가 심각할 수 밖에 없다. 발급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증빙서류 제출 요구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연간 1000억원의 추가 로열티를 외국기업에 지불하고 있는 신용카드사들의 현안이 그 실례다.

이미 생산성 높던 제조업 부문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기업들이 코앞까지 따라왔다. IT뉴딜, 디지털 국력 강화대책을 논의하면서 우리 정부도 국가 생산성이 무엇인가에 방향을 잡을 때가 됐다. 로열티로 인한 재정 손실이 만만치않은 만큼 우리 SW업체들의 해외진출을 정부가 적극 후원해줬으면 좋겠다.

▲곽성신(벤처캐피털협회장) : 인프라 우선으로 추진돼야하고 투자재원의 마련이 선행되야 한다. IT뉴딜이냐 IT국력강화냐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고 하는데 둘 다 비슷한 말이다. 우리가 구조적·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뉴딜을 이야기하게 된 배경에는 청년실업과 소비침체, 기업투자의 부진 등 단기적 배경이 깔려있고 지금 일시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필요성에 의해 생겨난 정책이다.

일시적으로 많은 자금을 투자해 산업을 일으키고 2차적으로 파급효과를 거둬야한다는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DB구축 이상의 사업이어야 한다. 정부 고위층에서 국민연금의 투입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데 자기자본만으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크게 사업하려면 차입도 하고 빚도 내야하는데 그것을 다음 정부에 넘기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다만 뉴딜은 일시적으로 쓸 큰돈이 있어야하는데 어떤 자금을 사용할 것인지 논의가 없다. 먼저 명확하게 재원을 조달해놓고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성 있어 보인다. 또 뉴딜은 휴대폰에 버금가는 사업, 즉 인프라 사업이라든지, 광통신망 구축사업이라든지 민간이 손대기 어려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경묵(전자신문 부국장) : IT뉴딜에 대한 개념을 처음 제시한 언론사로써 애초, IT뉴딜의 방향은 시장창출로 잡았다.내수시장침체와 이에 따른 투자부진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위해서는 신규시장창출을 통한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특히 향후 캐시카우를 가져올 신규시장은 대부분은 기존시장보다는 통신과 방송,금융,교육,의료등 타산업간 컨버전스 시장에서 나올것으로 예상된다.따라서 IT뉴딜은 정부의 선도투자도 중요하지만 이같은 신규시장이 조기에 창출될수 있도록 법·제도의 유연성을 가져달라는 의미도 크다.

특히 뉴딜이 특단의 대책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듯이 유능한 마케터로서 부처간 이해관계를 조정해 미래시대를 선도할수 있게 무엇보다 디지털 서비스인프라 구축에 모든 리소스를 투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가 앞장서 이것저것 하기보다는 시장이 형성될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면 나머지는 민간기업들이 돈이 될만한 것은 찾아 서비스건 콘텐츠건 장비 등 전후방산업군에서 각자가 알아서 시장에서 경쟁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IT뉴딜로 신규시장이 형성되면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간 협업시스템이 무엇보다 주요하며 주요 플레이어는 벤처기업이어야 시장이 활성화될것이다.

▲오병기(넥서브 사장) : 과연 공공DB 사업, 저소득층 PC보급사업이 우리 기업들의 성장 잠재력을 창출하기 위해 올바른 방향인가 고민해 볼 문제다. DB화 사업이 제일 쉽게 보일 수 있지만 지식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과연 이 많은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또 1차 뉴딜사업에서 드러났듯, SW분야에는 아무 도움도 안되는 정책이 우선돼야하는지, 어떻게 하면 중소기업의 디지털화에 파급효과를 줄 수 있을지, 자금 분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한상기(전 미래모임회장) : IT뉴딜을 위해 2000억원 혹은 4000억원의 투자가 이뤄진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는 내수 진작이 힘들다.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일반의 고용을 늘리는 것이 주목적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하지만 이 정도의 금액과 기간으로 산업경기 회복을 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말로 산업 경쟁력을 추구한다면 디지털 산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원대한 계획을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정태명(정보통신 미래모임회장):궁극적으로 시장 창출은 정부보다는 기업 역할이 중요하다. 자금을 시장에 내주면 기업들이 알아서 사업을 한다. 일례로 우리 휴대폰 산업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이런 결실이 있기 위해서는 시장진입을 막는 규제정책과 누구나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 보조금 제도가 큰 기여를 했다. 규제와 보조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성공한 사례를 감안하면 홈 네트워킹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시장 활성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최해철(퓨쳐시스템 부사장):해외기술 의존도가 높은 IT산업의 특성상 IT부문의 국가적 차원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간과해서 안되는 것이 외국 기업들에게 잔치를 벌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이 국가프로젝트를 통해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수출까지 나설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정책적 구호보다는 실질적으로 우리 기업에 유익한 방향이 무엇인지 고려해야한다.

=이상진(정통부 정보통신전략기획관실 동향분석담당관) : SW산업은 고용효과가 있기 때문에 업계 의견에는 공감한다. 다만 현안인 소비 침체와 청년실업문제 IT기업간 양극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에 대해 정의하는 노력이 미흡했다는 느낌이 든다. SW의 수요창출을 위해 이전까지의 HW 제조에서 IT서비스로 큰 틀하에서 문제를 바라봐야한다.

▲이춘근(삼성SDS 수석) :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아직 아날로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디지털을 정말 키우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시장이 디지털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야심차게 추진됐던 중소기업 ERP 구축사업의 예가 단적이다. 디지털 경쟁력도 좋지만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컨버전스되는 경쟁력을 우선시 해야한다.

▲ 손대일(유비테크놀러지스 대표):인터넷과 벤처육성이 주가 됐던 1차 뉴딜사업 때는 정부가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 모래축구장에서 축구화도 없이 열심히 뛸 수 있었다. 다만, 지금은 조금 뛸만한데 경쟁이 심해 사업하기 더 어려워졌다. 살아남은 중소업체들이 제대로 기업 활동할 수 있는 법제도 측면의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뉴딜과 같은 큰 그림이 아니더라도 좀더 구체적으로 경영과 자금, 마케팅 활동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리=이규태 기자

[주제발표]김형곤 한국잔산원 정보화사업지원단장

지난 97년 IMF사태 이후 공공근로·정보화 근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1차 뉴딜은 3년간 4000억원이 투자돼 151개 공공DB 구축사업이 추진됐으며 연인원 6만명의 고용 창출효과를 거뒀다. 디지털화에만 집중하다 보니 전체적인 연계나 활용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디지털화 사업을 평균 4.8년이나 앞당겼고 정보화근로사업 참여자의 38.3%, 기타 공공근로사업 참여자의 26.5%가 취업으로 연결되는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는 성과가 높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때 시행된 부동산등기업무 전산화사업과 대한민국연혁법령 DB, 특허정보 DB, 건축물대장 전산화사업 등 국가 경영을 위한 기본적인 정보들의 DB화는 이후 활용도가 매우 높았다. 예를 들어 지역에 관계없이 인터넷을 통해 신청·발급받는 부동산 등기부등본 DB와 같은 사업은 다른 나라들의 관계자들이 매우 부러워하는 사례로 지적된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2단계 디지털 국력 강화 사업도 국가차원의 DB화 사업이 주력 사업이다.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IT인프라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청년들의 취업기회를 창출하고 산업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확충시킨다는 복안이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공공분야에서 국가 DB를 차세대형으로 네트워크화하고 IT를 활용, 국가 재난위기 관리시스템과 교통·물류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통부와 재경부가 이달 초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으며 DB구축 이후 업무 활용도를 고려해 미래지향적인 설계를 추진중이다.

현재 국가 DB 구축사업을 위해 행자부 주도 행정DB와 정통부 주도 지식DB가 추진중인데 각각 1240억원, 700억원 등 약 2000억원의 재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주요 사업으로는 국가재난관리시스템 고도화, 텔레매틱스/ITS활성화, 국가 DB확충 및 네트워크화사업, 소외계층·군부대·학교PC보급 사업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먼저 국가재난관리시스템 사업은 소방DB와 홍수DB 등 재난 관리용 DB의 연계를 목표로 2010년 구축 예정이던 사업을 2007년으로 앞당겼다. 텔레매틱스/ITS활성화 사업의 경우도 건교부, 재난관리청 등이 참여해 오는 2009년, 전국 ITS인프라의 조기구축을 추진하는 한편 종합물류정보체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또 이를 통해 2010년경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전체차량(2300만대)의 60%까지 보급시킬 계획이다.

국가DB확충 및 네트워크화 사업은 주택가격 DB 등 행정자료 DB구축이 주가 되며 공개가능한 행정DB간 연계와 네트워크화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또 소외계층에 대한 PC보급사업은 당초 4000억원 예산으로 저소득층과 장애인, 군장병, 초중고 학교에 PC 40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보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 DB구축이 단순 디지털화 또는 건수 위주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향후 활용성에 초점맞춰 DB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또 막연한 수요에 대비하는 기본적인 방법들을 지양하고 RFID나 유비쿼터스 등 새로운 기술 등장에 대비, 좀더 미래 지향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