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이 내년 연구개발(R&D)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국회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출연연 소속이 국무총리실에서 과학기술부로 바뀐데다 사업성 평가를 맡게 된 과학기술정보통신위 상임위원회에 상대적으로 초선 의원과 과학기술계 전문가가 다수 포진, 예산기획 담당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24일 과학기술계 및 국회 등에 따르면 출연연마다 추진하고 있는 주요 핵심사업이 기획예산처와 국무회의를 거친 상황에서 국회 예산심의 인준을 받지 못할 경우 내년 R&D사업의 방향이 흔들릴 것이란 판단속에 국회의원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예년수준 예상…“방심은 금물”=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올해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예년 수준의 예산 확보는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긴장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이같은 인식의 저변에는 올 초 감사원 감사와 지난 10월 국정감사 등을 통해 기관 이미지가 실추된 만큼 이번 예산 배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ETRI는 올해 추진해 온 9대 신성장 동력 사업을 중심으로 예산 확보전을 전개하는 한편 유비쿼터스 센서네트워크(USN) 전자태그(RFID)사업과 나노 바이오 분야의 IT컨버전스 사업에 각각 100억원 정도의 예산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밀리면 끝장 ‘맨투맨 설득’=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등은 예산 담당자가 서울서 상주하다시피 하며 내년 R&D예산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KISTI는 국가 연구개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공공연구기관들을 초고속 첨단 네트워크로 묶는 ‘e-사이언스’사업과 미국-유럽-러시아-중국을 잇는 국제 과학기술연구개발정보망인 ‘글로리아드’사업을 내년 중점 사업으로 정해 예산 굳히기에 들어갔다.
KISTI는 두 사업이 국가 전체 정보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KRISS는 내년 신규사업으로 추진중인 나노·양자 측정 제어 기술사업에 목을 매고 있다. 내년부터 오는 2009년까지 5년간 매년 20억원의 예산 가운데 최소 18억원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다. 나노·양자측정기술의 경우 신산업기술기반이며 그 핵심에 나노·양자분야에 대한 새로운 표준측정기술 개발이 있기 때문이다.
◇항우연, 우주인 계획에 ‘올인’=항공우주연구원(KARI)은 내년 신규사업으로 추진하는 우주인 만들기 사업에 ‘올인’할 태세다. 과학기술부로부터 최소 60억원의 예산은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민간부문에서 지원받을 예정이었던 200억원의 추가 예산확보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KIER)도 내년 중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수소연료 전지 사업비 36억원과 나노 에너지 신소재 사업 30여억원의 예산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출연연의 예산을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회 평가가 다소 형식적인 면이 없지 않았으나 올해는 다르다”며 “과기정위의 전문가가 많아서 그런지 사업 하나하나를 꼼꼼히 챙기고 있어 예산 담당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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