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넷 인수전은 외국자본과 국내 통신사업자의 결합, 즉 시티그룹을 등에 업은 데이콤과 AIG·뉴브리지캐피털을 대주주로 한 하나로텔레콤의 양강 구도로 정리됐다. 자본력과 운영 경험, 두루넷 인수 후 시너지 등 모든 면에서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쟁을 벌이게 됐다.
◇전격제휴, 어떻게 이뤄졌나=데이콤과 CFP의 협력은 23일 오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데이콤은 그동안 두루넷 인수를 위해 외자유치 방침을 굳힌 후 호주계 은행인 맥쿼리와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맥쿼리가 일부 자금을 동원하고 나머지는 외국 투자가를 모으는 방식을 제시한 반면 시티그룹은 온전히 자기 자본을 투자한다고 약속해 데이콤은 시티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데이콤은 외자유치의 주요 파트너였던 맥쿼리와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방침이다. 따라서 맥쿼리는 데이콤과 컨설팅 계약을 하고 입찰전략을 조언하며 향후 펀드를 모집해 증자 시 참여하는 역할 등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데이콤 측은 이번 시티그룹 외자유치를 통신사업 3강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데이콤은 △와이브로 사업권 포기 △파워콤 소매업 진출 △데이콤·파워콤·LG텔레콤 네트워크 협의체 구성 등 전략적인 행보를 해 왔다. 이에 따라 독자적인 외자유치를 통해 양강구도로 통신시장을 재편하려는 KT와 SK텔레콤의 전략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티그룹, 무엇을 노렸나=단기 투기성 사모펀드라고 알려진 CFP가 자기자본을 가진 투자펀드로 밝혀짐에 따라 한국 통신시장 참여로 무엇을 얻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성장을 멈춘 포화 상태고 수익 구조가 취약해 이익 실현이 어렵다. 결국 시티그룹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보다는 3강 구도를 유지하려는 데이콤을 통해 차익 실현을 노리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국 통신시장은 앞으로 3년간 하나로텔레콤과 SK텔레콤, KT와 KTF, 기타 유선사업자를 포함해 지속적으로 인수합병(M&A) 이슈가 제기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데이콤이라는 파트너를 물색, M&A 프리미엄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두루넷에 투자하고도 경영권을 갖지 않기로 한 시티그룹이 데이콤에 어떤 요구를 했고 어떤 담보를 데이콤으로부터 받을지도 관심사다. 데이콤은 ‘순수 투자자본’이라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은 시티 측이 파워콤 지분 담보 등을 요구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파워콤은 상장 계획을 갖고 있어 상장 시 시티그룹이 매각 차익을 노린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향후 전망=다음달 13일로 예정된 두루넷 입찰서 제출까지 보름 가량 남은 시점에서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은 치열한 가격 싸움을 벌이게 됐다. 애초 하나로텔레콤·데이콤 2파전에서 CFP의 참여로 3파전으로, 다시 2파전으로 정리돼 양사는 향후 어떤 전략과 논리로 채권단과 법원을 설득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어쨌든 두루넷 인수 가격이 치솟아 누가 인수하든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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