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이동통신 환경을 갖춘 우리 나라. 지리산 꼭대기는 물론 지하철 터널을 지날 때나 지하 7층 주차장에서도 휴대폰 통화가 가능하다. 전파 음영지역 및 난청 지역을 없애기 위해 거미줄 처럼 촘촘하게 구성한 수만 개 중계기의 힘이다.
불과 10여 년 만에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여 이동통신가입자 3000만 시대를 열고, CDMA 종주국으로 막대한 수출까지 견인하는 으뜸 공신이 바로 이 중계기다. 과연 중계기를 어떻게 설치하고 관리할까.
이 궁금증을 풀려고 24일 오전 9시, 서울 목동의 현대백화점을 찾았다. 전파가 잘 전달되지 않는 곳이 있다는 얘기가 들려서다. SK텔레콤에 중계기를 공급하고 있는 쏠리테크 무선통신사업본부 고객지원팀 이성우 대리(32세)를 따라 직원용 출입구를 통해 들어갔다.
개장 1시간 앞두고 개점 준비에 바쁜 직원들을 지나쳐 매장을 돌고 돌아 간 곳이 백화점 시스템 운영실이다. 우선 건물 내 음영지역 및 난청지역에 위치한 가입자를 수용하는 인빌딩(In-Building)용 광 중계장치와 도너 부분을 점검했다. 이상이 없다. 그럼 문제는 백화점 곳곳에 설치돼 있는 35개의 중계기 중 하나다. 노트북을 연결해 문제가 발생한 곳을 찾았다.
지하 4층에 설치한 중계기 하나에 문제가 발생했다. 건물 도면을 통해 위치를 확인하고 지하 4층으로 향했다. 10여 분을 걸어 지하로 내려왔는데, 도면과 중계기 위치가 일치하지 않았다. 백화점 직원의 도움을 받아 중계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계기를 찾는데 걸린 시간만 1시간 여. 작업을 시작하는 데에만 총 2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2평 남짓한 공간에는 SK텔레콤은 물론 KTF, LG텔레콤의 중계기가 함께 설치됐다.
1000만 원이 넘는 조그만 계측기를 통해 시스템을 진단하고 고장난 부분에 대한 조치에 들어갔다.
그래도 오늘 작업은 수월한 편이다.
대부분 건물에는 사람이 들어가기 힘들 정도의 좋은 틈새에 설치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틈새 작업을 위해서는 전문지식보다는 요가를 먼저 배워야 할 듯하다.
이성우 대리는 오후에는 신축중인 건물 중계기 설치를 위해 양재동으로 이동해야 한다.
지하철에 설치된 중계기 유지·보수에 비하면 그래도 건물 내 중계기 작업은 아주 수월한 편이다.
지하철에는 대합실과 터널에 장비를 설치하고 A/S를 할 때는 지하철이 다지니 않는 시간에 작업을 해야 해 새벽 2시가 돼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그나마, 작업시간은 지하철 운행이 시작되기 전까지 2시간 여. 이 때문에 처음 장비를 설치할 때는 설치기간 동안 엔지니어들은 낮과 밤이 거꾸로 살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계기 하나의 작동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10㎏이 넘는 장비를 메고, 어두운 터널 안으로 10㎞ 이상을 걸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이 대리의 설명이다.
작업 상황을 지켜보고 백화점을 나왔다. 길어야 1시간 정도면 작업이 마무리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3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 휴대폰에 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여는 동안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정보통신 강국의 일등공신인 중계기와 이를 설치한 사람들이 갑자기 떠오른다. 지하철 선로 주변 어두운 곳 어딘가에 숨어있겠지···.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