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과 차 한잔]오현주 소프트파워 부사장

“소파(소프트파워)와 결혼했습니다.”

지난 22일 오현주(40) 소프트파워 부사장을 만났다. 그녀는 신입사원 면접 때문에 2주간을 눈코 뜰새 없이 지냈다고 했다. “무슨 면접을 2주씩이나 하냐고” 묻자 “우수한 인재를 뽑으려면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눈인사만 나누고 소프트파워빌딩 1층 일식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C레벨과 차 한잔’이 ‘밥 한끼’로 바뀌었다.

그는 아직 미혼이다. 한우물(소프트웨어)을 파느라 연애할 시간도 많지 않았던 모양이다. “저 기혼이에요. 저희 회사가 제 남편이죠. 늘 하늘처럼 모시고 산다”며 크게 웃는다.

그는 지난 87년 소프트파워에 입사한후 기획, 연구개발, 임원 등을 거치며 올해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아무리 벤처기업이라고는 하지만, 남자들 틈바구니속에서 나이 40에 부사장까지 꿰차기까지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렇잖아요. 여자가 뭐 한다고 하면 집에서 살림이나 하지. 뭐 이런식이죠. 방법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실력으로 승복을 받아내야 합니다. 일이면 일, 술이면 술. 밀리면 안됩니다.” 당당함이 느껴졌다.

기자가 “미모도 한 몫 한 것 아니냐”고 우스갯 소리를 하자, “맞다”며 맞장구를 친다. “미모로 된다면 미스코리아들이 사장해야겠죠. 제가 있는 곳은 ‘죽느냐 사느냐’의 전장 한 가운데 입니다. 미모보다는 힘이 센게 낫죠. 국내 소프트웨어도 포장만 요란했지 실속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그의 전공으로 돌아갔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해요. 외국 솔루션이라면 무조건 선호하는 경향부터 바꿔야죠. 국내 기업 환경에 적합한 솔루션 도입을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정보화사업도 좋지만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합니다.”

물 한잔을 마신다. 속이 타는 모양이다. “그래도 과거보다는 많이 바뀌었어요. 실무자들은 국내 솔루션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지는 않아요. 정보최고책임자(CIO) 레벨이 문제지. 지난하지만 설득해 나가야겠죠. 그게 제 일이기도 하고요.”

그는 직장에서 여성직원들의 우상이다. 일도 잘하고 따뜻한 인간미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 여직원은 그녀를 한마디로 ‘따뜻한 카리스마’라고 평가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