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기술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IT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보다는 현금성 자산 확보나 주식 매입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나 미래를 위한 투자에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올 3분기 IT기업들의 순익이 작년 동기대비 70.6%나 늘어나면서 최대 이익을 실현한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R&D투자 후퇴는 충격적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SK텔레콤, KT 등 거래소 및 코스닥에 상장·등록한 11개 주요 IT기업이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올 9월까지 투입한 R&D 비용은 총 5조41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2565억원에 비해 27%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지난해 5.61%에 비해 올해 5.54%로 오히려 줄어들어 IT기업들이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R&D 강화는 구호로만 외친 꼴이 됐다.
더욱이 삼성전자, KT, LG필립스LCD 등 상당수 IT기업이 현금성 자산확보를 위해 지난해보다 적게는 12%에서 많게는 133%나 많은 돈을 투입했으며 주식매입과 배당금 지급에도 비용을 아끼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거둬들인 이익이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까지 3조2918억원의 R&D비용을 투입했으나 매출액대비 투자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8.27%에서 7.36%로 크게 줄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의 올 9월 현재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6조3000억원 가량으로 지난해보다 32.5%나 늘린 것으로 확인됐으며 주식매입과 배당금을 위해서는 R&D투자비용의 1.6배가 넘는 5조43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어서 사뭇 대조적이다.
하이닉스반도체 역시 지난해 7.27%였던 R&D 투자비율이 올해 6.22%로 감소했으며 KT도 연구개발에 2221억원을 투입해 R&D 비중이 지난해보다 1%포인트 줄어든 2.47%에 불과했다.
하이닉스와 KT 역시 올해 들어 현금성 자산에 대해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배, 60배 늘려놓았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금감원 제출 3분기 사업보고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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