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덩이 중앙처리장치(CPU)가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그동안 발생해왔던 CPU 유통 사기 사건은 저가 제품을 고가로 속여파는 ‘리마킹’(remarking)이었으나 이번에는 홀로그램까지 위조해 정품과 구별이 안 가게 제작된 박스에 CPU 무게의 쇳덩이를 포장·유통한 것으로, 그동안의 불법 유통 사례와 판이하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용산 전자상가 일대에서 CPU 대신 쇳덩이가 들어간 가짜 인텔 펜티엄4 박스가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위조된 박스는 인텔이 과거에 유통했던 정품 박스와 흡사하고 홀로그램까지 붙어 있으며 CPU 박스의 무게도 정품 박스와 같아 전문가도 구별하기 힘들다.
이 같은 쇳덩이 CPU는 지난 18일부터 용산 일대에 유통되기 시작해 지난 20일 이 박스를 받아 PC를 제조하려던 한 PC업체에 발견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용산의 CPU 재판매업체인 A상사의 김모 사장은 “현재까지 유통된 쇳덩이 CPU의 개수는 1400개 규모 2억원 정도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피해 사례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가짜 CPU 박스 및 쇳덩이 포장은 지난 여름 중국에서 제작되기 시작한 것으로 지난 8월경 국내로 들어와 이달 중순 일시에 유통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수법이 매우 조직적이어서 국제 사기조직과 결탁된 것이라는 추정도 제기되고 있다.
재판매업체당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의 물량을 공급한 뒤, 물건을 넘겨준 사람들이 최근 모두 중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공식 유통채널을 통해 구입하지 않으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국내의 대리점을 통해 구입해야 앞으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전에 쇳덩이 CPU와 함께 중국, 홍콩 등의 불법 유통상과 연루돼 위조된 D램 반도체도 국내에 유통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반도체 유통시장으로의 여파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