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회사 사장 자리에 있다 보니 게임을 좋아하는 주변의 많은 지인들이 재미있는 모바일 게임을 추천해 달라고 자주 묻곤 한다. 테트리스나 고스톱류 게임을 제외하고 뭐 좀 특별하고 재미난 게임이 없을까 하는 고민을 종종 하곤 하는데, 그러나 불행하게도 “요즘 이 게임이 정말 재미있다!”하고 자신 있게 추천할만한 게임이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매주 3개 이동통신사에서 20개에 달하는 많은 게임이 출시되는 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만한 스타급 게임을 찾기가 힘들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 개발사들에서 매주 나오는 게임들이 게임명이나 그래픽만 조금씩 다를 뿐 게임시스템과 구성과 기획은 대동소이해 유저들에게는 그저 비슷한 류의 게임으로 느껴지고 마는 것이 이 시장의 현 상황이다. 기존 게임들과 차별화된 전혀 새로운 재미를 유저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우선 계속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단말기 환경을 주목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01년 최초로 컬러 단말기가 출시된 후 휴대폰은 이제 카메라와 TV, 전자수첩 등 여러 기능이 복합된 첨단 도구로 탈바꿈해가고 있다. 반면 모바일 게임은 다운로드형 스탠드얼론 게임이 유저들의 호응을 얻은 이후 줄곧 비슷한 장르의 게임만이 반복해 출시되고 있다.
물론 전반적으로 모바일게임 수준이 그래픽이나 속도, 게임성 등에서 적지 않게 발전한 것이 사실이지만, 손바닥 크기만한 휴대폰이 카메라와 MP3 플레이어, TV를 모두 탑재한 멀디미디어기기로 업그레이드 된 것과 비교하면 부족함이 적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그 수나 퀄리티 면에서 유저의 욕구에 못 미치고 있는 3D게임이나 실시간 네트워크 대전 게임을 생각해 보면 대다수 개발사가 눈앞의 돈벌이에 급급한 나머지 기술개발과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서 너무 부족하지 않나 싶다. 한발 나아가 카메라폰 유저를 겨냥한 실시간 미팅게임이나 MP3를 활용한 음악관련 게임 등을 기존 게임과 접목시켜 보면 색다른 게임이 탄생할 것 같은 예감도 든다.
또 하나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으로 좀 더 창의적인 기획력을 주문하고 싶다.
논지를 잠깐 벗어나 이야기하자면, 우리 나라의 그래픽 디자인이나 프로그래밍 수준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다. ‘인어공주’나 ‘The Beauty and the Beast’, ‘뮬란’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의 기본 그래픽에 국내 디자인 리소스가 많이 투입됐다는 사실은 국내 그래픽 디자인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말해 주는 부분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내에서는 이러한 우수한 디자인 능력을 가지고도 세계적 수준의 작품을 만들어 히트시키지 못 한다는 사실이다.
모바일 게임 역시 눈 앞의 매출에 급급한 나머지 유사 스타일 게임의 반복만 이어질 경우 우수한 그래픽과 프로그래밍 능력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본다. 남들이 가볍게 여기는 사소한 현상에도 주의를 기울여 무한한 상상의 세계 속으로 가져가는 창의력만이 유저들의 박수와 새로운 시장 창출의 열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는 곧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가고자 노력하는 사람만이 결국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는 말이다.
<컴투스 박지영 사장 bjpark@com2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