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뮬게임을 찾아서]용호의 권

1992년 SNK에서 제작한 대전 격투 게임 ‘용호의 권(Art of Fighting)’은 오락실 아케이드 시장의 혁명을 가져온 ‘물건’이었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시대가 끝나고 특별한 후계자가 없어 암울했던 시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 게임은 발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국의 내로라 하는 오락실은 모두 ‘용호의 권’에 잠식당했으며 서울 곳곳의 유명 오락실에는 강자들이 모여 자신들의 기량을 시험하기 위해 긴 줄을 만들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개성 만점의 캐릭터와 강력한 타격감, 3D 수준의 화려한 효과가 게임의 핵심이다.

 특히 격투를 벌이는 캐릭터 간격에 따라 줌 인·아웃 효과를 줘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공격 당한 부위가 부어 오르고 피가 흐르는 등 당시 대전 격투 게임 중 가장 시각적 표현이 뛰어난 게임으로 극찬받았다. 예를 들어, 킹이라는 캐릭터는 카운터 어택을 맞으면 옷도리가 찢어지면서 여자라는 것을 드러내며 존 캐릭터는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시작하지만 얼굴 공격을 맞으면 선글라스가 깨진다.

또 극한의 위기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용호난무’라는 필살기 기술을 도입해 밸런스 위주로 흐르던 대전 격투 게임의 흐름을 단숨에 필살기 위주로 바꿔놓은 작품이었다. ‘용호의 권’의 캐릭터들은 지금도 타 게임에 활용되어 자주 등장하고 있으며 격투의 생생한 느낌을 잊지 못하는 마니아들이 고이 간직하는 작품 중의 하나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