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리그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임요환대 최연성의 EVER 스타리그 결승전은 초반 승부냐 아니면 중장기전이냐에 의해 명암이 엇갈렸다. 임요환은 일찍부터 스타포트를 건설해 초반 레이스로 최연성을 견제하는 전략을 폈고 최연성은 탄탄한 수비에 이은 멀티로 경기를 중후반까지 몰고가는 전략을 보였다.
첫 경기는 침착한 대응을 펼치며 게임을 중장기전으로 이끈 최연성의 승리였다.
초반은 임요환이 우세했다. 클로킹레이스에 이어 탱크로 언덕을 장악해 최연성의 확장기지 견제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연성은 침착하게 대응했고 곧바로 임요환의 확장 진출로를 미사일 터릿과 탱크, 벌처 마인으로 조이며 임요환의 돌파를 빈틈없이 막았다. 동시에 6시와 12시 가스 멀티에 성공했고, 자원에서 열세인 임요환은 유닛수에서 밀리자 항복을 선언했다.
펠레노르에버에서 펼쳐진 2번째 경기는 임요환의 트레이드 마크인 드랍쉽 플레이로 승부가 갈렸다. 한치의 양보없는 공방전 속에 임요환은 재빨리 자신의 주특기인 드랍쉽을 선택해 전세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1경기와 마찬가지로 초반부터 2스타포트 레이스 체제를 선택한 임요환은 최연성의 빠른 앞마당 확장을 지속적으로 견제하는 한편 최연성의 섬멀티를 확인하자마자 드랍쉽을 보냈다. 이후 임요환은 드랍쉽을 5기까지 늘리며 최연성의 확장기지를 계속 파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경기는 임요환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한판이었다. 임요환의 2스타포트 레이스 전략에 당황한 최연성은 심적 동요를 일으켰고 골리앗으로 간신히 본진수비를 해가며 3시에 몰래 확장기지를 건설했다. 이를 일찌감치 파악했다면 초반부터 유리했던 임요환의 승리로 끝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멀티가 원활하게 돌아갈 때까지 눈치채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최연성은 임요환이 탱크 3기로 조여놓은 입구를 애써 뚫으려하지 않고 드랍쉽 2기를 운영해 상대 병력의 진출로를 장악하는 동시에 멀티 자원을 바탕으로 특유의 물량을 쏟아내 상대 본진과 확장기지를 두들겼다.
벼랑 끝에 몰린 임요환의 승부수가 절묘하게 성공한 것이 4경기. 임요환은 SCV 8개에서 2배럭을 건설하며 빠른 초반 러시를 선택했다. 이어 곧바로 아카데미를 건설하고 스팀 팩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자마자 생산한 마린과 SCV를 몰고 최연성의 본진으로 돌진했다.
1팩토리 1스타포트 빌드를 택한 최연성은 임요환의 기습 전략에 뒤통수를 맞았다. 3기의 마린과 2기의 벌처가 나왔지만 메딕을 동반한 임요환의 마린을 막아내지 못했다. 특히 임요환은 완벽한 마린 컨트롤로 먼저 상대의 벌처를 잡고 이어 SCV로 다수를 잡아내 최연성의 재기 의지를 꺾었다. 최연성은 레이스 1기로 임요환의 본진 SCV를 거의 잡아냈지만 결국 본진 수비가 무너지면서 GG를 칠 수 밖에 없었다.
1경기 맵 비프로스트에서 열린 마지막 경기는 양 선수 모두 배수의 진을 쳤다.
최연성은 임요환의 집요한 초반 견제 전략에 다소 흔들렸다. 하지만 자신의 주특기인 물량전을 벌이기 위해 과감한 확장에 나섰고 이것이 결국 우승을 거머쥐게 된 출발점이 됐다.
초반에 승부가 나지 않으면 최연성 필승이라는 예상대로 경기가 길어지면서 멀티에 이은 최연성 특유의 물량이 힘을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유닛수에서 앞서기 시작한 최연성은 이를 발판으로 상대의 멀티를 견제하는 한편 자신의 멀티는 비교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결국 임요환의 본진을 밀어붙여 EVER 스타리그 우승컵을 안았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