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게임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한두 번은 절대로 게임을 해서는 안 될 돈을 가지고 게임을 했던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람인 이상 누구라도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참으로 불가사의한 점은 그런 돈을 가지고 게임을 했을 때 승률이 아주 안 좋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해서는 안 될 돈을 가지고 게임을 해서 하느님이 시련을 주시는 것일까.
포커는 정신력이나 심리상태에 의해 승패가 좌우되는 게임이다. 그렇기에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걱정거리가 있을 때, 또는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게임을 하면 대부분 평소보다 훨씬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게임을 해서는 안 될 중요한 돈을 가지고 게임을 하면 처음부터 ‘이 돈은 절대 잃으면 안 돼’라는 강박관념이 머리를 짓누르게 돼 플레이가 위축되고 자신의 평소 실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리고 속으로는 ‘안전, 안전’ 만을 외치며 소극적인 운영으로 일관한다. 포커게임이라는 것이 본인 뜻대로만 되어준다면 아무도 잃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국 초조하고 절박한 마음에 안전만을 외치다가 시종일관 끌려다니며 힘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게임을 그르친다.
또 걱정거리가 있어서 심기가 편치 않을 때는 게임 도중 그 생각이 한 번씩 떠올라 집중력이 떨어진다. 게임에만 집중해 최선을 다해도 이기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머릿속에 복잡한 다른 생각이 들어있다면 이 역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일류 갬블러들은 항상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운동에 할애하며 건강에 신경을 쓴다. 갬블러와 함께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술과 담배라 할 수 있는데 실제로 라스베이거스의 일류들 중에는 금주, 금연자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 이채롭다. 그 이유는 건강과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해 바늘끝 같은 순간에 결정되는 승부에서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어떤 종목이든 고수들의 승부는 찰라에 결정되는 법이다. 단 한순간에 승부의 흐름이 뒤바뀌어버린다. 그러므로 일류들의 승부는 집중력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승부는 오래 이어지는 것이지만, 단 한순간이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일류고수들에게 항상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함은 필수다.
물론 1∼2시간 게임을 하고 만다면 누구든 건강이나 체력 때문에 게임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이 7시간, 8시간, 아니 10시간으로 이어진다면 그때는 체력이 승부에 큰 영향을 주는 변수로 작용한다. 더욱이 게임 후반으로 갈수록 판의 규모는 필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으므로 조그만 실수 하나가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따라서 후반으로 갈수록 처음보다 더욱더 정확한 판단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에게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갬블러라면 왠지 조금 어색한 느낌을 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듯 라스베이거스의 일류들은 조금이라도 승률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자제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을 포커 마니아라면 기억해 두는 것도 좋을 듯하다.
<펀넷고문 leepro@7pok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