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모바일 게임 무료 어디까지 왔나

모바일 게임개발사들이 시장 질서를 문란케 하는 문제로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가 무료 모바일 게임의 확산이다. 지난달 사단법인 모바일 게임산업협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중점 추진 사안 중 시급히 해결해야할 업계 내부 현안 1순위로 밝힌 것이 무료 게임에 대한 자정 노력인 점만 봐서도 무료게임 확산에 대한 개발사의 걱정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 무료 게임, 업계 내부 해결 1순위

모바일 게임시장이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은 지난 2002년 이후 무료 모바일 게임은 그것이 단발성이건 아니면 큰 이슈로 떠올랐건 간에 계속 문제가 돼 왔다. 일명 ‘자뻑’으로 불리는 ‘자가 다운로드’부터 인터넷이나 무가지를 통해 공개적으로 벌이는 모바일게임 무료 이벤트, 최근에는 모바일 쿠폰 및 게임카드를 이용해 무료 게임을 제공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무료 게임은 급속도로 시장환경을 왜곡하고 궁극적으로 모바일 게임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개별 개발사는 물론 업계 내부에서 무료 모바일 게임이 가져올 파장을 염려해 개발사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개발사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마케팅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무료 게임 제공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이거나 영속적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 공짜로 재미보는 이동통신사

가장 큰 문제는 개발사와 이통사의 관계 속에서, 이통사와 연계해 벌이는 무료 모바일 게임이며 결국 문제의 중심에 거대 이동통신사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개발사는 기본적으로 플랫폼 홀더인 이통사에서 허용하지 않는 한 무료 게임을 남발할 수 없다. 그동안 문제가 돼온 대부분의 무료 게임 제공은 이통사와 제휴했거나 이통사의 요구에 의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간 경우다.

실제로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통 3사는 자사 무선인터넷 매출 증대를 위한 방도로 모바일게임 무료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단말기 시장과 무선콘텐츠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종 콘텐츠의 할인, 무료, 덤 행사가 연례 행사처럼 이어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여전히 각종 이벤트나 광고성 서비스를 합쳐 대량의 모바일 게임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매달 신규 서비스되는 모바일게임 중 상당수가 무료로 제공돼 일찌감치 통신사별 게임 다운로드 순위 상위에 랭크된다는 얘기는 이미 업계에서는 다 알려진 얘기다.

무차별 무료 게임서비스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는 LG텔레콤의 일명 ‘게임온’에 대한 우려는 바로 이런 점에서 출발한다.

이동통신 가입자 수에서 SKT와 KTF에 열세인 LGT가 모바일 시장에서 약세를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플랫폼 보급에서 열세인 상황을 딛고 게임을 포함한 무선 콘텐츠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 무료 서비스 시장 붕괘 출발점

모바일 게임 개발사인 G사에 따르면 동일한 게임을 3개 이동통신사에 동시 서비스했을 때 나오는 총 다운로드 수를 100건이라 볼 때 대략 45대 37대 18 정도의 비율로 나눠진다. 비용대비 효과를 고려한 똑똑한 개발사라면 당연히 SKT와 KTF 또는 둘 중 한 통신사에 집중하려 한다. 실제로도 그러길 원한다. LGT는 개발사들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다. 같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게임이라면 더 많이 팔리는 곳에 내놓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가격도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나왔듯 그동안 LGT는 가입자 수의 열세를 극복하는 동시에 계열사 단말기 보급 확대를 위해 각종 극단적인 처방을 취해왔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SKT나 KTF와 나란히 가면 영원히 넘버 3 라는 결론에 도달했을지 모른다. 시장 점유율은 열세고 대작 및 인기 모바일 게임의 서비스 우선 순위에서 밀려 다시 모바일 유저에게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상황까지 물고 물리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디든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 LGT의 무료 게임 서비스에 대한 우려는 바로 이런 점에서 비롯되고 있다.

대다수 모바일게임 관계자는 무료 게임 확산이 개발사나 통신사를 막론하고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더구나 힘없는 개발사도 아닌 모바일 게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힘있는 이동통신사가 어떤 방식으로든 무료게임 서비스에 적극 나서는 순간이 곧바로 모바일 시장 공멸의 출발점이 될지 모른다.개발사, 이동통신사, 모바일 커뮤니티 등 모바일 게임에 관계된 사람 대부분이 모바일 무료 게임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한다. 필요하다, 아니다를 떠나 마치 금기된 사안을 건드려야 하는 것처럼 두려워하고 있다. 이 역시 모바일 게임 시장이 거대 이동통신사를 중심축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이동통신사가 고양이라면 개발사는 쥐에 비유된다. 고양에 목에 방울을 달 쥐는 없는 모양이다.

사실 이동통신사는 무료 모바일 게임 제공을 원칙상 반대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할 수 있다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단적으로 게임 개발사가 자사 이익만을 위해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무료게임 보급은 반대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이동통신사의 무료 게임 제공 이벤트는 전체 모바일 게임 시장 확대라는 대의를 위한 마케팅이라 주장한다.

개발사의 경우 무료게임 확산이 시장을 피폐하게 만든다는데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이고 어디서부터 해결해 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이동통신사와 개발사가 서로 협조해 무료 게임 확산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얘기와 내부적으로 무료 게임 이벤트 자정을 호소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무료게임 제공과 관련해 이동통신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제각각이다. 무료 게임 보급의 근본적인 문제가 이동통신사에 있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무료 게임을 차단해 시장을 보호하고 있는 주체가 이동통신사라는 의견도 있다. 분명한 것은 무료 게임 확산에서 이동통신사의 잘못된 행위를 보더라도 어느 누구도 나서서 이를 지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할 쥐처럼 통신사에 밉보이면 입게 될 유무형의 피해 때문일 것이다.

모바일 게임 커뮤니티에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무료게임은 질 낮은 게임을 양산하게 돼 결국 유저들도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견해와 함께 일정 정도의 무료 게임 보급은 시장 확대를 위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핸디게임의 운영자 백세현씨는 “무료 게임 확산이 시장 질서를 해칠 것이라는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 게임을 접하고 해볼 수 있도록 무료 게임 제공이 지금보다 좀더 많아져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