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유왕윤 드림미디어 사장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게임’.

드림미디어 유왕윤(37) 사장의 게임 개발 화두는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전임교수 자리를 박차고 2000년 게임개발사를 설립한 이후 5년동안 탐구해온 과제다. 그가 그동안 개발한 ‘배틀마린’은 아직 캐주얼 온라인 게임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여건 속에서 성공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다. 후속작 ‘비틀윙’도 캐주얼 게임의 한계인 수익 모델 발굴을 위해 다양한 아이템을 접목한 작품이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캐주얼 게임의 과제라 할 수 있는 쉬우면서도 재미있어야 한다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통스통스’는 그래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게임 개발에 뛰어들며 한 우물만 파온 유 사장과 드림미디어 개발진의 노하우가 총화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 오락실(?) 경영에 나서다

시각정보디자인을 전공한 유 사장은 학위 취득 후 일명 보따리 장사를 하며 전국 여러 대학에 강의를 다녔다. 몇년 간의 어려운 생활 끝에 유 사장은 2000년 경운대학교의 전임교수에도 오른다. 하지만 이 즈음 게임 개발에 매료된 유 사장은 전임교수 보직을 받은지 보름만에 교직을 떨쳐버리고 드림미디어를 설립했다. 당연히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안정적인 교직을 버리고 왜 오락실 경영에 나선다는 거냐?”

당시만 해도 게임에 대한 인식은 동네 오락실 수준에 불과했다. 게임개발에 나서는 유 사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가 오락실 경영에 나선다는 것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었던 유 사장은 이런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드림미디어 호의 선장으로 거친 게임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공부하며 게임을 만들다

유 사장은 교직에 있으면서도 디자인 전공자 답게 각종 CI나 조형물 디자인 작업에 적극 참여했다. 부산을 상징하는 대표 조형물인 ‘부산 시민의 종’도 그가 디자인한 작품이다. 웹이나 멀티미디어 디자인에도 간혹 참여했던 그는 그가 그려온 이미지를 담아낼 그릇으로 게임 만큼 적합한 것이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렇게 게임에 눈을 뜬 유 사장은 부산대학교 출신 후배들과 의기투합해 드림미디어를 설립했다. 하지만 유 사장을 포함해 모두 실전 경험이 전무한 터라 많은 그동안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모두 학교에서 공부하듯 책을 보며 일일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수준이였죠. 커뮤니티 중심의 온라인 게임 특성도 파악하지 못해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도 나지만 열정으로 도전했던 시기였죠”

# 캐주얼 게임의 가능성 믿어

유 사장은 그간 캐주얼 게임이라는 한 우물만 파왔다. ‘배틀마린’을 비롯해 ‘비틀윙’까지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 만을 고집하고 있다.

첫 작품인 ‘배틀마린’을 기획될 당시만 해도 캐주얼 게임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그저 초보 개발자들과 함께 생경한 환경에 도전하다 보니 실력에 맞는 게임을 찾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배틀마린’을 만든 후 성공 가능성을 발견한 뒤부터 유 사장과 드림미디어는 캐주얼 게임만 고집해왔다.

“캐주얼 게임은 다양한 연령층을 확보 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MMORPG에 비해 투자 부담이 크지 않아 신규업체들이 도전하기에 적합한 분야죠. 당시만 해도 과금이 큰 어려움이었지만 적절한 수익모델만 결합시킨다면 사업 성공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첫 작품인 ‘배틀마린’은 최고 동시접속자 2만명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유료화에 대한 기획이 부족해 매출 기여도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해외 수출 등 라이센스 매출로 개발비를 보전하는 수준. 여기서 배운 노하우를 담아 후속으로 선보인 ‘비틀윙’은 기획 만큼은 완벽했다. 하지만 적절한 마케팅 방법과 시기를 놓쳐 버린 것이 아쉬움이었다.

이런 시행착오 끝에 다시 내놓은 ‘통스통스’는 어느 때 보다 철저한 준비 속에 개발됐다. 디자인 전문가인 유 사장이 만든 게임답게 ‘통스통스’는 캐릭터의 친숙함에서부터 차별화된다. 12지신을 형상화한 동물 캐릭터는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줄만큼 수준급이다.

‘무조건 3분!’이라는 모토로 제작한 친숙한 게임성도 그간 캐주얼 한 우물만 파온 노하우를 충분히 담아낸 요소라 할 수 있다. 방향키와 스페이스바만 이용하면 얼마든지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게임 방법을 따로 익힐 필요가 없다. 캐릭터 고유의 사운드 효과와 독특한 대기방 시스템, 다양한 아이템에는 유쾌한 웃음까지 묻어나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된 것이 바로 대규모 마케팅이다. 마케팅 시기를 놓쳐 고전한 ‘비틀윙’의 교훈을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게임서비스 이전부터 온미디어와 제휴를 체결, 온게임넷, 퀴니, 투니버스 3개 채널을 통해 게임대회 및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게임 캐릭터를 각종 캐릭터 상품으로 내놓는 등 원소스멀티유즈 전략으로 ‘통스통스’ 바람몰이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비즈니스 방법론에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캐주얼 게임 한 분야를 고집한 것은 옳은 선택이였다고 생각합니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루긴 했지만 이제는 캐주얼 게임을 보는 눈을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지방업체의 악순환 고리 끊는다

유 사장이 ‘통스통스’를 통한 성공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해부터 부산게임영상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유 사장은 ‘지방게임개발사 성공모델 만들기’에 대한 염원을 갖고 있다.

부산이라면 서울 다음 가는 대한민국의 대도시지만 지방업체라는 한계를 나타내기는 마찬가지. 연관 업체들과 사단법인까지 만들어 ‘부산 디지털 콘텐츠 페스티벌’까지 개최하는 등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인력 수급의 어려움은 타지역이나 진배없다.

우수한 인력들이 모두 서울 근무를 선호하기 때문에 우수한 개발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지방에서 배출된 인력조차도 실력을 쌓은 후에는 어김없이 서울로 떠나간다. 개발자들이 부족하다보니 당연히 지방개발사 중 성공모델이 만들어지지 않고 개발자들의 서울 선호현상은 더 강화되는 추세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도 반드시 지방 소재의 스타기업이 하나쯤은 배출돼야 하는 한다는 것이 유 사장의 신념이다.

“인력과 자금 빈곤에 대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이제 지방에서도 스타기업 하나 정도는 나와야 한다는 것이 지방개발사들의 한결같은 생각입니다. 마침 ‘통스통스’로 재도전하는 저희 회사에 대한 주변의 응원도 어느때보다 높습니다. 드림미디어가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93년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95년 그래픽하우스 창업

96년 부산대 대학원 시각디자인 석사

96년∼2001년 경남정보대학 겸임교수

2000년∼ 드림미디어 대표이사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