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이의 백승훈 이사는 개발의 밑바닥부터 시작한 사람이다. 소규모 게임 업체를 전전하며 게임 개발과 기획에 눈을 떴고 이제 ‘데카론’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참이다.
그는 게임 개발이란 결코 쉽고 평탄한 일이 아니며 군대에 입대하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가장 행복하다는 그의 속내를 들여다 보았다.
“게임 개발은 군대에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오픈 베타 테스트하는 것만 1년 걸리고 다시 상용화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일반 샐러리맨처럼 출퇴근하면서 개발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진짜, 입대한다는 각오 없이는 제대로 만들기 힘들어요.”
온라인 게임 ‘데카론’을 총 지휘하고 있는 게임하이의 백승훈 이사(35세)의 말이다. 그는 이사라는 직책과 달리 간편하다 못해 약간 민망한 캐주얼 차림에 덥수룩한 머리, 작고 조용한 목소리를 지녔다. 하지만 게임 개발과 자신의 과거사를 천천히 얘기하며 자신이 얼마나 이 일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시켜줬다.
# 학업을 계속할 이유가 없더라
백이사는 군대를 만기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까지 1년을 쉬었다. 그 기간 동안 가장 열심히 하고 열중했던 것이 바로 게임이었는데 당시 그의 형이 게임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집은 항상 게임 타이틀로 넘쳐 났다. 영향을 받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이다.
각종 게임을 섭렵하고 PC 통신에 열중하던 백이사는 당시 유행하던 인포샵을 친구와 같이 설립하면서 결국 일을 저질렀다. 하지만 의외로 사업이 잘 돌아가 많은 수입을 올렸고 그의 말에 따르면 ‘돈을 벌면서 복학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인포샵은 순간의 유행이었고 백이사는 다시 복학할 기회가 생겼으나 이미 게임에 재미가 붙어 작은 게임 회사를 계속 전전하며 일을 배워 나갔다.
“리눅스와 DOS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았지만 게임 개발과는 거리가 먼 기술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게임의 방향과 밸런스, 스토리 등을 설정하고 조정하는 조언자 역할을 했습니다. 지금은 기획자라는 정식 직업이 생겼지만 당시에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위치였어요.”
백이사는 JS미디어와 모이존 등 소규모 게임 업체에서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했지만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실패를 거듭했다. 그리고 마지막 마음으로 친구와 함께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는데 게임하이의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용은 ‘데카론’을 맡아 진행해보지 않겠느냐는 것. 백이사는 어떻게 자신의 연락처를 알았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찾아갔고 결국 게임하이로 입대한 것이다.
# 좋아서, 재미있어서
그는 게임을 만드는 일이 너무나 좋고 재미있다고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성취감도 높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직업이 아니냐고 미소 지었다. 백 이사의 생활은 말 그대로 회사가 집이다. 며칠 전 딸아이의 백일이 지났는데 얼굴 본 날이 겨우 3일. 새벽에 퇴근해 아침 일찍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집을 아예 못 갔다. 99년에 만나 3년 전 결혼한 부인은 게임 개발자의 생활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항상 미안하다고 말했다.
“와이프가 물어봤어요. ‘결혼해도 이러냐’ 그래서 ‘더 심하다’ 그랬는데 (결혼) 했어요. 하하하.” 자신도 우스운지 크게 웃었다. 대부분의 게임 개발자들이 그런 것처럼 그도 순수한 열정과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유롭게 생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선을 그을 때는 확실히 긋는다. 그도 자신의 ‘선’의 확실히 드러냈다.
“게임 개발을 위해 마니아가 열정을 가지고 달려드는 시대가 지나고 있습니다. 일반 회사원처럼 출근해서 퇴근하고 먹고 살기 위해 근무하는 사람이 많아 지고 있어요. 불타오르는 가슴을 가지고 죽을 힘을 다하는 사람도 있지만 무조건 밤새고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다고 해서 능률이 높은 것은 아니죠. 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안됩니다. 게임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시체나 마찬가지죠. 우리 일이란.”
그는 개발을 하기 위한 첫 단계로 무엇보다도 게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을 사랑하면 자연스럽게 문제가 풀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되며 저절로 좋은 게임이 만들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백 이사는 자신이 게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제 ‘데카론’으로 증명할 것이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