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기자의 고수 따라잡기]카트라이더 최고수 해브(상)

‘카트라이더’ 열풍이 전국을 휩쓸고 있는 동안에도 외풍에 초연한 공간이 한 곳 있었다. 바로 다름 아닌 더게임스 편집실. ‘위닝일레븐’으로 내기시합을 하기에 바쁜 이 곳에 ‘카트라이더’가 발붙일 공간은 없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카트 실력을 자랑하는 꼴을 몇 번 본적 있던 기자는 ‘카트라이더’에 대한 호기심이 솟았다.

‘고수에게 배운다’ 시리즈가 기획되자 ‘카트라이더’를 적극 밀어붙었다. “이번 기회에 실력을 연마해 우쭐대던 선·후배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버리자. 그깟 캐주얼 게임, 한 열흘 연습하면 마스터하지 않겠어!”

고수를 만나기 전 게임 진행 정도는 알아야겠기에 기획 회의가 끝나자 마자 PC에 ‘카트라이더’를 깔고 회원 가입도 마쳤다. 루키 라이선스를 따고 실전에 돌입. 5∼6명이 펼친 스피드전에서는 곳 잘 상위권에도 들었다. 훨씬 일찍 카트에 입문한 더게임스 H 선배와의 1 대 1 대결에서도 완승했다. “뭐야, 이거 별거 아니잖아”성두현. 나이 22세, 한양사이버대학 경영전공. 평소 레이싱게임을 좋아해 ‘카트라이더’에 입문했다고 한다. ‘스타크래프트’ 실력도 수준급으로 배틀넷 전적이 5000전을 넘는 랜덤 고수다. 최근 MBC게임에서 열린 ‘카트클럽최강전’에서 소속 길드 ‘드림팀’을 이끌고 우승한 최고수를 더게임스 사무실로 초청해 만났다. ‘해브’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그가 게임에 접속하자 이곳저곳에서 말을 걸어온다.

“해브님, 이 코스 어떻게 공략하는거예요”

“최고 기록이 어케되요”

인기와 실력 모두 필자의 기대 이상인가 보다. 맛보기 수준으로 카트를 체험한 필자는 해브를 만나자 마자 드리프트에 대해 묻는다. 드리프트 팁만 익히면 금새 카트를 정복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쭈뼛쭈뼛 말을 이어 가던 그가 시범 레이스를 펼치는 순간 필자의 오만과 편견은 일순간에 무너졌다. “와∼∼∼ 환상이다.”

180도로 꺾이는 코스가 연속되는 맵에서도 단 한번의 실수없이 통과했다. 스피드전에서는 부스터를 한번도 쓰지 않고 하수들을 따돌리고 1등으로 골인. 한마디로 경지가 달랐다. 드리프트만 배우면 카트를 마스터할 것이라는 필자의 생각은 한마디로 허황된 꿈에 불과했다. 이때부터 해브가 달라보였다.드리프트에 집착하는 필자에게 해브가 가장 먼저 연습을 권한 것은 바로 코너링. 트랙의 안쪽을 따라 감속없이 주행할 수 있는 능력이 레이싱의 생명이라고 강조한다.

“이 정도 쯤이야”

하지만 평범한 코너링 조차 만만치 않았다. 옆에서 고수가 지켜보고 있는 것도 부담스러워 코너가 급한 곳에서는 어김없이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인아웃 주행에 익숙해져야 해요. 코너의 바깥쪽에서부터 진입해 코너의 안쪽으로 파고들고 다시 바깥쪽으로 나가야 감속없이 레이스를 할 수 있어요”

코너링에 집착하다 계속 속도를 늦춰버리는 필자에게 해브가 전해준 팁이다. 코너를 가장 짧게 도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소의 감속으로 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코너를 빠져 나왔을 때의 속도를 최대한으로 높여야 그 후의 트랙을 도는 데에도 높은 속력으로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코너링에 대한 기초 강의가 끝나자 필자가 궁금해하던 드리프트 강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시프트키를 짧게 짧게 눌러가며 질소(N2O)를 모으던 필자는 이내 고개를 숙여야 했다.

“드리프트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드리프트가 아닙니다. 그렇게 하면 감속만 되지 N2O도 별로 모이지 않죠. 과감하게 다음 코너가 보일때까지 시프트키를 눌러야 해요.”

부스터 게이지는 드리프트할 때의 속도와 미끄러지는 시간에 비례한다고 한다. 속도가 높으면 높을 수록 부스터 게이지가 많이 찬다. 내리막에서 부스터를 사용하고 드리프트를 사용하게 되면 단 한번으로 부스터 게이지가 90% 가까이 차는 모습도 보여줬다. 다만 미끄러지는 시간에 차는 게이지의 양은 그렇게 많지 않고 속도도 상당히 감속되기 때문에 미끄러지는 시간은 최대한 짧게 하도록 연습하기를 권했다.

“드리프트 방법도 두 가지로 나뉘죠. 먼저 방향을 선택하고 드리프트를 하는 것과 방향을 선택함과 동시에 드리프트를 하는 방법이 있어요. 코너의 각이 큰 U자나 V의 경우엔 먼저 방향을 잡고 드리프트를 하는 경우가 많고 90도 정도의 코너에선 동시에 누르는 경우가 많죠. 대체적으로 방향키를 먼저 누르고 드리프트를 하면 각이 더 크고 게이지도 많이 차죠.”

여기서 한가지 충고를 더한다. 드리프트를 하면 속도가 줄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부스터를 많이 쓰기 위해 코너를 돌 때마다 드리프트를 사용하는 것은 좋은 주행방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명 ‘2.9 부스터’에 필요한 만큼만 드리프트로 질소 가스를 모으면 충분하다. 또 드리프트를 하더라도 그립주행과 마찬가지로 최대한 벽에 붙어 도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부스터를 언제 사용해야 하느냐 문제는 트랙에 따라 달라져요. 하지만 난이도가 낮은 기본 트랙에서는 일반적으로 부스터를 마지막 바퀴, 결승점에 도달하기 직전에 모두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죠”

‘카트라이더’의 시스템은 1등과의 거리에 비례해 후위 카트의 속력이 올라간다. 쉽게 말하면 1등과의 거리가 멀면 멀 수록 자신의 속력은 1등에 비례해 빨라지고 가까울수록 1등의 속력과 비슷해진다. 따라서 1등과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이상, 3바퀴 정도를 돌면서 충분히 따라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1LAP에 부스터를 최대한 모으고 2LAP에선 코너링 만으로 감속없이 거리를 좁히고, 3LAP에선 부스터를 사용해 역전을 노리는 것이 카트의 기본 전략이란다.

2.9부스터란 말도 이런 원칙 하에 만들어진 전략이다. 부스터를 2개 채우고 난 후 N2O 게이지를 90∼95% 정도 채워놓는 것을 말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게 되면 마지막 바퀴에서 부스터를 무려 3개나 몰아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스피드전 팀플레이에서는 부스터 사용 전략이 달라진다고 한다. 게임에 들어가면 화면 하단에 2개의 N2O 게이지를 볼 수 있다. 위에 있는 것은 팀 N2O 게이지고, 밑에 있는 것은 자신의 N2O 게이지다. 팀 N2O 게이지는 팀원들이 자신의 N20 게이지를 채우게 되면 일정 비율로 차게 된다. 다 차게 되면 자신의 슬롯에 있던 부스터가 파랗게 변하면서 파워부스터가 생겨난다. 이 파워부스터는 일반 부스터보다 지속 시간이 길기 때문에 팀 N2O 게이지를 채워 일반 부스터를 파워부스터로 바꾸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기초적인 레슨이 끝나자 필자는 곧장 실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승리에 집착하다보니 실수 연발. 그러자 해브가 타임어텍이란 메뉴를 제시했다. 타임어택은 혼자서 트랙을 달리며 연습하는 모드.

한번 완주하게 되면 자신이 조금 전 완주했던 모습을 ‘쉐도우’라는 그림자로 남긴다.

자신이 트랙을 돌면서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나빳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 실력향상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단 트랙을 한 번 도는 데에는 일정한 루찌가 필요하기 때문에 마음껏 타임어텍을 즐길 수 없는 것이 아쉬움이었다. 해브는 루찌가 모자라 아쉬워하는 필자에게 자신이 서브로 갖고 있는 아이디로 연습하라는 친절한 도움까지 제시했다.

해브는 다음번 레슨 때는 아이템전의 기술과 전략에 대해 코치하기로 하고 2시간 남짓한 지도를 마쳤다.

고수로부터 친히 레슨을 받는 영광을 얻었음에도 그가 돌아가자 ‘카트라이더’가 갑자기 압박으로 다가왔다.

“명색히 게임전문기자인데 다음번에는 뭔가 보여줘야 할텐데”

주변 선배들도 재촉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너 많이 늘었냐. 어디 한판 붙어볼까”

다가오는 한 주가 기자에게는 정말로 짧게 느껴질 듯하다.

<김태훈기자 김태훈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