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5시]한국 게이머는 봉(鳳)이다?

한국 게이머가 호구인가.

고객서비스는 뒷전이고 돈벌이에만 급급한 외국 게임업체들이 잇따라 도마에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부당한 자동갱신 약관을 이용해 X박스 라이브 사용료를 마구 결제해 물의를 일으킨데 이어 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 ‘하프라이프2’도 고객의 편의는 고려하지 않은 채 패키지로 발매돼 유저들의 원성을 샀다.

특히 ‘하프라이프2’ 한정판의 경우 DVD롬이 없으면 구동조차 안되는 데다, 일반판도 게임을 할 때마다 온라인 서비스인 ‘스팀’을 통해 여러차례 인증을 받아야 해 소비자들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돌이켜보면 고객보다 상품판매에 혈안이 된 외국 업체들의 횡포가 비단 이번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블리자드는 한 때 PC게임 ‘스타크래프트’를 한국에서 200만장 넘게 팔아놓고도 정작 ‘배틀넷’ 서버 증설은 외면해 소비자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제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한글화되지 않은 채 출시되는 게임들이 한 두개가 아니다.

문제는 이처럼 허술한 고객서비스가 미국 등 자국에서도 벌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의 권익에 민감한 미국이나 서구국가에서는 제품의 좋고 나쁨을 떠나 고객서비스의 허점 때문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업체들이 구동이 되지 않는 제품을 출시한다든지, 소비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용료를 자동결제하는 일을 엄두라도 낼까.

한국 게이머들은 허술한 고객서비스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사과나 적극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는데 더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돈을 내고도 푸대접받는 기이한 사태에 푸념도 적지 않다.

외국 업체들에 한국시장은 여전히 제품만 팔면되는 마이너시장인가. 자괴감마저 느끼게 하는 외국 업체들의 오만함에 이젠 조직적인 소비자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