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인터넷, 믿는 인터넷](15)인터넷산업 자율규제 국제회의

 ‘이제는 자율 규제다’

 인터넷 역기능 해소를 위한 이상적인 모델로 선진국들이 앞서 도입해왔던 ‘자율 규제’ 시스템이 국내에서도 인터넷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허진호)는 30일 국내 최초로 인터넷 사업자 및 단체가 주도하는 ‘인터넷 산업 자율규제 국제회의’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다. 본지가 전개해온 ‘e클린 캠페인-웃는인터넷, 믿는인터넷’을 사실상 결산하게될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 자율규제 전문가와 김창곤 정통부 차관, 유승희 열린우리당 의원, 임선희 청소년보호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발표될 주요 발제 내용을 미리 소개한다.<편집자주>



 ◇미디어 및 인터넷 공동규제 정책(크리스토퍼 마르스든 옥스퍼드대학 인터넷연구소 컨설턴트)=유럽의회는 멀티미디어 산업의 발전과 불법적인 내용에 대한 규제라는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공동규제’ 방안을 선택했다. 유럽에서는 이미 지난 98년부터 인터넷 콘텐츠 규제에 대한 논쟁을 거쳐 공동규제가 시장을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 실용적인 규제방식이라는데 공감했다.

 공동규제는 중앙정부기관이 행정명령을 내리는 방식이나 사업자가 주도하는 순수 자율규제방식이 아니다. 정부와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규제를 의미한다. 이같은 규제방식은 정치 제도화된 법적 규제를 통해 전체 사회를 끌어가겠다는 관념에서 탈피해 법이 다양한 권리와 경쟁, 관계들에 조응하여 유연하게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근거한다.

 공동 규제와 관련해 비교미디어법정책프로그램(PCMLP)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이 프로젝트는 방송, 모바일, 인터넷, 컴퓨터게임, 비디오, 음반, 출판 등 분야에 대한 공동규제 및 자율규제에 대한 연구 작업이다. 이 연구는 자율규제 모델로서 미국과 영국의 우수 사례와 다영역간 조정문제를 주로 다루는 호주와 독일의 공동규제 모델 등을 고려해 추진됐다.

 연구결과 기술적 진보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공동규제가 정부규제보다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공동규제정책이 장기적 관점에서 자율규제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해 일관성과 책임감을 갖는 것이다. 정부의 감독절차를 명확히 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공의 이익을 지키는 규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일본의 모바일 콘텐츠 자율 규제(아키오코쿠브 IA재팬 부회장)=IA재팬은 200여 개의 일본 인터넷관련단체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영리산업협회로서 2001년 ‘인터넷에 미래사회 건설’이라는 공동목표 아래 활동을 개시했다. 현재 일본에서 인터넷 가입자는 3300만명 이상이며 이동 전화 가입자는 6200만명을 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7월 게시판 글로 인한 초등학생 살해사건, 3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아동납치 감금 사건 등 일련의 부작용들이 늘어나고 있다. IA재팬은 이같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 99년 아동과 학부모들이 참조할 수 있는 사이트(http://www.iajapan.org/rule/rule4child/v2/)를 열어 인터넷 규칙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또 도쿄시 당국이 추진 중인 필터링 소프트웨어 보급을 위한 입법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IA재팬은 또 ‘세이프온라인2’라는 인터넷내용등급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노출, 섹스, 폭력, 언어, 기타 등 5개 범주별로 각 5단계 등급을 나눴다. 향후 개인정보, 자살, 저작권 침해, 인종차별, 쇼핑과 경매, 스트리밍·영화, 온라인게임 등을 추가할 것을 검토 중이다.

 한편 일본 내무통신부(MIC)와 IA재팬은 지난 5월부터 모바일 필터링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트는 인터넷 프록시 서버를 이용한 필터링 방법과 이동통신사의 게이트웨이를 이용한 필터링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

 ◇자율규제를 위한 한국 인터넷기업의 활동과 향후 방향(김지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협회 내 청소년보호 워킹그룹, 전자지불 워킹그룹, 저작권 워킹그룹, 무선 인터넷 포럼 등을 운영함으로써 자율 규제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자율 규제의 성공 관건은 참여자들에게 의사 결정권을 주는 것이다. 여러 주체의 이해관계가 공존하므로 의사 결정 및 집행 과정에서 최대한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자율 규제의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핫라인, 자율 표시 시스템 개발, 행동강령 등을 제안한다. 우선 핫라인은 핫라인에 대한 정의, 핫라인 조직의 책임과 면책, 온라인 사업자의 책임과 면책 기준 등에 대한 법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도 관련 법 제도를 포함해, 핫라인 기능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

 현재의 등급시스템(rating)을 표시시스템(labeling)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있다. 표시 시스템은 상품으로의 콘텐츠에 대한 표시로, 콘텐츠 제공자의 신원, 연락처, 콘텐츠의 내용, 주의사항, 저작권의 상태 등을 포함한다. 이 표시 시스템은 기준, 표시, 차단 주체를 분리한 중립적인 시스템이다. 또한 유무선 연동을 감안해 무선 등급시스템 개발도 고려해야 한다. 또 행동강령(Code of Conduct)은 업계의 소비자 정책을 강령으로 표현한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 저작권 보호, 이용자 보호, 온라인 게임 등 주제별, 업종별 행동강령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엔진과 자율규제 시도(마르셀 마킬 베텔스만재단 미디어정책 자문위원)=인터넷 이용자의 91%가 검색 엔진을 거쳐 인터넷 서핑을 한다. 이에 따라 검색엔진은 인터넷에서 중립적인 표지판 역할을 해야 한다. 검색엔진은 이용자의 인터넷 사용능력을 지원하고 훈련하는 도구로서 이용자 친화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화체 방식의 검색 등이 좋은 예다. 또 검색엔진은 랭킹 기준과 필터링 절차, 랭킹 근거 등을 투명하게 제시해야 하며 아동보호를 위해 이용자들과의 협력 아래 필터링 시스템 등 다양한 방법들을 제공해야 한다. 스팸을 줄이고 최적화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들도 강구해야 한다.

 검색엔진 공급회사들은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검색서비스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조하는 행동강령을 제정할 수 있다. 검색엔진 회사는 이용자에게 자사 검색엔진의 기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기본적인 랭킹 기준에 대한 설명은 필수적이다. 또 이들 기업은 가능한 한 투명한 검색결과를 도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상업적 내용은 분명하게 표시해줘야 한다.

 아동들에게는 유해한 자료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검색엔진 회사는 가정용 필터링 소프트웨어를 제작·공급해야 한다. 아동의 인터넷 이용에 대한 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국법상 불법인 인터넷 사이트는 검색엔진 회사가 고지받은 즉시 검색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자율규제를 위한 콘텐츠 등급 시스템의 역할(필 아서 인터넷내용등급협회(ICRA) 기술이사)= 인터넷내용등급시스템은 94년 최초의 모델인 RSAC로부터 시작했다. 인터넷내용등급협회(ICRA)가 이를 계승해 99년 3월 국제적인 규격을 제시했다. 유럽연합은 인터텟콘텐츠정상회의 IWF의 인터넷내용등급시스템 보고서 등에 대한 논의를 통해 새로운 등급시스템인 ICRA세이프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ICRA세이프는 등급표시를 위한 45개의 기술어를 개발, 기존의 등급시스템의 취약점을 보완했다. 또한 등급부여와 내용선별 과정을 완전히 분리했다. 즉 특정기구에 의해 등급부여 및 차단되는 방식이 아니라 콘텐츠 제공자가 등급을 부여하고 최종 이용자가 콘텐츠를 선별하는 것을 기본과정으로 한다.

 ◇행동강령을 통한 인터넷사업자의 자율 규제(황성기 인터넷자율규제포럼 운영위원)=인터넷 공동규제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정부 영역에서는 첫째, 법을 통한 규제영역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내용이나 방법적인 측면에서 적절히 변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소년보호와 표현의 자유와의 갈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매체규제분야는 기존의 ‘행정편의적 규제 및 억압적 규제’에서 ‘합리적 규제’로 변화해야 한다. 둘째, 자율규제시스템의 구축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이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부가 갖고 있는 현재의 규제권한을 축소·분산시키고 시민사회의 자율규제 토대를 구축하는데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특별취재팀> 김종윤차장(팀장), 김유경기자, 조장은기자, 윤건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