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채널 송출 계약을 놓고 줄다리기가 한창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유료방송업계에 SO와 스카이라이프 간 콘텐츠 확보 경쟁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고조됐다.
SO 측은 위성방송에 송출하지 않는 PP를 독점하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인기 채널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 방어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PP들은 수신료를 상대적으로 많이 주는 스카이라이프를 선택할 것인지, 가입자가 많은 SO를 선택해 채널 인지도와 광고 영업에 이득을 취할지 고심에 빠졌다.
◇SO업계의 공격적 행보=SO업계는 유재홍 태광그룹 계열 MSO(태광MSO) 부회장의 SO협의회장 취임 이후 공격적 태세로 전향했다. IPTV·광대역통합망(BcN) 등 통신사업자와의 경쟁 체제 돌입에 대한 위기감이 한층 고조된 분위기며, 기존 경쟁매체인 스카이라이프에 대한 공세도 본격화했다.
가입자 300만의 국내 최대 MSO인 태광MSO는 지난 24일부터 나흘간 필리핀 세부에서 PP의 SO마케팅 관계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가진 ‘디지털 시대의 PP 역할 및 발전 전략 세미나’에서 단순 시청률 순위 기반의 채널 송출이 아닌 전 SO업계의 전략적 동반자 기반의 채널 송출 계약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재홍 SO협의회장은 “SO는 기존 경쟁매체인 위성방송뿐 아니라 IPTV 등의 새로운 경쟁매체가 속속 등장함에 따라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며, “내년 채널 송출 계약은 시청률 기반이 아니라 SO업계에 이익이 되는 동반자적 기반으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모든 SO가 5개 홈쇼핑채널을 모두 송출하는데, 홈쇼핑이 SO에 큰 수익을 가져다 줄지라도 장기적 동반자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몇개 홈쇼핑 채널 송출을 중단하고 다른 채널을 송출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재홍 회장은 황규환 스카이라이프 사장과 유료방송 시장의 공정경쟁을 협의하기 위해 수차례 만나기도 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선택의 줄서기’에 직면한 PP=유 회장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PP들은 위성방송과 SO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두 매체에 모두 송출하려고 했다간 300만 가입자의 국내 최대 규모인 태광MSO에 송출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PP들은 태광MSO에 송출이 중단될 경우 그 여파로 타 MSO는 물론 지방의 개별 SO에까지 대규모 송출 중단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CJ미디어는 최근 스카이라이프와 채널 송출 계약 협상을 벌이며, 몇몇 인기 채널을 송출하지 않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CJ미디어 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계약이 남은 채널을 제외한 모든 채널을 송출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CJ미디어는 올해 홈CGV 채널의 스카이라이프 공급을 중단하고 SO에만 송출했다.
◇전 SO, 전 PP로 확산 전망=CJ미디어의 이 같은 행보는 경쟁 복수PP(MPP)인 온미디어 등에도 파급될 전망이다. 온미디어는 올해 PP 중 최고 시청률을 올리는 투니버스를 비롯, MTV·수퍼액션 등의 인기채널을 스카이라이프에 송출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온미디어는 이 같은 선택을 통해 상대적으로 SO에 좋은 조건으로 채널을 공급할 수 있었다.
CJ미디어 역시 SO의 압력 외에도 스카이라이프에 송출하지 않는 대신 SO와 좋은 조건으로 채널 송출 계약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스카이라이프 한 관계자는 “황규환 사장까지 나서 공정 경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며, “최악의 경우 공정거래위에 제소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대 MSO인 태광MSO와 최대 MPP인 온미디어·CJ미디어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전 SO와 PP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내년 유료방송 시장에는 SO 대 스카이라이프 대결 구도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유병수기자@전자신문, bjo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