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칠레에 이어 두번째로 싱가포르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29일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지난 28일(현지시각)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최된 양국 통상장관회담에서 한·싱가포르 FTA 협상 관련 주요 잔여 쟁점에 대해 의견조율을 이뤄낸 데 이어 이날 양국 정상이 정상회의를 통해 타결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연간 80억달러 규모의 교역량을 보이는 한국-싱가포르 두 나라는 이번 FTA에 △금융 △전자 △상호인정 협력 등의 분야를 포함시켰다. 또 외교통상부는 이번 협정에서 두 나라가 △상품·서비스 양허 △품질 기준 등의 상호인정 △지적재산권 보호 △긴급수입 제한제도(세이프가드) 발동 요건 등 9개 분야의 주요 쟁점에 대해 사실상 합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FTA 체결로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의 대한 투자시 전자·석유 등 기술집약산업 분야의 생산기지와 연구개발(R&D)센터도 유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의 원산지를 한국으로 규정해 싱가포르에 수출할 때 한국(남한산) 제품과 동일한 관세 특혜를 적용키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는 개성공단 생산제품을 역내 생산제품으로 인정한 첫 사례로 현재 협상중이거나 추진 예정인 FTA에도 좋은 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의 이번 FTA 체결로 우선 통신·물류분야에서 관세 측면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정재화 한국무역협회 FTA연구팀장은 “싱가포르는 이미 거의 모든 품목에 걸쳐 무관세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FTA 체결로 수출이 크게 늘 가능성은 없지만 금융·물류·통신·사업서비스 등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양국은 싱가포르가 중계 무역국가이기 때문에 제3국 제품의 한국 우회수출이 우려됨에 따라 양국은 원산지 규정을 엄격히 적용키로 했다. 또 급격한 수입증대에 대비해 양측에 모두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권을 부여키로 했다.
한국은 칠레에 이어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함으로써 다른 국가나 지역과 추진중인 FTA 협상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현재 일본과 FTA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등과 내년부터 본격적인 FTA 협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한·싱가포르 FTA협상 타결이 알려지자 환영 메시지를 통해 현재 정부가 협상 혹은 추진중인 여타국과의 FTA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