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와 유가 급등, 달러화 약세와 국제금리 인상. 이른바 네 가지 경제악재가 국내 경기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 기업의 채산성을 압박하고 있다. 대기업은 900원대 환율 시대에 대비해 환리스크 관리와 글로벌 생산거점 확보 등을 해결해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중소 가전·부품업계는 일부 환리스크 방어에 나서고 있을 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정부의 대책을 기대하는 눈치다.
◇긴장하는 대기업=올해 기준환율을 1050선으로 잡았던 삼성전자는 세 자릿수 환율이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가장 걱정이 심한 곳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 삼성전자 반도체는 수출과 내수 비중이 9.5 대 0.5, 디스플레이 부문은 약 9 대 1, 휴대폰은 8 대 1 등으로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 같은 상황은 LG전자나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일렉트로닉스, 현대이미지퀘스트 등도 유사하다.
업계는 단기적 처방으로 유로화 비중을 늘리고 사업장 혁신프로그램 가동, 거래처 다변화 등을 꾀하겠지만 이로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최근 2∼3년 유럽과 북미 마케팅 성공으로 구축된 해외 시장에서 자칫 가격경쟁력을 잃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번 기회에 아예 해외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해 달러 약세에 따른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한다는 자세다.
◇중소기업 위기론=중소기업들은 원화가치가 엔화, 유로화, 파운드화, 캐나다달러화, 호주달러화에 비해 13% 이상 절상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주력 수출 시장인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등에서 가격경쟁력 약화와 채산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수출중소기업 2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적정 환율인 1170원대에서 1050원대로 하락한 현시점에서 중소기업의 77%가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조사돼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했다.
업계가 마련중인 대책은 수동적이다. 달러가 약세일 때 해외 결제 비율을 높여 환리스크를 줄여가고, 향후 달러 대신 유로화 등 결제 수단을 다양화해 위험 부담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원재료 구매대금을 달러로 결제할 경우 수출 대금 일부를 상계해 환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여기에 일부 기업은 수출보험공사의 환율변동보험에도 가입, 부담을 덜고 있다. 반면 나머지 다수의 업체는 환율 추이를 좀더 지켜보면서 대처하겠다는 다소 소극적인 입장이다. 수출 비중이 50∼90%에 달하는 중소 정보가전, 통신업체들은 환율변동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원달러 환율 급락에 기업이 대응할 수 있도록 그 시기와 충격을 줄여줄 것을 요구했다.
◇대응방안=재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환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소업체들도 체계적인 환리스크 관리방안을 수립해 수준별로 외환 거래량을 처리하는 전술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소기업은 선물환이나 환변동보험 등의 상품을 이용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현재와 같은 달러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으로 거래방법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반도체·가전·정보통신·자동차 등 수출비중이 큰 기업들은 중장기적으로 달러 약세에 대비해 고품질·고도기술 제품을 확보해야 하며 사업 및 인력 조정, 한계사업 정리 등 지속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