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900원대 진입도 현실로...

IT업계 특단의 대책 골몰

원달러 환율이 29일 정부 개입 의지 천명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일각에서는 내년 1달러당 900원 심지어 800선까지 예상된다는 분석이 쏟아지면서 기업들도 경영계획 재조정, 생산시설 이전, 결제외화 변경 등 정면돌파를 준비중이다.

 29일 관련 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1040원에서 1050원대를 오가며 가파른 조정 국면을 겪고 있지만 조만간 900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당초 1050원대로 잡았던 원달러 환율이 계속 요동치자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유로화나 엔화 역시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어 단순한 결제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 이번 기회에 아예 글로벌시스템 구축으로 정면돌파하는 방식을 고민중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가전·정보통신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의 가격경쟁력 약화와 채산성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먼저 기술 유출 위험성이 적은 생활가전 분야와 정보통신 부문 세계화를 앞당길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환율을 1050원대 이하로 잡았던 내년도 경영 계획을 수정, 환리스크 증폭에 대한 시나리오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주요 시나리오는 헤징 비율과 유로화 결제 비율을 확대하고 외화예금과 매출채권을 줄이며, 외화 수입·지출을 감소시키는 방안이다.

 LG전자는 환율변동성이 확대될수록 가격경쟁력이 중요하므로 제품원가를 낮추는 데 주력하며,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 브라질,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생산거점을 다원화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환율 1000원대 붕괴에 대비하고 있지만 현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지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선물환 거래 등 외환관리 시스템을 가동하고, 결제 수단을 모두 엔화나 유로화로 바꾸는 중이다. 특히 연간 단위 거래시 환율에 따라 이익이 난 쪽이 손해 본 쪽에 이익의 50%를 보상하는 계약을 하는 등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LG화학(대표 노기호)은 내년도 기준 환율을 1100원으로 잡았으나 최근 원화절상이 이어지자 전사적 차원에서 환율 재검토에 들어갔다.

 LG화학은 환율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유로화나 엔화 등 강세 통화로 결제 수단을 변경하고 수출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회사는 EDC, SM, AN, 에탄올, INA 등 수입 원재료 결제 대금 지급기한 연장도 도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화 강세로 반도체, 가전, 정보통신, 자동차 등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에 대한 타격이 심하다”고 지적하고 “사업·인력조정, 한계사업 정리 등 IMF 관리체제에 이은 2차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