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가 ‘LG전자의 파나소닉코리아를 대상으로 한 지적재산권(특허) 침해 불공정무역행위 조사(‘04.11.4 조사개시 의결)’건에 대해 거의 보름 만에 전격적으로 수입 및 판매행위를 중지하는 잠정조치를 시행, LG전자와 마쓰시타의 특허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이번 조치는 외견상으로 일본의 세관, 우리나라의 무역위원회가 관여하는 정부 대리전 양상으로 번졌지만 LG전자와 마쓰시타의 최근 협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종속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앞으로 국내 업체들이 일본이나 해외 선진국으로부터 부당한 특허 공세에 직면했을 때 효과적으로 취할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초의 잠정 조치 시행=무역위는 신청인 LG전자가 제시한 증빙자료 및 관계 행정기관 자료 등을 근거로 피신청인의 불공정무역행위로 인해 신청인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보고 있거나 피해를 볼 우려’가 있는지 등 요건을 심의해 잠정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잠정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한 기업 사례가 전무한 상황에서 보름 만에 잠정조치를 결정했다는 것은 다소 파격적이라는 분석이다.
산자부 신기택 수출입조사과장은 “올해 초 삼성SDI와 후지쯔의 분쟁과는 달리 LG전자가 무역위원회에 잠정조치를 신청했고 국내 법에 따라 검토한 결과 잠정조치가 취해졌다”며 “지적재산권 침해 불공정무역행위 조사라는 전문성·특수성을 감안,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팀을 운영해 면밀하고 공정한 조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이 제도를 이용해 피해를 구제하려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청인인 LG전자는 이번 잠정조치 신청에 앞서 담보를 제공했으며 만약 LG전자에서 철회를 요청하면 바로 잠정조치는 종료된다.
◇무르익고 있는 협상 분위기=LG전자 측은 “일본 세관이 통관보류 수리를 한 이후 두 차례에 거쳐 마쓰시타와 협의를 진행했다”며 “마쓰시타가 이달 초 우리를 제소할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협상에 진척이 있음을 내비쳤다.
이 회사 디지털디스플레이&미디어(DDM) 사업본부장 우남균 사장도 최근 “마쓰시타도 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PDP업체끼리 싸워봤자 서로 상처만 입는다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며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지난 삼성SDI와 후지쯔가 미국·일본 등 2개 지역에서 삼성전자까지 포함된 소송을 진행한 것과 달리 일본에서만 소송이 진행되는 것도 마쓰시타가 확전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로 여겨진다. 만약 LG전자와 마쓰시타의 이번 특허분쟁에서 LG전자가 유리한 방향으로 특허문제를 해결할 경우 일본기업들의 무차별적인 특허 소송도 한풀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