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스토리지 업체인 EMC의 조 투치 회장이 지난 29일부터 30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2월 삼성전자와 스토리지 부문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기 위해 내한한 데 이은 두 번째 방한으로, 스티브 피츠 아태지역 사장도 동행했다.
조 투치 회장이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은 그동안 논의돼 왔던 한국 R&D센터 설립 문제를 마무리하고, 지난 2월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삼성전자와 협력관계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2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최지성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DM) 총괄사장과 김헌수 부사장을 만나 향후 비즈니스 확대 방안을 논의했으며, 30일 오전에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만나 R&D센터 설립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진장관은 한국 입지의 우수성과 센터 구축방식에 대해 조언했으며, 조 투치 회장은 이에 대해 ‘커스토머 니즈를 본다’고 말해 한국의 시장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 관계자는 “양측은 특히 이번 접촉에서 구체적인 시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며칠 뒤 실무 엔지니어가 방한 구체적인 연구분야나 연구수준 등 구체적인 사후작업을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조 투치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한국 정부와 EMC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해 이번 방한의 주 목적이 R&D센터 설립에 관한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와 관련 “삼성은 OEM과 리셀링 시장에서 10개사가 넘는 한국 고객사를 확보하는 등 우리에게 아주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는 ODM사업 부문에서도 협력을 추진하는 등 더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투치 회장은 이와 함께 30일 오후에는 국내의 주요 은행들의 COO, SI업체 관계자들과도 직접 만나 EMC에 대한 고객사의 요구를 파악하기도 했다.
△ 한국 정부와 논의중인 R&D센터 건립은 어느 정도 진척이 됐나.
- 한국의 정보통신부와 EMC의 R&D센터 건립에 대해 논의한 것이 사실이다. EMC는 오랫동안 이 사안을 신중히 검토해 왔으며, 이른 시일 내에 한국 정부와 EMC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 EMC의 R&D센터로 한국을 검토한 이유는.
- EMC가 글로벌 기업으로서 글로벌 인재를 발굴·육성하는 데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은 높은 교육열과 한국 엔지니어들의 기술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것이 한국의 소프트웨어 산업과 엔지니어 부문의 단단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R&D센터 건립에 관심을 갖는 것이고, 우리 또한 같은 맥락에서 큰 기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의 협력에 대한 평가는.
- 삼성전자는 기술력·디자인·제조 등 여러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의 판매망을 발판 삼아 EMC 스토리지 제품들이 매우 순조롭게 한국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애초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며, OEM과 리셀링 시장에서 10개가 넘는 한국 고객사들을 확보하는 등 우리에게 아주 큰 힘이 되고 있다. 앞으로 ODM 사업부문에서도 협력을 추진하는 등 더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 한국EMC에 대해 평가한다면.
- EMC는 항상 두가지 목표를 추구한다. 하나는 정보수명주기관리(ILM) 기업으로서의 변환이고, 나머지 하나는 판매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한국EMC는 50개가 넘는 EMC 외국지사 가운데 우리의 목표를 가장 잘 수행해 내고 있는 기업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한국경제를 감안해볼 때 한국EMC가 놀라울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매년 실시되는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도 한국EMC는 100%에 이르는 대단한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한국EMC의 대단한 가능성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투자 또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최근 소프트웨어 회사인 단츠를 인수했는데, 앞으로의 인수합병 계획은.
- EMC는 체계화되지 않은 정보를 처리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초점을 흐리지 않는 선에서 시장을 늘리겠다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인수합병은 엔지니어와 소비자 영역을 넓히는 좋은 방안이다. 더욱이 HP·IBM 등과 경쟁하기 위해 이러한 중소 규모의 서비스·시스템통합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은 전문인력 충원 차원에서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최근 단츠를 인수한 것처럼 인수합병 대상기업을 찾기 위해 매진하고 있으며 현재도 추진중이지만 특정 분야를 밝히기는 곤란하다.
△ 최근 들어 SMB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배경은.
- 2000년 초반부터 대형 고객이었던 대기업·금융회사·통신 회사들이 이미 IT시스템 기반을 완비해 IT와 관련된 투자를 삭감하는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에 대용량 저장장치를 공급해오던 EMC로서는 큰 고비를 맞게 됐다. 그 때 우리는 SMB 시장에서 거대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중소기업이 다뤄야할 정보의 양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 투자도 급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 ILM이 요즘 화두인데, 이에 대한 전략은.
- 앞으로 시장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소비자의 요구는 다양해질 것이다. 이에 대비해 EMC는 ILM과 같은 새로운 전략을 준비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스토리지 관련 요구뿐 아니라 그들의 정보에 대한 요구 전반에 대해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다루는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기업 역시 넘쳐나는 데이터들을 어떻게 경쟁력있고 안전하게 관리할 것인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ILM 모델은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ILM을 구축하면 각 기업이 정보 관련 비용을 50% 가량 절감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향후 IT산업 및 스토리지 산업 전망은.
- IDC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IT 관련 소비는 2003년 한해에 9160억 달러에 달하며, 2008년까지 연평균 6%로 성장해 1조20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스토리지 시장 역시 성장 속도는 6%대이며 앞으로 3년 동안은 지난 10년간의 성과보다도 빠른 성장을 보일 것이다. EMC는 매출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세계 시장을 사냥하고자 한다. 이는 다양한 요구를 가진 세계 도처의 소비자를 찾아 나서겠다는 의미이며 고객들이 필요성을 느끼기 전에 알맞은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박영하기자@전자신문 yhpark@etnews.co.kr
*조 투치, 그는 누구인가
조 투치(Joe Tucci)는 지난 2000년 1월 사장 겸 COO로 EMC에 합류했다. 그는 EMC에 합류한 후 1년간 기업경쟁력과 수익성 향상에 기여하며 탁월한 경영능력을 입증받아 2001년 1월, CEO 자리에 올랐다.
조 투치는 대형 스토리지 뿐만 아니라 중형 시장 및 NAS(Network Attached Storage) 시장에서 EMC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2002년과 2003년은 그에게 있어 기록적인 해가 됐다. EMC가 출범한 이래 신제품 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져 전세계 기업 정보 저장매체 가운데 베스트셀러인 ‘시메트릭스DMX’ ‘클라릭스 CX’ ‘NAS 셀레라’ 등이 이 때 선보였다.
그가 또 EMC의 CEO로서 주목을 받는 것은 EMC를 단순한 정보 저장매체 기업에서 정보관리 관련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서비스, 컨설팅 기업으로 변신을 이끈 주역이라는 점이다. 자체의 소프트웨어 기술뿐만 아니라 2003년 레가토시스템즈, 다큐멘텀, VM웨어 등의 초대형 인수합병을 끊임없이 추진, 2000년 취임 이후 모두 12개의 소프트웨어 관련 업체를 인수했다.
이처럼 그가 EMC를 변신시킬 수 있었던 것은 EMC에 합류하기 전 왕 글로벌(Wang Global)에서 6년간 CEO로 재직했던 경험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왕 글로벌에서 파산 직전의 기업을 성공적으로 개혁해 왕 글로벌을 중형 컴퓨터 제조업체에서 세계적인 네트워크 테크놀로지 서비스 및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그의 왕성한 활동 덕분에 왕 글로벌은 95년부터 98년까지 10개 회사를 인수했으며, 기업의 시장가치가 무려 세 배나 증가했다.
맨하탄 칼리지에서 학사, 콜롬비아 대학에서 MBA를 취득한 후 RCA코퍼레이션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출발했으며, 1991년 왕 글로벌에 있기 전에는 유니시스의 미국 정보시스템부문 사장으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