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가 ‘미래형 주거공간’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세간의 화제가 된 지도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홈네트워크는 개념적인 단계이고, 정형화된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 정부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 역시 상용화 수준은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모니터링 수준의 홈오토메이션이 홈네트워크의 전형인 것처럼 호도되기도 한다. 이는 홈네트워크가 다면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고, 실생활에서 구현된 사례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속에서 지난 6월 완공된 대구 태왕아너스 아파트는 480가구(2000여명, 46∼87평형)가 직접 홈네트워크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콘텐츠에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단일세대로는 최대 규모로 홈네트워크의 바로미터가 되기에 충분하다.
서울역에서 1시간 40분을 내달려 대구 태왕아너스 아파트를 찾았다.
◇홈시큐리티 갖춰=집에 들어가니, 일종의 컨트롤러인 ‘홈패드’가 눈에 띈다. 실제로 이 ‘홈패드’는 집안 가전기기를 통합, 제어하기 위한 핵심 디바이스이자, 집안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고 TV를 시청할 수 있는 단말기이기도 하다.
‘홈패드’는 터치스크린 형태로 외출/휴가/취침/극장/우리집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외출했다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등과 에어컨이 자동으로 켜진다. 혹시 부재중에 누가 오지는 않았을까. ‘홈패드’를 작동해 보니, 옆동에 사는 사람이 다녀갔다. 도어폰에서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화면이 캡처돼 월패드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방문자 목록을 통해 시간대별 방문자도 파악할 수 있다.
또 현관과 베란다에 설치된 침입감지센서로 부재중 외부인의 침입여부를 식별, 경비실과 입주자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내 준다.
주방으로 들어갔다. 싱크대 옆에 모니터(TV폰)가 있다. 인터폰과 연결돼 있어 방문자 확인이 가능하며, TV도 볼 수 있다.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넣고 다른 일을 보고 있자니, ‘음식이 다 됐다’는 메시지가 뜬다.
각종 모니터링 시스템도 완비돼 있다. 전기, 가스 등 에너지 사용량과 고장/진단이력을 점검할 수 있고, 절약옵션을 선택하면 원하는 전략랑까지만 사용이 가능해 효과적으로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다. 외부에서도 인터넷이나 휴대폰을 통해 각종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백미는 지역정보와 연계=태왕아너스 아파트 홈네트워킹의 백미는 단연 단지솔루션이다. 아파트 가구 간 네트워킹 체제인 단지솔루션이 구축돼 있어서 가구간 영상 채팅이 가능하기 때문. 태왕아너스 아파트에 입주해 있는 배영숙씨(42)는 “직접 얼굴을 보면서 얘기할 수 있어 좋다”며 장점을 소개했다.
놀이터와 같은 단지 내 전용시설에 대한 모니터링 내용도 홈패드나 주방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으며, 단지 외부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특히 백화점, 병원, 관공서 등 거주지역 주변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으며, 음식점인 경우에는 직접 배달주문까지 가능해 실용성을 한층 높였다.
◇콘텐츠 늘려갈 계획=태왕아너스 아파트는 삼성전자 ‘홈비타’를 통해 홈네트워킹이 구축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프리미엄이 평균 1억5000만원이 올랐다. 주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앞으로는 교육이나 엔터테인먼트, 건강과 관련한 콘텐츠도 보강할 계획이다. 태왕아너스 아파트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한 삼성전자는 “디지털TV와 휴대폰을 통해 관련 콘텐츠를 얻을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조명, 에어컨, 가스보일러, 전자레인지, 세탁기 등 일부 제품만 제어할 수 있고,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한 타사의 가전제품은 사용에 제약이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