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한라산 꼭대기에 놓여 있는 쌀 한 톨까지 구별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성능(공간분해능)을 가진 전파망원경이 오는 2007년까지 국내에 구축된다.
한국천문연구원(원장 조세형)은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외계 전파를 연구할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12월 2일 울산대(총장 정정길)에서 기공식을 하고 본격적인 KVN 구축 사업에 들어간다고 30일 밝혔다.
총 240억원을 들여 울산대에 건설할 울산전파천문대에는 서울(연세대), 제주도(탐라대)와 함께 거리가 500㎞에 달하는 삼각 축을 이룰 최첨단 밀리미터파 대역의 초장기선 전파 간섭계(VLBI) 관측망의 한 축 역할을 할 지름 21m의 전파망원경이 들어서게 된다.
◇서울서 한라산 위 쌀한톨까지 분간=오는 2007년 12월 완공될 KVN 사업은 성능이 허블 우주망원경의 수십 배, 지상 광학망원경의 수천 배 이상으로 서울서 한라산 정상의 쌀 한 톨까지 구별이 가능하다.
이 같은 성능 구현에는 수백∼수천㎞떨어져 있는 두 대 이상의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천체 전파 신호를 합성하는 VLBI 기술의 원리가 이용된다.
천문연은 특히 기존의 VLBI시스템이 구현하지 못한 세계 수준의 밀리미터파 대역으로 고분해능을 구현해 △한반도의 지각 운동의 관측 △원전 지대의 단층대 감시 △지구의 자전, 지각 변동 국제 공동연구 △천체 전파 수집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KVN을 운영하기 위해서 천문연은 하루 10테라바이트의 저장 용량과 1 급 초고속 자료 기록 기술, 초저잡음 및 고주파수 대역 데이터 수신 시스템 등의 기술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외국선 어떻게 하고 있나=유럽에서는 18대의 각지 전파 망원경을 연결한 ‘유럽 VLBI 네트워크(EVN)가 운용 중이다. 또 이와 유사한 네트워크로는 아시아-태평양 네트워크(APT), 전 세계 7대의 전파 망원경으로 구성된 밀리미터 VLBI 네트워크(CMVA) 등이 국제 공동 관측망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영국은 자국 내 7대 전파망원경으로 구성된 ‘멀린(MERLIN)’을, 미국은 지름 25m 크기의 전파망원경 10대를 잇는 최장기선 8600㎞에 이르는 VLBI 전용 관측망(VLBA)을 각각 운용 중이다. 일본은 현재 지름 21m급 전파 망원경 4대를 잇는 기선 2000㎞의 VLBI전용 관측망(VERA)을 건설 중이다.
그러나 이들 관측망의 주파수 대역은 40㎓ 이하이거나 일본만 일부 망원경에 86㎓ 이상의 대역서 운영되고 있어 실제 감도가 뛰어난 밀리미터파 대역의 관측망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인 셈이다.
김현구 전파천문연구부장은 “향후 북한지역에 2기의 안테나를 설치하는 사업 확대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우리 나라의 천체 기초 연구의 초석을 놓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