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샨다네트워크가 액토즈소프트의 경영권을 전격 인수한 사태를 놓고 국내 게임업계는 중국기업의 한국 게임업체 사냥이 본격화되는 징후로 풀이하고 있다. 예고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점에서는 긴장감마저 돌고 있다.
특히 이번 액토즈의 피인수가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위상을 크게 떨어뜨린 일대 `사건`으로 인식되면서 앞으로 닥쳐올 중국 기업들의 온라인게임시장 대공세에 시급히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직접 키운 기업에 의한 이번 역인수 사례는 향후 중국 진출을 준비중이거나,이미 서비스를 진행중인 기업들에는 ‘중국 파트너가 경계대상 1호’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뚜렷이 인지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샨다의 노림수=샨다네트워크는 액토즈를 비롯, 액토즈가 40%의 지분을 보유한 관계사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미르의 전설2’의 서비스회사로 출발, 지난 5월 나스닥에 직상장해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다.
그 와중에서도 샨다는 ‘미르의 전설2’ 운영권과 액토즈의 경영권까지 잠식해가는 대담성을 마다하지 않았다. 샨다는 이와함께 미르시리즈를 베끼다시피 만든 아류작 ‘전기세계’를 발표해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전기세계’는 위메이드와 액토즈를 공동 원고로 베이징인민법원에서 지적재산권 소송에 휘말렸다.
이번 액토즈 인수의 결정적인 목적도 이 소송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샨다의 진로에 치명적인 덫이 되고 있는 이 사건에서 공동원고인 액토즈를 뺌으로써 소송 자체의 신뢰성을 무너뜨리겠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남아 있는 변수=액토즈의 피인수에 또 다른 당사자인 위메이드 측은 격앙된 분위기다. 액토즈 측이 보유한 지분 40% 이외의 60%가 박관호 회장의 우호지분이어서 위메이드의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지만, 샨다와 진행중인 지재권소송 등 2개의 소송이 이번 피인수건으로 ‘물타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구나 ‘미르의 전설2’ 등 미르시리즈의 운영권이 3자 합의를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이제 결국 샨다를 맞상대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하게 됐다.
샨다의 게임사업부문 대표인 탕쥔 사장은 이와 관련, 지난 29일 내한, 30일 오후 위메이드 측과 긴급 접촉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샨다 측은 내년 9월 28일로 종료되는 ‘미르의 전설2’의 서비스 기한 연장과 위메이드의 기술지원을 적극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위메이드 측은 일단 액토즈 경영권과 관계없이 샨다와 진행중인 소송을 끝까지 밀고 간다는 입장이다. 결국 액토즈의 경영권 향배와 상관없이 위메이드는 여전히 ‘칼자루’를 쥐고 있는 셈이다.
◇삐뚤어진 경영관이 남긴 과제=이번에 중국기업에 피인수된 액토즈는 온라인게임시장 1위를 달리는 게임의 공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무엇보다도 액토주의 최대주주인 이종현 전 사장은 게임이라는 수단을 통해 엄청난 부는 얻었을지 모르나 산업 차원에서는 한국 게임산업만의 유무형 자산을 중국에 팔아먹은 결과를 낳았다.
게임업계에서는 이 전 사장을 ‘어차피 게임판을 떠날 사람’으로 오랫동안 인식해 왔다. 결국 그는 게임시장을 떠나면서까지 한국 게임산업에 전혀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쓴 셈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