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역통합망(BcN) 사업은 정통부와 한국전산원이 지난 8월 말 KT주관의 옥타브, SK텔레콤 주관의 유비넷과 데이콤의 광개토 등 3개 시범서비스 사업자를 선정하며 본격화했지만 정부와 사업자의 투자의지 부족에 통신과 방송사업자의 헤게모니 경쟁이 겹쳐 난항이 예상된다.
◇방송없는 BcN 가능한가?=BcN 시범사업에 방송사업자들은 아예 불참 의사를 나타냈다. 정통부와 한국전산원은 케이블TV 업계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와 디지털미디어센터(DMC) 업체들은 강력하게 추진중인 디지털케이블TV 전환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충분히 BcN 사업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2005년 1분기에는 디지털케이블TV 시대의 개막과 함께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등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2차 시범사업을 선정하는 내년까지 끝내 방송을 끌어안지 못하면 BcN 시범사업 의미는 반감된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케이블 업체 단독으로 차세대 케이블네트워크(NGNA)를 국내에 적용할 계획”이라며 “케이블 업계의 BcN사업 참여는 물 건너갔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통신·방송 융합법의 제정이 이해관계를 해결하지 못해 미뤄지고 있는 것도 BcN 시범사업을 어렵게 만든다. BcN 시범사업 대부분이 통신·방송 융합서비스로 현 법·제도 안에선 불법이기 때문이다.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는 “통신사업자들과 HFC망 기반의 유선 사업자들이 독자적으로 BcN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통신사업자들이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방송을 끌어안지 않는 상황에서 BcN은 그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서둘러 선순환 만들어야=각 컨소시엄은 공통적으로 ‘예산부족’을 호소했다. 특히 장비·부품 업체들의 생산효과를 유발하는 선순환을 위해 2년간 3개 컨소시엄에 90억원(컨소시엄당 연 13억3000만원) 지원으론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민간 컨소시엄의 예산 비중은 각각 14%, 86%로 민간이 압도적이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차세대 인프라구축사업을 민간에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각 사업자는 지방자치단체와 T거버넌스를 위한 사업을 추진중이나 지자체들이 예산집행을 꺼려 모든 부담을 컨소시엄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BcN 시범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구축해야 하는 통합과금시스템에만 약 10억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컨소시엄 측은 “주간사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 애초 계획한 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장비·부품 개발업체들은 정부의 시드머니(투자자금)도 적고 사업자들도 소위 ‘개발 이후’를 보장하지 않아 진퇴양난에 빠졌다.
한 장비업계 사장은 “BcN 장비는 어차피 차세대 통신장비의 모델로 개발중이지만 막대한 자금이 소요돼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장비들은 시험용 고가장비일 수밖에 없다”며 “KT나 데이콤, SK텔레콤 측이 (차세대 망에 대한) 일정한 투자를 약속한다면 장비·부품업체들이 개발에 뛰어들어 가격 하락을 재촉하겠지만 지금은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전산원의 핵심 관계자는 “WTO가 있어 IT분야 정부예산 지원에 한계가 있으나 2단계 시범사업부터는 지금의 3배 정도가 필요하다”며 “방송사업자도 궁극적으로 BcN사업에 참여, 서비스 구현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차세대 케이블네트워크(NGNA)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고 예산 및 법·제도 지원을 확충하지 않으면 BCN 사업의 난항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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