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를 꿈꾸는 이공계 연구대학의 양대 산맥,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포항공대(POSTECH). 두 대학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는 박찬모 POSTECH 총장과 로버트 러플린 KAIST 총장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과학실험에 대한 호기심이 남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러플린 총장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고, 박 총장이 세계적인 석학으로 성장하기까지 보이지 않는 노력도 대단했지만 ‘과학기술에 대한 호기심’은 똑 같았다.
◇어린 시절, 나의 꿈은 ‘과학’=두 사람은 국내 최고의 과학 두뇌들을 키우는 이공계 대학의 최고 사령탑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자라온 환경은 크게 다르다. 그렇지만 그들이 지내온 어린 시절 ‘과학’에 대한 애착심은 비슷했다.
러플린 총장은 “틈만 나면 주택 지하에 마련되어 있는 작은 창고에 내려가 실험하는 것이 일과였지요. 한번은 소디엄 하이 드럭사이드 실험을 하다 손으로 액체가 흘러 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어요. 당시 흉터가 지금도 남아 있지만 이 실험이 지금의 노벨상의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해요.”
러플린 총장은 공부보다는 실험 같은 것에 몰두했기 때문에 학교 성적은 반에서 중간 정도인 30등 정도 밖에 못했다고 겸손해했다.
박 총장은 “초등학교 시절에는 광석라디오(간단한 동조회로 ·검파기 및 리시버로만 이루어진 라디오)를 만들며 하루를 보냈어요. 중학교 때 나트륨을 담은 비커를 개울물에서 폭발시켜 여학생들을 골려줄 정도로 장난끼도 있었지요. 어쨌거나 어릴 적부터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아주 많았던 것 같아요.”
◇소중했던 ‘첫 강의 경험’=교수생활을 하면서 첫 강의에서 두 사람이 느낀 점도 비슷하다.
러플린 총장은 스탠퍼드에서, 박 총장은 미 메릴랜드 대학원에서 첫 강의를 한 기억을 갖고 있다.
러플린 총장은 이를 위해 수십시간을 강의 준비 했고, 박 총장도 언어소통문제나 동양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1시간 강의에 8시간을 준비했다고 옛일을 회고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철저히 강의를 준비해도 학생들의 반응은 미덥지 않더라는 것. 이유는 바로 눈높이에 있었다고 두 사람은 공감했다.
“강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기 시작하자 인기가 올라갔어요. 심화학습은 학생의 몫이지 결코 교수의 몫이 아니에요 . 교수는 단지 길을 가르쳐 줄 뿐이죠.” 두 총장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청소년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러플린 총장은 “시험은 누구나 싫어하는 것 아니냐”며 “그러나 어차피 해야할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라”고 충고했다.
박 총장은 “청소년기 공부방법에 대해 수업과 강의시간에 충실해야 한다”며 “자기 역량과 포부를 확실히 알고 거기에 맞는 대학을 선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 명문을 꿈꾼다”=박 총장은 POSTECH을 미 캘리포니아 공대와 MIT공대의 장점을 융합한 신소재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울 생각이다.또 미국의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교수생활을 한 러플린 총장은 KAIST를 ‘제2의 스탠퍼드’로 육성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공히 세계 톱 10, 나아가 세계 상위권 대학 진입이 목표다. POSTECH은 기초 및 응용 과학에 강한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고 있다. 박 총장은 현재 추진중인 철강대학원의 구조조정과 내년부터 매년 190억 원을 투입해 추진할 철강프로젝트를 통해 철강 분야 연구를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또 도입을 추진중인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기반으로 2014년께엔 BT와 IT, NT의 융합기술 분야 연구의 세계적 모범대학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향후 10년 내에 교수나 졸업생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현재 비어있는 강당 앞 두 개의 좌대에 적어도 1개쯤은 주인을 찾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러플린 총장은 대학 전체의 시스템을 선진국형으로 바꾼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금까지 KAIST가 추진해온 학제간 통합연구를 가속화하기 위해 일부 학과를 통합하고 미 스탠퍼드대가 운영중인 ‘독립실험실’제도 등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KAIST는 오는 12월 중순께 내부 교육 시스템 및 운영 방식, 졸업 방식 등을 전면 개편할 계획으로 ‘KAIST 중·장기 발전 계획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이킹과 걷기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러플린 총장과 등산과 걷기로 체력을 단련하고 있는 박 총장의 어깨에 한국과학기술의 미래가 달려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