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한국전자통신연구원 IT기술이전본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임주환)이 10년 전 개발한 CDMA는 올해까지 미국 퀄컴사로부터 2000억 원이 넘는 기술료 수익을 올리는 등 지금도 ‘효자 기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당시 CDMA기술 개발에 들인 자금은 모두 781억 원. 그러나 경제파급 효과는 54조 원에 달한다.

‘기술=돈’이라는 R&D의 엄청난 힘을 ‘몸’으로 체득한 ETRI가 지난 10월 ‘제2의 CDMA’를 찾기 위해 작정하고 나섰다.

ETRI가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의 성장동력을 견인할 전위대로 IT기술이전본부(ITEC 본부장 박권철)를 차리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매년 매출 1000억원 이상 되는 전전자교환기(TDX)급 정도의 아이템 10개 이상 발굴 △오는 2007년까지 1000개 기술, 1600개 기업에 이전 △2010년 대박 매출 달성. ITEC이 스스로 정한 미션이다.

“기존의 조직체계와는 기본부터 다릅니다. 팀장급을 아예 R&D전문가로 영입하는 등 기술적인 접근을 시도, 기업이 필요로하는 패키지화 된 ‘돈 되는 기술’만을 이전할 방침입니다.”

박권철 본부장의 말이다.

ITEC의 기본 틀은 크게 △기술이전 △기술진흥(벤처지원) △기술평가 등 세 가지다. 여기에 연구원들을 총괄 지원할 전문위원 시스템을 덧붙이면 전체 그림(조직 체계)이 나온다. 내년엔 20여 명의 전문위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이 새로 시장에 맞게 기술을 세팅할 필요없이 바로 상품화하거나, 아예 기술자가 기업에 상주하며 성공할 때까지 테크니컬한 지도를 할 수 있는 밀착정책을 펴겠다는 것이 ITEC의 사업 추진 핵심이다.

기술 평가도 만만치 않다. 예전처럼 쉽게 보고 덤비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이번 주 초에 열린 기술평가 심사장은 난상 토론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설전이 이어지는 등 냉혹하리만큼 만치 엄격한 심사가 이루어졌다. 심사 대상에 올랐던 기술 개발자가 ‘학’을 뗄 정도였다.

기술 평가를 거쳐도 △돈이 되는지 △돈은 안되지만 원천기술로 확보할 기술인지 △넘겨줄 업체는 몇 곳으로 해야하는지 △이 기술이면 기업이 얼마나 돈을 벌 것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본다.

“지금의 총 인력규모는 26명이지만 조만간 100명까지 늘려갈 계획입니다. 업체의 장비까지 지원하는 등 벤처설립부터 운영, 보육까지 한곳에서 원스톱 풀 서비스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몸’으로 뛰는 마케팅 지원을 선언하고 나선 기술이전팀 강병용 팀장의 말이다.

ITEC는 R&D 프로젝트의 지적 자본화도 함께 추구한다. 연구인력과 기술, 노하우를 돈으로 환산하는 작업이다.

ETRI가 IT의 메카라는 말은 듣지만 도대체 보유한 R&D와 인력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는 한 번도 계산한 적이 없다. 연구 과제가 향후 얼마짜리 가치를 갖는지 정확한 데이터가 나와야 기술을 담보로 한 금융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신기술이라고 하지만 이전과정에서 기술보증을 해달라고 하면 막막합니다. 시장이 정부 정책 변화에 좌우되기 때문이죠.”

기술이전팀 박찬호 연구원이 말하는 벤처 육성 및 성공을 위한 정부의 지원 조건이다.

사업개발팀 하태문 연구원도 한마디 거들었다. “기업을 향한 최초의 맞춤식 기술이전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상품화를 위한 온·오프라인이 겸비된 입체적인 종합 지원체계가 갖추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