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반도체 기업에서 배운다](3)전고영 아나로그디바이스코리아 사장

“우리 아나로그디바이스에서 배울 점은 신호처리 한 분야에 집중하고 꾸준하게 그 분야를 연구·개발해 최고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아나로그디바이스의 전고영 사장(46)은 최근 싹트고 있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해 지금까지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한 발짝 더 나아기 위해서는 아나로그디바이스처럼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국내 벤처 업체들이 휴대폰용 칩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휴대폰에 집중하는 것은 잘하는 일입니다. 국내에는 휴대폰과 관련한 우수한 인재들이 많고, 시장과 제조업체가 함께 있다는 것입니다.”

 전사장은 시장에 기반한 기술 개발을 통해 특정 분야에서 최고가 돼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아나로그디바이스가 반도체 경기 변동 속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최고가 될 수 있던 동력이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나로그디바이스는 시그널 컴퓨팅 회사며 신호처리 부분을 핵으로 잡고 영역을 점차 넓혀가는 회사입니다. 하이퍼포먼스 아날로그 반도체 및 디지털신호처리(DSP)를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임무입니다.”

 전사장은 아나로그디바이스가 10년 전 잡다한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으로 컨버터, 증폭기, DSP를 중심으로 하는 현재의 사업구조를 갖추고 연구개발에 집중, 고성능 컨버터 및 증폭기 부분에서 세계 1위 공급 업체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을 사용하게 된 것은 이 당시부터 디지털가전이 앞으로 대세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디지털 가전에 필요한 반도체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엔지니어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반도체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이 마케팅·영업과 접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내 업체들도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휴대폰, 디지털TV 등 국내에서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전사장은 아나로그디바이스와 업체 간의 협업을 통한 윈­-윈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나로그디바이스는 VAR(Value-Added Representative)이라는 프로그램을 실행중입니다. 우리가 갖지 못한 기술이 있는 회사와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처음부터 하는 것입니다. 현재 대기업들과 이 프로그램을 실행중이며 국내 벤처기업들에도 문이 열려있습니다.”

 융·복합화하는 디지털 시대의 추세에 따라 한 회사가 모든 분야를 잘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잘하는 부분을 서로 모아서 보완하는 협업 관계자 중요하다고 전사장은 지적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아나로그디바이스는 어떤 회사...

아나로그디바이스는 지난 65년 설립된 회사로 본사가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노르우드에 있다. 이 회사는 아날로그, 혼합신호, 디지털신호처리 등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 회사는 9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중 3500명이 엔지니어며, 12개국에 디자인센터를 설립해 운영중이다. 지난해의 경우 매출은 26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중 18% 정도인 5억달러 정도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설립 이후 이 회사는 산업공정 제어, 공장자동화 및 레이더시스템에서 무선 기지국, 광대역 모뎀, 무선전화, 디지털카메라,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용 칩을 개발·공급중이다.

아나로그디바이스는 초고속 컨버터, 증폭기, 고성능 PC오디오 및 열 감지 장치, ADSL 라인 드라이버 분야 등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아날로그 반도체의 여러 분야를 선도해가고 있다. 아나로그디바이스는 컨버터 제품군에 있어 세계 시장의 45%를 장악하고 있으며 고성능 증폭기 시장에서도 40%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아날로그 신호 칩뿐 아니라 디지털 신호 부분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아나로그디바이스에서 DSP 매출 비중은 20% 정도며 현재 ‘블랙핀’, ‘타이거샤크’ 등의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중이다. 이 회사의 DSP는 주로 디지털카메라, 이동통신 기지국, 휴대폰, 자동차 등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