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1개 나라로 퍼진 `라그나로크`
지난 2002년 매력적인 13억 인구의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며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중국 상용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3년 봄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중국을 시발점으로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중국 상용서비스에 급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급기야 베이징시 당국은 인터넷카페 등 문화 오락장 영업을 전면 정지시켰고 라그나로크의 마케팅 활동은 중지되었다. 라그나로크의 중국 서비스 자체가 중단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흘린 땀과 노력을 접을 수는 없었다. 필자 스스로가 위험을 감수하고 중국 진출의 선봉이 되고자 결심했다. 중국 파견을 지원하는 직원이 하나 둘 늘어갔다. 결심을 믿고 따라와 준 직원들의 모습에 천군만마를 얻은 듯 기뻤고, 결국 예정대로 상용화 준비를 추진해 나갔다.
위기는 곧 기회로 다가왔다. SARS로 필수품이 된 마스크에 라그나로크 캐릭터를 삽입하여 배포하면서, 라그나로크를 알려나갔다. 또 라그나로크를 건전한 가족 게임으로 포지셔닝해 외부 활동이 차단된 중국 가정을 공략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집에서 접속하는 이용자수가 급증했다. 죽음을 불사한 현지화 마케팅 전략으로 라그나로크는 2003년 8월, 중국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었고 현재 720만 중국 이용자들에게 사랑받는 인기 게임으로 성장했다.
필자는 방문하는 나라마다 이용자들의 생각과 그들의 전통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철저한 현지화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한국 게임 사상 최초로 세계 21개국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지난 6월 21개국 2900만 이용자 대표가 모인 ‘라그나로크 월드 챔피언십(RWC2004)’이 서울에서 열렸다. 이용자들은 인종도 나이도 성별도 차별도 없다. 오직 라그나로크 이용자라는 공감대만으로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며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국내 온라인 게임은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게임업체들이 중독성이 강한 게임, 사행심을 조장하는 게임에 치중하는 동안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거대 외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중의 하나로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싶다. ‘게임은 게임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라그나로크를 통해 얻은 게임에 대한 필자의 철학이다.
이용자들에게 게임 그 자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게임으로 미래의 치열한 경쟁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
이점은 한 달에 두세 번 대학이나 각종 포럼 등에서 강연할 기회를 가질 때면 항상 빼놓지 않고 하는 얘기다. 우리 게임 산업에 대한 막연한 낙관을 경계하고, 게임대국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함께해 줄 것 또한 부탁 드린다.
필자는 이제 한국 게임계에 미약하나마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게임에 대한 열정을 가진 젊은 두되들을 위한 장학 사업뿐 아니라 그들이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행운의 장을 마련해 줄 계획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각종 강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몸은 피곤할지라도 마음은 항상 즐겁다. 게임을 배우고자, 경영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필자의 지난 경험들이, 필자의 작은 성공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kimjr@gravit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