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왜 에듀게임인가?

‘교육(education)’과 ‘오락(entertainment)’이 융합된 이른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의 시도는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줄기차게 시도돼왔지만 큰 성과를 거두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게임 유저가 1000만명이 넘고, 청소년들의 대부분이 1∼2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는 상황에서 게임은 이제 단순한 상품으로서만이 아니라 TV 프로그램과 같은 공공적 문화 인프라로 보아야 한다. 교육용 게임, 즉 ‘에듀게임’ 시장 활성화의 당위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특히 10대 청소년 게이머들의 경우 어떤 활동에 할당하는 시간보다 게임 이용 시간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게임을 둘러싼 불협화음은 이제 세대간 갈등과 같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에듀게임의 명분이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 시간이 오로지 재미만을 위한 소모적 시간이 된다면 청소년들의 자기 개발은 저해되고 긴 안목에서 볼 때 국가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한다.

TV 콘텐츠를 봐도 에듀게임은 범 국가적으로 살릴 필요가 있다. TV방송의 경우 연예·오락 프로그램과 교양·정보 프로그램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그렇지 못할 경우 비난을 받는다. 덕분에 TV는 무리 없이 우리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에듀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산업이 지금보다 더 발전하려면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 마치 TV콘텐츠를 대하는 것처럼 긍정적이 되어야만 한다”면서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에듀게임”이라고 강조한다.

시장 논리로 보아도 에듀게임은 필요하다는게 마케팅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내 게임 시장이 포화라는 말은 이제 낯선 말이 아니다. 많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MMORPG 등 많은 게임들이 제한된 시장을 놓고 제로섬 게임을 벌이다 유료화에 실패하고 무료화를 선언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일이 어느정도 한계에 달한 것이며, 대안은 에듀게임을 통해 시장 파이를 수평적, 수직적으로 늘려야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인터넷 콘텐츠 가운데 게임 이외에 유료화가 가능한 가장 대표적 콘텐츠가 바로 교육이다. 오프라인 교육 출판 시장의 크기는 영어 분야 하나만 보아도 연간 5000억원이 넘는다. 온라인 게임 전체 시장의 크기에 필적하는 큰 시장이다.” 교육(영어)적 요소를 담은 온라인 게임 ‘스펠메이지’ 개발사인 부룩소의 김광수사장의 말이다. 인터넷에 익숙하고 또 비용을 지불할 준비까지 되어 있는 불특정 다수의 교육 콘텐츠 이용자들은 매우 매력적인 게임 잠재 고객들이라는 얘기이다.

대안은 문제점에서 찾아야 한다. 현재 인터넷 교육 콘텐츠를 구매하거나 영어 교재를 구매하는 유형의 사람들이 현재와 같은 하드코어 게임에 큰 관심이 없다는게 정설이다.

결국 이들을 게임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의 자기 계발 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도 기존의 교육 콘텐츠가 주지 못했던 차별화된 재미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교육용 게임이 많이 배출돼야한다. 전문가들은 “고스톱이 중장년층을 게임시장으로 이끌었고, 골프 게임이 고소득 웰빙족을 게임으로 이끌었듯이 완성도 높은 에듀게임으로 이들을 시장으로 흡수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에듀게임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하면, 투자금을 받기 위해 여기 저기서 교육용 게임을 만들겠다는 업체가 나올 것이 자명하다. 물론 제대로 된 투자처를 선별하는 일이 투자 자체보다도 더 중요하다.

벤처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교육용 게임시장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자본 이득 차원에서도 충분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과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에듀게임 육성을 위한 비젼을 제시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좋은 상품이 만들어져야 그로부터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다. 또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선 자금과 기술이라는 두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에듀게임에 관한한 이 두 가지가 다 부족한 실정이다.

우선 자금을 보자. 자금은 개발과 마케팅의 두 단계에서 다 필요하다. 개발 단계의 자금은 개인 투자가 차원에서 조달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마케팅 자금은 규모도 크고 또 리스크가 크다.

특히 교육용 게임의 경우 상품의 카테고리 자체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인 만큼 홍보 비용 외에도 카테고리 자체의 홍보를 위한 추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결국 투자 규모도 더 크고 감수해야 할 위험도 더 많은 상황에서 선뜻 나서는 투자 주체가 나오기 어려운 형국이다. 바로 이 점이 국내 에듀 게임 시장의 활성화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이다.

두 번째가 기술 부분이다. 완성도를 갖춘 에듀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선 기존 온라인 게임 기술은 물론 여기에 더해 게임의 오락성을 교육적 기능과 접목시킬 수 있는 전문적 기획 역량을 갖추어야 하지만, 이같은 기획 역량을 갖춘 인재가 국내에 거의 전문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높은 에듀게임을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용 콘텐츠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는 RPG를 만들기 위해서 개발자들이 최소 수년 이상의 RPG 이용 경험과 개발 경험을 쌓는다”면서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에듀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그것을 개발자들이 그 분야에 관한 풍부한 전문성을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전문인력이 테부적인 상황에서 에듀게임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제품 퀄리티 저하→시장 창출 실패→투자 위축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