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킹]소프트맥스(상)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시장 상황에 따라 부침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오래도록 좋은 기업으로 남는 기업은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저력이 있게 마련이다. 국내 PC 게임 개발업계의 전설로 남아있는 소프트맥스(대표 정영희)가 그런 곳이다.

국내 게임업계의 맹주이자 2000년초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던 이 회사는 온라인게임의 부상으로 위기를 맞았다가 최근 콘솔게임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실제 ‘마그나카르타: 진홍의 성혼’이 일본 PS2용 판매 순위 1위를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소프트맥스의 저력을 확인시켜주었다.

소프트맥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PC게임 ‘창세기전’이다. 95년 ‘창세기전I’을 시작으로 2000년 ‘창세기전Ⅲ PART II’에 이르기까지 이 시리즈는 국내서만 70만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국내의 극심한 불법 복제 현실을 감안하면 수 백만장 이상에 달하는 기록적인 일이다. 소프트맥스의 성공원인은 무엇보다 뛰어난 게임 기획과 캐릭터 메이킹 능력 때문으로 보인다.

99년 발매된 ‘창세기전3 PARTⅠ’의 경우 동서양 문화와 이슬람 문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시나리오와 4장의 CD로 알 수 있는 긴 플레잉 타임을 자랑한다. 기획 능력을 뒷받침하는 것이 매력적인 캐릭터 메이킹 능력. 일본에서 돌풍을 모으고 있는 ‘마그나카르타’도 PC게임에서 보여준 소프트맥스의 캐릭터 메이킹 능력을 보고 일본의 반포레스트가 20억원 이상의 개발비를 선지원했다. 소프트맥스의 온라인 커뮤니티 ‘4LEAF’이 빈약한 콘텐츠에도 불구, 회원수가 현재 200만명에 이르는 것이 두 장점을 높게 사는 마니아들의 있기 때문이다.

# PC사양 및 환경변화 흐름 간파

소프트맥스는 1994년 10월 법인 설립 이후 국내 PC 패키지 게임의 역사와 궤적을 같이했다. 국내 PC게임은 80년대 초 애플컴퓨터 보급 확산으로 개리엇 형제의 ‘울티마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으며 80년대 후반 8비트 컴퓨터 시절의 MSX 게임 득세 이후 90년대 초반 DOS와 IBM 컴퓨터의 보급과 함께 코에이의 ‘삼국지’시리즈 등이 인기를 끌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주요 저장 수단이 플로프디스크였고 모니터도 흑백이었기에 PC게임은 아케이드에 비해 크게 열세일 수 밖에 없었다.

게임업체라고 해봐야 일본에서 아케이드 게임을 수입해 유통하는 업체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94∼95년부터 윈도우를 기반으로 하는 운영 체제와 CD롬, 컬러 모니터 등이 다수 보급되면서 그래픽 등의 대용량화가 추진되었고 이 과정에서 온라인이냐 패키지냐의 문제일 뿐 PC 게임 시장이 국내 게임 시장 성장을 주도할 분야로 등장했다.

소프트맥스의 조영기 이사 등 주요 창립 개발자들은 예전 PC통신 ‘하이텔’의 게임 아마추어 동호회 출신들이다. 그들은 효성 인포맥스 출신의 현 정영희사장과 의기 투합해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94년 6월 1만5000장 이상 판매된 ‘리크니스’라는 게임으로 게임시장에 명함을 내밀었고 이때 ‘라그나로크 ’개발자로 유명한 김학규씨가 잠시 개발에 동참하게 된다.

# 지금도 계속되는 ‘창세기전 신화’

95년 ‘창세기전I’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소프트맥스는 그 후 200년까지 출시작마다 성공을 거두면서 성공가도에 진입했다. 96년과 98년에 출시된 ‘창세기전II’ 와 ‘창세기전II’ 의 외전인 ‘서풍의 광시곡’이 각각 8만장, 15만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고 99년과 2000년에 발매된 ‘창세기전 Ⅲ’ PART I 과 PART II 도 각각 12만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였다.

이런 게임들은 아직도 번들 게임 형태로 꾸준한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올해 소프트맥스는 PC 게임 신작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국내 시장에서 PC 게임 매출이 2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실적도 고도 성장을 거듭하며 2001년 코스닥 등록의 초석을 마련했다. 98년 17억원이었던 매출액은 99년 35억원, 2000년 53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 역시 98년 3억원, 99년 12억원, 2000년 18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PC 게임 역사가 미국에 비해 10년 이상 뒤졌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과다. 소프트맥스의 성공은 특히 그후 판타그램, 위자드소프트 등 PC게임 업체는 물론 온라인게임 업체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임진욱 우리증권 기업분석팀 선임연구원 kidding7@wooris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