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큐로드` 당구 동호회

PC방에 밀려 당구장의 입지가 매우 좁아졌지만 여전히 성인들의 게임으로 당구의 인기는 죽지 않았다. 게임 개발사 큐로드의 당구 동호회는 당구인이 많아 자연스럽게 동호회가 결정된 케이스로 사원들 간의 친목 도모와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이고 막힌 업무를 해결하는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쏟아져 회사 차원에서 은근히 지원하는 곳이다. 진정한 동호회의 길을 걷고 있는 ‘큐로드(Cue-Road)’를 더게임스에서 만나봤다.

# 고수들이 구름처럼 운집한 동호회

큐로드의 당구 동호회 ‘큐로드(Cue-Road)’는 당구에서 공을 치는 막대기 ‘큐’와 길이라는 의미의 ‘로드’가 합쳐진 합성어다. 이른바 당구의 길. 게임 개발사에서 왠 당구 타령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PC방이 폭풍처럼 휘몰아치기 전에는 성인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놀이가 바로 당구였다. PC방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인구를 폭발적으로 늘려 당구장의 자리가 매우 좁아졌지만 당구 인구는 여전히 많고 당구인이 장악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큐로드렷다.

총 60명 사원 중에서 큐로드에 가입한 동호회원은 무려 15명이나 된다. 각 팀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멤버가 모였지만 특히 마케팅팀은 전원이 이 동호회에 가입돼 있다.

큐로드의 리더 또한 마케팅팀의 정동일 대리다. 그는 당구 동호회를 결성한 계기에 대해 “회사 바로 앞에 당구장이 있고 자연스럽게 사원들끼리 어울리며 즐기다 공식적으로 건의해 만들었다”며 “인라인 스포츠나 축구 같은 경기는 개발자가 다치면 전체 스케줄에 큰 지장을 주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권장하지 않지만 당구는 쉽고 플레이 시간이 짧아 부담없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정식으로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양길로 접어든 당구지만 중독성이 강한 게임’이라고 게임 회사다운 비유를 들며 예찬론을 폈다.

많은 게임 회사들이 업무 시간에 게임 플레이를 거부하지 않고 사원들에게 다양한 타이틀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만, 10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있는 개발자들을 위해 가끔씩 외부의 바람도 쐬면서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어 주는 추세로 기울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는 이 동호회에 한 달에 한번은 회식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건희 사장도 가끔 사원들의 틈에 껴 큐를 놀린다. 정식 모임은 한 달에 두 번 있지만 당구장에만 가면 동호회원들이 서성이기 때문에 굳이 날짜를 지정해 놓지 않아도 된다고 자랑이다.

이 동호회의 최고수는 SI 팀의 최용준씨로 300의 실력을 갖고 있으며 동시에 열혈 중독자다. 휴가 기간 중에도 동료들과 함께 플레이하기 위해 일부러 회사로 출근 하는가 하면 해외 출장에서 귀국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바로 당구라는 것. 큐로드 회사 앞 당구장은 동호회 지정 당구장이며 그 곳에는 개인 큐도 준비돼 있고 주인 아저씨와 매우 친해져 함께 당구를 치며 어울린다. 동호회의 평균 실력은 200∼250으로 ‘어디가서 당구비 물리는 수준’은 아니다.

# 3인의 여성 전사

“여자가 4구 친다고 해서 이상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케팅팀 박세령씨의 말이다. 큐로드 동호회에는 여성 전사가 3명이나 포진돼 있다. 이제 막 시작한 초보는 딱 한명으로 80에 불과하지만 다른 두 여성은 200이나 친다. 왠만한 남자를 능가하는 실력이다. 그런데 당구장에서 4구를 치면 남자들이 이상한 눈으로 자꾸 쳐다봐 민망한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포켓볼은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비슷하거나 지역에 따라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경우도 있지만 4구로 따지면 90% 이상이 남자다. 그래서 일반 당구장에서 남자들과 어울려 4구를 치는 여성들은 관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홍보팀의 김소희씨는 “오히려 포켓볼을 못 치고 4구에 익숙하다”며 “회사 동료들과 당구장에서 보쌈 내기하는 것은 큰 재미”라고 말했다.

# 번쩍이는 아이디어 창구 역할

이 동호회의 숨겨진 목적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아이디어 창출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성인용 온라인 게임 ‘리버스’ 사업부의 신현근 차장은 “처음에는 사원들의 화합과 커뮤니티 강화에 주 목적을 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른다”며 “업무에 매달려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보다 긴장을 풀고 잠시 잊어 버리고 있으면 더 좋은 길이 보인다”며 일석이조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클로즈 베타 테스트나 오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면 집에 못가고 회사에서 꼬박 밤을 새는 일이 많은데 당구를 치며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어 매우 좋다고 한다.

큐로드의 당구 동호회 큐로드는 결정된지 석달이 조금 넘었지만 막강한 실력을 갖춘 멤버가 대거 모여 있으며 동종 업계의 도전은 언제든지 받아 준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들은 큐로드에서 ‘당구의 길’ 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의 길’도 찾고 있는 것이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