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엠게임 신동윤 사업개발실장

엠게임 신동윤 사업개발실장은 어린시절 꽤 유명한 꼬마였다. 중학교때 전국컴퓨터경진대회에서 당시 문교부 장관상을 받아 ‘컴퓨터 천재’라는 타이틀로 신문에 데뷔했으며 과학기술유공자표창을 받아 청와대 초청까지 받았을 정도.

한때는 마치 장사들이 씨름판을 돌며 황소 사냥을 하듯이 각종 컴퓨터대회에 나가 상품을 독식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30대 중반의 나이에 게임 퍼블리셔 겸 마케터가 되어 본격적인 ‘게임사냥’에 나섰다. ‘열혈강호’ ‘영웅’ 등 엠게임의 야심작을 들고 올겨울 뭔가 일을 내겠다는 각오다.

청소년기에 ‘컴짱’으로 맹활약했던 신동윤 실장(34)은 얼핏 보기에 엔터테이너를 연상케한다. 마치 그래픽 디자이너인양 긴 꽁지머리에 캐주얼 차림이 잘 어울린다.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연세대)을 전공했지만, 엔터테인먼트 전반에 풍부한 경험과 감각을 가진 사람이다.

대학 졸업 후 문화비평지 ‘오늘예감’ 편집위원으로 활동한 것을 시작으로 그의 인생은 온통 엔터테인먼트로 가득하다. 이벤트 및 광고 기획, 대중문화비평, 방송구성작가, 영화시나리오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물론 그 자신은 “무엇하나 제대로 한것이 없는 ‘문화백수’였다”고 평가한다.

언더그라운드 시절을 청산하고 양지(?)로 나와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그의 이력엔 줄곧 엔터테인먼트가 따라 다닌다. 게임만큼이나 만화를 좋아해서 첫 직장으로 애니메이션 전문업체 투니버스를 택한 것이나 작년에 게임포털 엠게임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에 이르기까지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등 실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업무도 마케팅은 물론 기획, 사업 제휴, 신규사업, 투자펀드 운용 등 다채롭다. 특히 온미디어에 근무하며 바둑, 영화, 게임, 음악 관련 케이블TV 채널을 차례로 개국하는 과정을 함께한 것이 큰 자산이자 행운이었다. 이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그가 평소에도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다.

# 고향으로 돌아오다

게임은 늘 그에겐 고향같은 곳이다. 평소에 꼭 하고 싶었던 분야이기도 하다. 온미디어 시절 게임 전문 방송 ‘온게임넷’ 개국에 동참했지만, 실제 게임을 다루는 것은 작년에 엠게임에 입사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처음엔 고생도 많았다. ‘오투잼’ 론칭은 지금도 많은 보람을 느끼지만, 엄청 힘든 프로젝트로 기억된다.

그는 “새로운 장르, 새로운 스타일은 늘 위험을 수반하며, 어쩔 수 없이 보수적인 시장에서 쉽게 자리잡지 못한다”면서 “참신한 기획과 뛰어난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게임은 늘 초반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라며 블록버스터 상품들의 비즈니스도 흥미롭지만 새로운 도전히 더 매력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게임이란 미디어는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클래식 음악이 베토벤에서, 팝이 비틀즈에서, 영화는 스필버그와 루카스의 스타워즈나 인디아나 존스에서 완성되었다지만 게임은 이제 시작이라는 지론이다. 장르와 장르가 좀더 융합되고 새로운 테크놀러지에 의해 표현의 한계가 더욱 넓어져야한다는 얘기다. 개발자가 보수적이기 때문에 마케터가 혁신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도 했다.

유저들 역시 종종 아주 보수적이라고 했다. 스스로 익숙한 것, 지금까지 재미있게 했던 것들에 집착한다는 것. 어느 순간 놀라운 폭발력을 보이지만 그 진적까지도 유저들은 익숙한 것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 그의 게임들

좋은 게임을 발굴해 파는 마케터에 앞서 그는 게임마니아다. 컴퓨터를 접하면서부터 게임을 즐겼으니, 게이머 생활도 어언 20년이 훨씬 넘는다. 그는 특히 ‘문명2’ ‘대항해시대’ ‘심즈’ 등 전략 시뮬레이션들을 좋아한다. 직업상(?) 엠게임이 서비스하는 것은 다 좋아하지만. 마케터입장에선 위젯의 ‘메이플스토리’를 즐긴다고 한다.

한때 랭킹 톱10에까지 올랐을 정도. 엠게임 서비스게임중에선 아무래도 공을 많이 들였던 ‘오투잼’에 애정이 깊다. 그의 땀이 배어있는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참 독특한 게임이라는게 그의 얘기다. “음악이란 장르이기도 하지만, 짬짬이 5∼10분의 여유를 갖고 즐기기에는 그만입니다.”

게임 스타일도 여느 사람과 달리 5∼6개 정도의 좋아하는 게임을 집중적으로 반복해서 즐기는 멀티게이머다. 특히 한 2∼3주 동안 거의 ‘폐인모드’로 들어가 플레이하고 클리어한 다음에 다시 정상인(?)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같은 스타일은 게임 퍼블리셔와 일맥 상통한다. 한정된 시간안에 여러 게임을 집중적으로 해보고 서비스할 게임을 고르고, 이를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포장하는 퍼블리셔 겸 마케터라는 직업에 딱 들어맞는다.

# 새로운 도전

신 실장은 요즘 무협에 흠뻑 빠져있다. 엠게임이 퍼블리싱하는 무협게임 ‘열혈강호’와 자체 개발한 블록버스터 무협 MMORPG ‘영웅’의 오픈이 잇따라 예정돼 있어 어깨가 무겁다. 이들 두 게임은 팬터지 MMORPG 대작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경쟁해야할 엠게임의 대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올겨울엔 특히 국내외적으로 초대작들이 줄줄이 론칭하고 있어 무협에 승부수를 뛰운 엠게임으로선 부담스러울만하다. 그러나, 신실장은 자신감이 넘친다. 지난 1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내공도 키웠다.

게임마케터로서 신 실장은 욕심이 많다. 그는 한마디로 “앞으로는 좀 더 진화된 퍼블리싱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현재의 게임 퍼블리싱 모델은 게임포털이 갖고 있는 유저풀을 이용한 형태이거나 혹은 퍼블리셔 쪽의 자금력을 투입하는 조금은 덜 유기적인 방식이라는 것.

“가장 중요한 일이 고객을 아는일 아닙니까? 고객을 아는 너무나 강력한 수단이 바로 ‘로그’입니다. 이걸 기술적으로 다루는건 엔지니어의 일이지만, 이 안에서 고객의 구체적인 모습을 목소리를 추려내는건 순전히 마케터의 몫입니다.” 게임마케터로서 그의 새로운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궁금하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