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게임을 말할 때 과거처럼 ‘놀이문화’의 하나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와 같은 ‘종합예술’이라는 말을 더 많이 한다. 때문에 문학과 사회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게임에 관심을 갖고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승호 강원대 교수는 남들이 게임을 저급한 아이들의 ‘놀이문화’ 정도로 치부할 때 학문적 연구를 위해 과감히 뛰어든 선각자 중 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저의 경우에는 다른 게임계에 있는 사람과는 좀 다른 것같은데요. 5년 전 처음 게임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을 때에는 학문적인 동기에서 출발했습니다. 문화산업 관련 정책연구를 해 오다 게임산업의 힘을 느낀 것이지요. 컴퓨터와 인터넷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인터액티브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게임의 파괴력을 본 것입니다.”
유승호 교수가 게임에 관심을 갖게된 동기다. 그는 ‘심시티’나 ‘심즈’ 같은 게임을 보면서 게임의 분야가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단순한 소일거리의 콘텐츠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정책연구를 할 때도 지역연구의 경우 ‘심시티’ 게임을 활용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게임에 투신해보자는 마음을 먹게 됐다.
# 게임 속으로 뛰어들다
그가 한국문화관광정책개발원에서 게임산업개발원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제일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게임시장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자료정리였다. 이것 없이는 게임산업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언젠가 게임업계에 투자하려는 창투사에서 전화를 걸어와 게임시장의 전망을 물어봤는데 근거있고 신빙성있고 자료가 없어 개인적인 느낌을 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착수한 일이 ‘게임백서’를 만드는 일이었다.
“예산도 없이 몇달을 고생해 가며 ‘게임백서’를 만들었지요. 그렇지만 그 취지를 이해하고 문화부에서 지원해 주었고 지금은 게임산업계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어서 가장 큰 보람입니다”
이밖에도 유 교수는 새로운 게임장르에 대한 관심을 부각시키기 위해 관련분야 연구 뿐만 아니라 에듀게임과 기능성게임이란 조어를 만들어 이슈화시켰고 카이스트 원광연교수가 만든 CT(culture technology)라는 개념을 문화부에 소개해 정책적으로 채택하게 만드는 등 재미있고 보람된 일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문화산업과 게임을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일을 해 왔지만, 특히 게임분야에서 아쉬운 것은 이제 게임산업을 한단계 도약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은 본질적으로 ‘시간소비형 서비스’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4시간이고 생리적 시간을 빼면 하루 13시간 정도 사회활동시간에서 다른 산업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사실 게임산업의 부작용도 이런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유 교수는 아이템 현금거래 등이 확대되면서 게임이 ‘시간소비형 서비스’로부터 탈피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게임 자체의 특성인 ‘현실 위험으로부터의 안정성’을 결여하게 되면 게임의 본질로부터 이탈해 많은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교수는 게임을 한단계 도약시키려면 다른 ‘시간소비형’ 산업보다 도덕적 윤리적으로 우위에 서야한다고 지적했다. 게임이 스포츠나 공부시간을 빼앗게 되면 여기엔 사회적인 문제가 따른다는 것이다. 스포츠는 육체에, 공부는 정신에 도움되고 있기 때문인데 최근 게임이 사회문제가 되는 것도 사실 이런 시간소비의 갈등이 깔려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게임 자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스포츠나 공부와 대결할 만한 가치나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유 교수는 강조했다. 새로운 게임장르의 개발이 그래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 학교에서 게임을 위한 새로운 생활 시작
그동안의 정부기관 생활을 정리하고 올해부터 대학생활을 시작한 유 교수는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대학에 가자 마자 5년 간 150억원이 지원되는 대형 프로젝트 누리문화콘텐츠사업을 따 냈다.
교육부에서 지방대학과 지역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5년간 대규모 재정지원을 하는 사업으로 강원대가 선정된 것이다. 이 시업을 통해 유 교수는 5년간 연 400여명의 인력을 양성하게 된다. 주로 게임, 애니메이션, 문화원형과 관련된 인력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저에게 현재 개인적으로 제일 큰 일은 교수로서 연구에 매진하는 것입니다. 최근 교육용 게임 효과에 대한 장기간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게임의 사회과학적 연구로 가장 활발한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의 애낸버그 스쿨과 협력해 한국의 교육용게임을 대상으로 국제적인 연구결과를 낼 예정입니다.”
이 밖에도 문화산업정책과 관련된 연구들을 계속할 예정이고, 인터랙티브 영상과 관련된 책도 틈틈히 집필중하는 등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력양성을 위해 누리사업의 성공에 매진하는 것이 유 교수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 같다. 그는 “많은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도 듣고 협력사업도 계속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만날 업계 관계자들이 문전박대하지 말고 따뜻하게 대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게 웃었다.1987년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1989년 고려대 대학원 사회학 석사
1996년 고려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
1996년-1998년 한국전산원 선임연구원
1999년-2001년 한국문화관광정책개발원 책임연구원
2001년-2003년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산업진흥본부장
2003년-2004년 남캘리포니아대학 방문교수
2004년 강원대 영상문화학과 교수
2004년 강원도 누리문화콘텐츠인력사업단 단장
2004년 국무조정실 문화산업 정책평가 전문위원
<취재부장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