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바일 게임은 대략 5년 정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본을 제외하면 다른 외국보다 약간 앞서 있는 상황이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모바일 게임이 동작하는 휴대폰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플랫폼 종류가 많이 늘어났고, 다양한 액정 사이즈도 등장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말기 성능 개선이라는 장점과 함께 모바일 게임 개발사에게 개발 비용의 현격한 증가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위피 플랫폼이 나왔고, QVGA 액정이 등장하면서 개발에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게 됐다. 해외 수출까지 생각하면 더 많은 수의, 다양한 폰 환경상에서 동작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모바일 게임 제작 환경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모바일 게임이 산업으로서 자리 잡기 위해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지만 우선 주먹구구식 개발 환경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두세 명이 모여 가내 수공업처럼 작은 수의 단말기에 대응해 만들기 시작한 모바일 게임의 초기 상황은 이제 180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사람의 ‘빨리빨리’ 근성 때문인지 만들기에만 급급할 뿐 체계적인 개발 시스템과 노하우 축적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눈을 돌려 유럽의 한 대형 모바일 게임 개발사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모바일 게임 개발의 역사는 한국보다 짧지만 이미 몇 백명의 개발자를 채용하고, 전 세계 모든 단말기에 대응해 제작할 수 있는 개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의 역할이 사전에 명확히 구분되고, 서로 주고받는 결과물은 모듈화돼 있다. 개발자는 기획의 특정 요소를 기획자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여러 툴을 만들어 주고, 디자이너로 하여금 연출 효과를 최대한 낼 수 있는 제작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플랫폼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연구해 나간다. 개발 노하우는 계속 축적되고 점점 진화해 ‘라이브러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급하게 땜질식으로 개발하는 한국의 경우와 비교할 때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기업이 하나의 무대에서 서로 무한 경쟁을 펼치는 곳이 됐다.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는 자본도 아니고, 시장도 아니다. 바로 훌륭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뿐이다. 이마저 체계화된 유럽의 제작 시스템에 밀리게 된다면 우리 모바일 게임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개발에 급급한 나머지 이런 기본적인 노력을 소홀이 해서는 안 된다. 개발사의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기적으로 선진화된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의 수립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경쟁력을 잃게 될 뿐이다.
<게임빌 송병준 사장 bjsong@gamev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