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산업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1996년 처음 만들어진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지난 8년 동안 숱한 화제작들을 만들어 내며 명실공히 한국게임산업을 대표하는 상으로 자리잡았다.
영화의 경우 작품성에 치중해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들이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달랐다. 역대 수상작들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흥행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등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거머쥐었다.첫 해에는 소프트맥스와 타프시스템, 미리내소프트웨어 등 초창기 게임 1세대 업체들이 수상하는 영예를 차지했다. 게임 우수상 캐릭터 부문을 수상한 타프시스템의 ‘낚시광’은 이후 ‘대물 낚시광’으로 발전하면서 국내보다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끌며 국산 게임으로는 최초로 해외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알린 작품이었다.
1997년 드래곤플라이의 ‘카르마’는 게임 우수상 그래픽 부문에서 상을 받았지만 향후 넥슨이 동명의 온라인 게임을 발표해 법정 분쟁 직전까지 갔다가 넥슨이 게임명을 변경하는 등의 뒷 이야기를 남겼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1998년 영예의 대상을 받으며 그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으나 PK와 아이템 현금거래 등 최근까지도 많은 논란을 남기고 있는 작품. 후속작 ‘리니지 2’로 2003년의 대상을 다시 거머쥐며 최초로 대상을 2회 수상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1999년 공로상을 받은 엠플레이의 ‘퀴즈퀴즈’는 최초의 성공한 캐주얼 온라인 게임으로 MMORPG의 대세를 단숨에 MO 게임으로 전환시킨 타이틀이었다. 그러나 유저들간의 과도한 경쟁과 퀴즈의 해답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급격히 인기가 떨어져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 뒤를 이은 게임이 바로 CCR의 ‘포트리스 2’다. 2000년 대상을 받은 이 작품은 전국적인 열풍을 불어 일으키며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여성층과 직장인들까지 ‘포트리스 2’의 지지자로 둔갑시켰다. 또 2000년 우수상을 받은 판타그램의 ‘킹덤 언더 파이어’는 국산 PC 게임으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의 질을 한단계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X박스용으로 다시 부활해 좋은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2001년 우수상과 특별상 그래픽 부문을 동시에 수상한 웹젠의 ‘뮤’는 최초의 3D 온라인 게임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웹젠은 이 게임으로 코스닥에 상장하는 등 대박의 신화를 보여줬다. 특별상 사운드 부문의 ‘화이트데이’는 손노리의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으나 불법복제 파동으로 게임이 팔리지 않아 이원술 사장이 유저들에게 강력한 항의의 메시지를 발표하는 등 많은 사건 사고를 야기하기도 했다. 키드앤키드닷컴의 ‘하얀마음 백구’는 아동용 게임 시장을 평정해 5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려 아동용 게임의 평가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만든 타이틀이었다.
2002년은 유난히 PC게임 개발사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은 해였고 몇몇 업체는 PC게임 개발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곤엔터테인먼트의 ‘나르실리온’, 나비야인터테인먼트의 ‘코코룩’, 마이에트엔터테인먼트의 ‘에이스사가’ 등 모두 4편이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국무총리가 직접 수여한 영예의 대상은 결국 에스디엔터넷의 ‘네이비필드’로 돌아 가는 이변을 토했으며 나비야인터테인먼트는 총 3개 부문에서 수상해 ‘코코룩’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3D 전략시뮬레이션으로 호평을 받은 ‘에이스사가’도 개발기간만 3년 걸린 기대작이었으나 게임사운드상에 그치고 말아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상으로 격을 올린 2003년은 그 어느해 보다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온라인게임 부문에서 18편이 출품됐고, 철옹성을 자부하는 엔씨소프트가 야심작 ‘리니지2’를 들고 나왔으며 위젯의 ‘메이플스토리’, 웹콜월드의 ‘아툼온라인’, 소프트맥스의 ‘테일즈위버’, 한빛소프트의 ‘탄트라’ 등 쟁쟁한 작품들이 출전해 우열을 가렸다. 결국 대상과 게임그래픽상에 ‘리니지 2’가 선정돼 엔씨소프트의 저력을 과시했다.대한민국 게임대상은 문화체육부가 1996년에 실시한 ‘대한민국 만화문화대상 및 게임대상 수상자’에서 시작됐다. 이 행사는 한국만화 및 게임산업진흥을 위한 인재발굴과 부족한 기획, 창작력개발 및 우수만화, 게임제작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행사로 게임분야를 창설해 처음으로 통합, 시상했다.
그리고 1997년부터 문화체육부와 전자신문사가 공동으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주최하며 본격적인 권위를 마련하기 시작했으며 ‘이달의 우수게임’을 새로 제정하고 연말에 한해동안 발표된 게임 가운데 가장 우수한 작품을 뽑아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게임과 시나리오를 분류하고 각각 대상과 우수상 등을 별도로 수여했으나 1997년에 시나리오 부문을 축소하고 1998년에는 이 부문을 완전 폐지했다. 대신 공로상을 새로 추가해 지오이인터렉티브의 김병로 사장이 최초로 공로상을 받아 이름을 남겼다.
1999년에는 아마추어 개발자들을 독려하기 위한 아마추어상이 제정됐으며 2000년에는 게임과 아마추어, 공로부문 등 3개 부문으로 확정해 수상작을 선정했으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게임 산업을 포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분류와 분야가 필요했다. 2000년부터는 스포츠 조선이 공동 주최로 참여했으며 게임종합지원센터가 주관자로 발을 맞췄고, 훈격도 기존의 문화부장관상에서 국무총리상으로 한 단계 더 상승됐다.
2001년에는 시상부문을 크게 본상과 특별상으로 나누고 본상에 대상과 우수상, 아마추어 상 등을 포함시켰으며 특별상에 시나리오, 캐릭터, 그래픽, 사운드 등으로 구분해 게임에 대한 전문적인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2001년에는 다시 2개 부문 17개 분야로 크게 나눠졌으며 대한민국게임대상의 규모도 폭발적으로 확대된 의미있는 해였다.
2002년에는 6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하고 SBS가 녹화중계하는 등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권위가 더욱 높아졌다. 또 2001년과 달리 도깨비스톰의 난타 공연과 베이비복스, 싸이, 린 등 인기가수들의 축하 공연이 펼쳐지고 시상식 이후에는 ‘게임인의 날’ 행사도 열리는 등 국내 게임산업의 한해를 결산하는 큰 잔치로 구성해 찬사를 받았다.
2003년은 9개 부문에 총 19개의 수상작을 선정했으며 대상의 훈격을 대통령상으로 다시 한 단계 높여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게임상으로 인정받았다. 2004년에 이르러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국내의 최고 영예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 게임시장에 많은 영향력을 주는 작품으로 인정받아 더욱 치열하고 쟁쟁한 작품들이 격돌하는 최고 권위의 상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