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미르2` 노린다

온라인게임 수출계약금 1000만달러 시대가 활짝 열렸다.

CCR의 ‘RF온라인’이 최근 일본 중국 대만 등 3개국에서 1050만달러의 수출계약금(판권료)을 받기로 한데 이어 ‘라스트카오스(나코인터랙티브)’와 ‘그라나도 에스파다(한빛소프트)’ 등도 1000만달러 수출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RF온라인’에 이어 ‘라스트카오스’와 ‘그라나도 에스파다’마저 수출계약금이 1000만달러를 넘으면, 이들 3편의 수출 계약금은 지난해 한국영화 전체 수출액 3000만달러와 맞먹을 전망이다. 차세대 MMORPG 왕좌를 노리는 이들 3인방의 ‘대권 레이스’는 이제 한국에서 아시아로 확전될 태세다.<관련기사 8면>

# 수출계약금 1000만달러 시대

대만에서 온라인게임 ‘뮤’를 퍼블리싱했던 인스리아는 지난 9월 계약금 250만달러와 26%의 러닝로열티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나코인터랙티브의 온라인게임 ‘라스트카오스(이하 라카)’의 판권을 샀다.

그리고 10월에는 중국 IT업체 MDI가 계약금 300만달러와 러닝로열티 25%에 이 게임의 중국 판권을 획득했다.

이 게임은 아직 일반에 공개되는 오픈 베타서비스도 실시하지 않은 미완의 작품이다. 그런데도 대만과 중국에 이어 일본·동남아 지역에서도 판권 확보를 위한 물밑경쟁이 뜨겁다.

나코측은 이달 중 동남아와 일본에서 계약금 500만달러 수준에서 수출계약을 마무리해 총 1000만달러의 수출계약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라카’는 게임이 정식 출시되기도전에 1000만달러 수출고지를 넘는 첫번째 게임이 될 전망이다.

한빛소프트가 배급하는 ‘그라나도 에스파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게임은 클로즈 베타테스트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9월 중국 게임나우에 계약금 600만달러와 32%의 러닝로열티를 받는 수출실적을 올렸다. 단일 수출계약 사상 600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었다.

한빛측은 이같은 여세를 몰아 대만, 일본, 동남아지역까지 합쳐 적어도 1500만달러를 상회하는 수출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오픈 베타에서 동시접속자 9만명의 돌풍을 일으킨 ‘RF온라인’은 이달초 중국 완마네트워크발전유한회사에 계약금 600만달러 받는 등 중국 일본 대만에서 총 수출계약금액 1050만달러로 단일게임 수출 1000만달러시대의 첫 포문을 열었다.

# 영화 ‘실미도’ 3배 이상 추월

온라인 수출계약금 1000만달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콘텐츠산업 영화와 비교해도 눈부신 성과로 꼽히고 있다.

한국 영화 사상 최고액에 일본에 수출된 ‘실미도’도 수출금액이 300만달러에 그쳤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홍콩 등 20여개국에 팔린 ‘장화홍련’도 수출액이 총 330만 달러에 불과했다.

계약금만 1000만달러에 달하는 ‘라카’ ‘그라나도’ ‘RF온라인’ 등 수출 대박 3인방은 향후 러닝로열티 수입도 발생할 예정이어서 이들 영화를 많게는 10배까지 추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지난 10월까지 올 온라인게임 수출금액이 2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2억5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한국영화 전체 수출액 3000만달러의 8배에 달하는 외화를 게임에서 벌어들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1000만달러라는 상직적인 수치를 넘어 한국 게임산업의 무궁무진한 부가가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게임 수출액은 95% 이상 영업이익으로 잡히기 때문에 많아야 10%대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자동차 등 일반 제조업에 비하면 부가가치가 10배 정도는 된다는 것.

실제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00만달러(한화 108억원)의 부가가치는 EF쏘나타 1023대를 생산했을 때 발생하는 부가가치 규모다. ‘라카’ ‘그라나도’ ‘RF온라인’ 등 3편이 나란히 수출계약금 1000만달러 이상을 달성하면 EF쏘나타 3000여대(한화 700억원)에 맞먹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셈이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우재영 해외사업팀장은 “중국 최대 히트작 ‘미르의 전설2’의 경우 한해 러닝로열티 수입만 3000만달러에 달할 정도”라며 “이 때문에 한번 팔면 그것으로 끝나는 제조업 제품보다 러닝로열티를 계속 받는 온라인게임의 부가가치가 수십배에 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제2의 ‘미르2’ 경쟁 본격화

지난해 초만해도 수십만달러에 불과하던 온라인게임 수출계약금이 1년사이 1000만달러까지 치솟은 것은 해외업체들의 한국 온라인게임 모시기 경쟁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중국 샨다가 한국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2’ 흥행을 기반으로 나스닥에 상장되고, 샨다 회장이 중국 갑부 1위에 오르면서 한국 온라인게임이 ‘부(富)의 보증수표’로 각광받고 있다.

나코인터랙티브 한상은 사장은 “국내에서 대작게임을 개발하면 중국이나 대만 바이어가 먼저 알고 수출의사를 타진할 정도”라며 “게임과 무관한 전자·화학 심지어 부동산 업체들도 여윳돈만 있으면 한국 게임 잡기에 나선다”고 말했다.

수출 계약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현지 마케팅 경쟁도 불을 뿜을 전망이다.

계약금 10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동시접속자 70만명을 돌파한 ‘미르의 전설2’에 버금가는 돌풍을 일으켜야 하기 때문이다.

‘라카’ 대만 판권을 획득한 인스리아는 이 때문에 클로즈 베타테스트 일정을 이달 말로 서둘러 잡는 등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출된 온라인게임과 달리 국내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서비스를 맞춰가겠다는 전략이다. 베타테스터 모집에 수십만명이 몰려 해외 유저들의 반응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라카’ ‘RF온라인’ ‘그라나도’ 등 계약금만 1000만달러에 달하는 게임이 탄생하면서 ‘미르의 전설2’ ‘라그나로크’ 등이 독식해온 해외 온라인게임 시장판도도 새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3인방이 국내에서 나란히 ‘리니지2’ 타도를 외치며 차세대 MMORPG 왕좌를 노린다는 것. 누가 국내에서 웃고, 누가 해외에서 웃을 것인지 3인방의 ‘대권 경쟁’은 이제 글로벌 레이스로 확대되고 있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