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인터넷, 믿는 인터넷](16·끝)결산좌담회

본지는 지난 8월부터 4개월동안 ‘웃는 인터넷, 믿는 인터넷’이라는 주제 아래 깨끗한 인터넷 환경 조성을 위한 지면 e클린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번 기획은 인터넷중독에서부터 청소년유해환경, 스팸메일, 사이버범죄에 이르기까지 각종 역기능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인터넷 공간의 어두운 단면과 실태를 조목조목 살펴봄으로써 향후 실질적인 대안 마련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에 본지는 캠페인을 마무리하면서 이번 기획의 의의와 성과, 향후 활동 방향 등 모색해보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클린 인터넷을 실현하는 핵심 방안으로 ‘자율규제’를 지목해 내년부터 자율 규제가 인터넷 정책 수립의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것임을 시사했다. <편집자주>

 ◇사회(서현진 전자신문 디지털문화부장)=이번 e클린 캠페인은 지면을 통해 인터넷 중독 등 역기능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기회였다. 오늘 이 자리는 인터넷 역기능 해소를 위한 정책 방향을 대주제로 대안을 모색해보는 자리이다. 우선 이번 캠페인이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짚어보기로 하자.

 ◇안동근(한양대 신문방송학부 교수)=전자신문의 이번 캠페인은 매우 중요한 시도이다. 인터넷 역기능 방지는 정보사회의 도래를 앞당기는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업들도 역기능을 막지 않으면 산업 발전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다음 기획에서는 보다 가시적인 결과들이 도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진호(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올 한해 ‘세이프 인터넷’ 사업을 통해 안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에 앞장서온 저희 협회 입장에서도 이같은 기획이 마련된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제기됐던 이슈들을 포괄적으로 다룸으로써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기본 틀을 수립했다. 정부와 업계가 합심해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됐다.

 ◇신광우(한국정보문화진흥원 정보생활진흥단장)=그동안 사실 역기능에 대한 언급이 많았지만 이번 기획을 통해 간헐적으로 지적된 문제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됐다. 특히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역기능 관련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렸다.

 ◇김재목(정보통신부 정보이용보호과장)=인터넷 역기능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인터넷의 양적 팽창에 따른 질적 성숙의 속도 차이가 점점 벌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전자신문이 이같은 심각성을 본격적으로 지적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무조건 부정적 단면을 감추기보다 따지고 개선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사회=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살펴봤지만 인터넷으로 인한 부작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폐해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기로 하자.

 ◇김재목=대표적으로 인터넷 중독을 들 수 있다. 중독의 정도가 심해져 현실과 온라인 상에서 펼쳐지는 내용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다고 들었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 생활을 영위하기란 불가능하다. 특히 게임 아이템 거래, P2P를 통한 음란물 공유 등은 심각한 사회 문제이지만 아직까지 사이버 범죄의 범주에 명확히 포함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이를 범죄라고 인식조차 못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10대 청소년 사이버 범죄 검거율이 지난 2001년 연간 2193건에서 지난해 1만 여 건으로 폭증했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안동근=인터넷 중독도 세 가지로 나눠서 연구, 분석할 필요가 있다. 초창기에는 인터넷 중독으로 뭉뚱그려 표현했지만 이제는 게임중독, 채팅 중독, 서핑 중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 화상 채팅은 음란성이 결합되면서 다양한 부작용을 낳았다. 청년 실업이 장기화되면서 할 일 없는 사람들이 하루종일 인터넷에 매달리는 서핑 중독도 심각하다. 단순히 보는 것을 즐기는 남성과 관계 지향형인 여성 간 중독의 차이에도 주목해야 한다.

 ◇사회=정부와 기업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역기능은 수그러들 줄 모르고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또 사이버범죄의 경우는 지능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재목=한 마디로 올바른 인터넷 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탓이다. 늘 지적되는 것처럼 양적 성장이 급속히 이루어지다 보니 관련 법·제도와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둘째 정보통신 기술 발전이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매체는 하루가 다르게 다양해지지만 이에 따른 윤리 의식은 제자리 걸음이다. 셋째, 인터넷의 기본 속성인 익명성이 책임의식 부재로 이어지는 경향도 있다.

 ◇신광우=게임 중독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싶다. 우리 나라는 PC방을 비롯한 정보통신 인프라가 급속히 보급되는 과정에서 게임 중독 현상이 두드러졌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터넷 중독 실태를 조사해보니 게임 중독이 70%, 채팅 20%, 서핑 10% 순이었다. 성인들에게는 채팅이 문제다. 초기에는 건전하게 출발했지만 원조교제, 불륜 등 부작용을 낳는 온상이 됐다.

 ◇안동근=정보화 역기능은 문명과 문화의 격차에서 발생한 것이다. 문명의 발전 속도는 빠르지만 문화의 발전 속도는 더디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도 경험했던 것처럼 새로운 과학 기술이 등장하면서 기술 문명은 상당히 빨리 발전하지만 일반인들이 일상 생활에 적절히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대상이었다. 현대 정보화 사회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허진호=인터넷 역기능의 원인을 살펴볼 때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도 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새로운 과학기술의 등장에 따른 초기 부작용은 항상 뒤따르게 마련이었다. 미국의 주식 시장조차도 현재 코스닥 시장보다 훨씬 심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인터넷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의 부작용도 거시적인 시각에서 보면 거쳐야 할 과정에 속한다.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할 필요는 없다. 결국 문제를 신속하게 인식하고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역기능이 심화된 만큼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돋보였다. 예컨대 정부에서는 연초에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일일평균 스팸 메일량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정하기도 했다.

 ◇신광우=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올해 청소년 건전 인터넷 활용을 위한 마인드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 학생들에게 동영상 플래시 형태로 14가지 유형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했다.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를 통해 인터넷 중독자에 대한 상담도 꾸준히 진행했다. 2달 간 8회 정도 상담한 뒤 인터넷 중독을 측정하는 ‘K척도’를 적용해봤더니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단지 고위험 중독군 청소년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에서 이들을 모두 보호하기에는 인력이 태부족이라는 점이 아쉽다.

 ◇김재목=올해 정통부는 스팸 감소 정책을 필두로 다양한 노력을 전개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보화 역기능 부문에 대한 지원이 미흡하다. 역기능 해소를 위해 선진국은 평균 총 예산의 8%를 투입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2.3%에 머물고 있다. 앞으로 예산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관련 정책을 펼칠 것이다.

 ◇허진호=직접 사용자와 접점을 이루는 인터넷 기업들로서는 인터넷 역기능 방지가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춰온 협회가 지난 해부터는 운영 방향 자체를 바꿔 안전한인터넷(세이프인터넷) 사용 환경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세이프인터넷 사업의 큰 틀 내에 7개 정도의 소 그룹을 운영하면서 역기능 해소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예를 들어 스팸 메일 워킹그룹에서는 스팸 차단을 위한 업계 공동 보조를 맞췄다. 전자지불워킹그룹은 인터넷 중독 및 미성년자 보호에도 한 몫 했다. 온라인 저작권 워킹그룹에서는 특히 P2P 불법 복제 문제를 해소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합법적으로 유통시킬 수 있는 대안 마련에도 힘을 쏟는 중이다. 청소년보호워킹그룹을 별도로 만들어 청소년보호위원회와 공동의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게 된 것도 눈에 띄는 성과이다. 조만간 청보위와 핫라인도 구축될 것이다.

 ◇안동근=지난 9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에 대해 논의할 때부터 현재와 유사한 문제점들이 거론됐다. 주목할 부분은 당시 결론이 자율 규제의 중요성이었다는 점이다. OECD 회원국들은 각국 문화의 상이함으로 인해 법적 제제의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기술적 접근도 한계가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결국 각국별로 자율 규제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 당시 결론이었다. 자율 규제는 법적, 기술적 차단보다 영향력이 훨씬 지대하다. 정부의 역할은 산업계가 자립할 때까지 토양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시장이 형성된 이후 어느 시점에서 부작용이 너무 커졌을 때 비로소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정부는 유비쿼터스 정책을 개발할 때 다양한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 같다. 인터넷기업협회의 세이프인터넷 사업과 같은 자율 규제 모델은 대환영이다.

 ◇사회=향후 인터넷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한 효율적인 대안으로 ‘자율규제’에 대한 방안이 자연스럽게 도출됐다. 사회적인 합의가 필수 불가결한 자율 규제의 전제조건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허진호=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이다. 학계, 기업, 언론 등등 각각의 단위가 적합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광우=대전제는 자율 규제이지만 최소한의 타율 규제는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사업자들의 영순위 목표는 영리이기 때문이다. 이 때 최소한의 타율 규제는 방법론적으로 자율규제를 스스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10대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반 건전지수를 매겨서 발표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안동근=인터넷 기업을 대상으로 불건전 정보지표를 개발, 적용하는 방법은 고려해 볼 만하다. 수치화된 자기 평가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이 부분에 적극 개입하게 되면 타율이 된다. 자율규제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법·제도적인 지원을 극대화해야 한다. 지표와 관련해서도 학계가 지표를 개발하고 중립적인 기관에서 평가하고 매년 발표하는 방안이 있다. 정통부는 이를 활용해 정책 수립시 참고할 수 있다. 업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재목=기본적으로 인터넷은 익명성을 전제로 대중들에게 공개된 매체이다. 자율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더 이상 좋은 대안을 없을 것이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규제가 이루어졌지만 인터넷 분야 만큼은 타율 규제보다 자율 규제를 통한 개선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단지 초기 단계에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면 촉매제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이나 단체는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인터넷기업협회든 자치 조직이든 자율 규제를 실천하는 조직체의 활동을 측면에서 지원할 수 있다.

 ◇사회=자율규제를 비롯해 내년에 정부와 산하기관 단체 기업등 각계가 올바른 인터넷 윤리 구축을 위해 우선적으로 펼쳐야 할 사업들이 있다면.

◇ 김재목 = 내년도 정보화 역기능 방지 관련 예산의 비중은 적다. 그러나 고무적인 사실은 중기 재정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정보화 역기능 분야 예산을 점차 늘리자는 데는 인식을 같이 했다는 것이다. 해마다 예산은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본다. 내년에 정통부는 스팸 감소를 위한 옵트인 제도 도입, 청소년 보호를 위한 청소년보호책임자 지정 의무화 등을 담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만큼 법이 통과되면 관련 후속 작업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 신광우 = 전국 120여 개 청소년 보호 상담실 중 올해 16개에 대한 인터넷 중독 상담 지원을, 내년에는 30개로, 그 다음해에는 80개로 확대한다. 향후 128개 지자체로 늘릴 계획이다. 체신청을 거점으로 활용하는 지역 건전 정보 이용 거점 센터 구축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처음 시작한 사이버범죄 예방 활동단 사업도 9개 시범 학교에 이어 그 시행 대상을 꾸준히 늘려나가겠다.

◇ 허진호 = 세이프인터넷센터 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조만간 인터넷 기업 관련 행동 강령을 지정해 내년부터 이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홍보도 병행할 계획이다.

◇사회 = 올해에 이어 내년에 2단계 ‘웃는 인터넷 믿는 인터넷’ 캠페인이 추진된다면 보강해야 할 내용은.

◇신광우 = 특정 분야의 주제를 잡아 심도있게 다뤄보는 것도 필요하다. 올해 캠페인에는 빠졌지만 지적 재산권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대학생들까지 아무 거리낌 없이 인터넷에서 자료를 내려받는 것은 국가는 물론 개인 윤리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

음란물 접속시 자동으로 차단되는 프로그램 개발 및 보급도 공동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안동근 = 당장 뾰족한 묘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 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올바른 정보통신 윤리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8차 교육 과정에는 정보통신 윤리 교육도 포함될 것으로 기대해본다.인터넷을 사용할 때 왜 PC 앞에 앉아 있는지 단 1초만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목표 의식을 갖고 PC를 사용하도록 지속적으로 여론을 환기시켜 달라.

 정리=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