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고?’
과학기술 주요 분야의 정예연구인력을 조기에 양성·확보하기 위한 ‘박사 후(Post-Doc) 해외연수지원사업’의 70% 이상이 미국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박사 후 해외연수 대상국가를 다양화해 연구활동의 글로벌 네트워크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6일 한국과학재단(박사 후 프로그램 관리기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박사 후 지원수혜자 220명 중 160명(73%), 하반기 213명 중 157명(74%)이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 선호 경향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지역 지원비율은 5%를 밑돈다. 표 참조
이미영 한국과학재단 홍보팀장은 이에 대해 “우리 고등교육제도가 미국을 모방하고 있어 제도적으로 적응이 쉬운데다 국내 지도교수를 비롯한 해외연수 조언자 그룹에 미국 학위 취득자가 많은 점, 미국을 언어 소통과 문화 적응 측면에서 친근하게 생각하는 점 등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학문적 다양화 및 글로벌네트워크화 측면의 문제점 등은 검증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왜 미국을 좋아하나=박사 후 프로그램 수혜자인 A씨는 “연수를 다녀온 후에 안정적인 직장과 연구환경을 확보하려면 국내 지도교수의 추천을 무시할 수 없다”며 “인맥을 중요시하는 ‘도제 관습’으로 인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박사 후 해외연수를 국내 학위과정에서 부족했던 교육적 훈련을 보충하는 방안으로 활용하는 풍토도 ‘미국에서 학위를 취득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부추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미국은 세계 경제와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로서 다양한 분야의 최첨단 연구시설이 집중돼 있다. 따라서 미국으로 박사 후 해외연구가 몰리는 현상이 일견 자연스럽다.
그러나 박사 후 지원대상자 선정과정에서 미국 이외의 지역을 신청하는 박사 학위 취득자들에게 가산점(5점)을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의 일곱 이상이 미국으로 집중돼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선진 연수기관 및 유명 해외 과학자와 유대를 강화해 국제 공동연구·세미나 등 협력기반을 강화하려는 박사 후 해외연수지원사업의 목표에도 어긋난다.
과기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50억달러짜리 국제핵융합로(ITER) 연구개발사업, 175억유로짜리 유럽연합(EU) 프레임워크사업 등 초대형 국제 과학기술 협력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의 글로벌 네트워크화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해결책 없나=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은 그동안 미국 편중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가산점 제도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 전략분야 중심의 임무지향적인 과제연수 운용 △연수기관 다양화 등을 모색해왔다.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사업 관련 프로그램을 신청한 연수지원자 0∼3점, 여성지원자 3점, 지방근무자 3점, 산업체근무자 1점 등의 가산점 제도를 통해 연수 대상과 지역을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15일자로 박사 후 해외연수지원사업이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한국학술진흥재단으로 완전히 이관되면 ‘처음부터 다시’ 관련 제도를 손질해야 할 상황이다. 학술진흥재단이 관련 사업을 인문·사회 계열을 포괄하는 형태로 운영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과학재단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지 5년 이내의 자연계열로 박사 후 지원대상자를 제한함으로써 그나마 ‘선택과 집중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며 “지원대상을 전 학문으로 확대하게 될 내년에는 더욱 내실있는 관리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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