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정광춘 잉크테크 사장(2)

(2)잉크젯 프린터 리필제품 양산

“오늘의 첨단기술이 내일도 첨단일 수 없다.”

직원들에게 누차 강조하는 얘기다. 사실 누구나 생각할 수는 평범한 말이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게 연약한 사람의 마음이다. IT분야 기술 발전 속도는 작년이 다르고 올해가 다를 정도로 빠르다. 급속히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제 아무리 최고의 기술이 있는 기업이라도 어느 순간 경쟁에서 뒤처질지 모른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잉크테크의 생존 전략이다.

지난 85년 해은 화학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당시 금속 광택 코팅 수지, 열처리용 소재의 침탄 방지 코팅제, 은도금용 첨가제, 금속변색 방지제, 타자 수정액 등 다양한 분야의 수입 대체 연구 개발을 통해 상품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연구 성과의 가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연구 개발 용역은 한계에 부딪쳤다. 박사급 인력이 밤을 새워 연구해도 ‘현상 유지’에 급급한 생활을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순수한 연구 개발 목적이 아닌 새로운 인식 전환이 필요했다. 기술을 팔되 쪼개서 팔자는 개념을 가진 게 이 때다. 어떤 기술이 1억 원이면 비싸다고 망설이지만 기술을 포함한 제품을 개당 만원에 팔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고 바로 구매한다. 결국 대량생산이라는 어려움만 극복하면 1억 원 이상의 기술을 매달 팔 수도 있는 셈이다. 연구 개발을 위해서도 제조업으로 변신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91년 봄 잉크젯 프린터의 보급에 주목했다. 잉크젯 프린터가 국내에 막 도입된 시점이었고, 프린터용 잉크는 전공 분야인 화학과 밀접하게 연관된 제품이어서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비교 우위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당시 소비자는 선택의 기회 없이 고가의 수입 카트리지를 구입해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프린터를 쓰는 한, 소모품이라는 특성상 프린터용 잉크의 수요는 무한하다는 판단이었다.

틈새시장을 겨냥해 리필 잉크 개발에 착수했다. 프린터용 잉크는 상당히 까다로운 제품이었다. 색소의 합성과 정제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실패를 되풀이하면서 연구 개발에 몰두해 밤과 낮 구분없는 생활이 1년 가까이 계속됐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성공의 확신 때문에 중도에 포기할 수 없었다. 연구를 거듭하면 할수록 제품이 갖는 매력에 푹 빠져 들었다.

점차 노력의 결실이 나타나고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과거 타자 수정액 제품 실패를 거울삼아 스스로 두 번의 실패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92년 유통업체 의견 수렴과 시장 조사, 테스트를 거쳐 유통 경로와 선주문을 확보했다. 이어 군포에 자리한 60여 평 남짓의 임대 공장에서 5명의 직원과 함께 HP의 리필 제품과 캐논의 대체 카트리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HP 리필 제품에 이어 캐논 BJI-2625 대체품이 발매되면서 주문이 쏟아졌다. 당시 이 제품은 값싸고 좋은 품질을 인정받아 시장의 80%를 점유하며 대체품이 정품을 밀어내는 이상 현상을 연출했다. 이를 기반으로 잉크테크는 초기 회사 성장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브랜드 관리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최대한 빠른 시간에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브랜드와 회사 이름을 같이 가기로 했다. 글로벌 마케팅을 전개해 세계적인 브랜드를 키우겠다는 전략에 따라 영문 브랜드를 선택했다. 또 프린터용 잉크는 최첨단 화학기술을 보유해야 제품화할 수 있는 첨단기술 제품이라는 사실을 브랜드에서 표현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잉크(Ink)’와 ‘테크놀러지(Technology)’의 합성어인 ‘잉크테크(InkTec)’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잉크테크는 브랜드에서 이미 잉크 전문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회사가 설립된 지 12년이 지난 지금도 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첨단기술 연구 개발을 기반으로 한 분야에서 세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흔들림 없이 실천해 나가고 있다. kcc0412@inktec.com